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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용품 준비 어떻게들 하시나요?

우리 부부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작년 7월입니다. 결혼 후 반년쯤 지나서 갖게 된 아이는 한 편으로는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기쁨을 주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육아에 대한 부담과 부모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출산과 육아에 대한 걱정이 생겼습니다. 유명 브랜드의 아기 용품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 저로서는 당장 출산용품 준비부터 시작될 경제적인 부담에 짐짓 걱정을 했습니다.

아기 옷을 비롯해 기저귀, 유모차, 아기띠, 젖병, 아기용 화장품, 목욕용품, 그리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다면 분유 값까지 준비해야 할 물건들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리고 '둘 이상은 가져야지' 하는 생각이 쏙 들어갈 만큼 비싸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오늘 날짜(3월 5일) 일간지 신문에 나온 사치스러운 육아용품 기사의 이야기는 우리 부부의 출산준비와 전혀 다른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만 했습니다.

@BRI@300만원에 달하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모시고, 내 한 달 월급을 다 털어야 살까 말까 할 가격의 고급스러운 이불을 덮어 재우며, 한 병에 몇 천원씩 하는 물까지 먹이면서 자식을 '최고'로 키워내겠다는 부모의 욕심을 탓할 수야 없겠지요.

다행스럽게도 그런 극성스러움을 뒤받쳐줄 만한 금전적인 여유도 없거니와 사치스런 출산용품 준비만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사랑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우리 식대로 최대한 돈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출산준비를 해왔습니다.

여기에는 절약정신으로 무장한 짠순이 아내의 내공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결혼 초, 중국집에서 갖다준 단무지 남은 것을 고춧가루 양념으로 맛나게 무쳐 새로운 반찬으로 탄생시켜 나를 감동시킨 적도 있을 만큼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몸에 익어 있었습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불룩 튀어나온 배로 힘들게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가 싶었는데, 출산 즈음에 와서 돌아보니 이렇다 할 기억에 남을 만하게 무언가를 구입한 적 없이 출산준비물 체크리스트를 거의 소화할 만큼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만삭으로 들어선 2월, 좀 과장해서 말해 안방에 쌓여 있는 출산준비물들을 보니 부지런히 움직인 아내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헤아릴 만도 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제 아내의 노하우를 전격 공개합니다.

노하우 첫째, 직접 만들어라!

그렇습니다. 직접 만들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에는 솜씨 좋은 분들의 경험담이나 만드는 법에 대한 강좌 같은 것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손재주가 있다면 많은 것들을 직접 만들어 비용을 아낄 수 있지요.

동대문시장을 돌아다니며 원단을 직접 구입하고, 도안이나 만드는 법은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은 것들은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그런 정성들이는 모습은 뱃속의 아이에게 주는 엄마의 선물이자 태교이기도 합니다. 태교 음악이랍시고 클래식 음악을 꾸벅꾸벅 졸아가며 억지로 듣는 것보다 훨씬 낫겠죠?

혼자서 만들 실력이 안 되어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화센터 등에서 하는 아기용품 만들기 강좌에 참여하면, 거기에 재봉틀이 갖춰져 있어서 손바느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고 강사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내도 집 근처 문화센터에 다니며 아기의 이 세상 첫 번째 옷인 배냇저고리를 '뚝딱'하고 만들어냈습니다.

▲ 손바느질로 만든 아기의 첫번째 옷입니다. 엄마가 직접 지어주었으니 더 큰 의미가 있겠습니다.
ⓒ 정상혁
출산하면 산부인과에서도 선물로 주는 것이 배냇저고리입니다만 어찌 엄마가 직접 지은 옷과 비교하겠습니까? 지난 2월 22일에 태어난 아들 누리에게도 엄마가 직접 지어준 배냇저고리는 감동으로 다가오겠지요?

아기 장난감인 딸랑이나 출산 초기에 방에 매달아놓을 흑백모빌과 컬러모빌도 아내의 손재주를 통해 태어났습니다. 손바느질로 일일이 꿰매서 만든 속싸개는 엄마의 포근한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이 헝겊공과 딸랑이, 컬러모빌, 찍찍이 애벌레인형, 턱받이입니다. 모두 아내 작품이지요.
ⓒ 정상혁
그리고 기저귀 보관을 위한 기저귀 수납함도 우체국 택배상자에 포장지와 주방에서 쓰는 비닐백을 이용해서 단돈 1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만들었습니다.

▲ 기저귀를 쉽게 빼서 쓸 수 있게 만든 기저귀 수납함입니다. 만드는데 1,000원도 들지 않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입니다.
ⓒ 정상혁
직접 만드는 출산용품은 비용절약과 태교뿐 아니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할 아기에게도, 만드는 엄마에게도, 경비를 절약하는 아빠에게도 아주 큰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하우 둘째, 산모교실을 적극 활용하라!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만 병원이나 아기용품 업체, 분유업체, 제대혈보관업체 등에서 주최하는 산모교실은 산모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산모교실에는 산모들을 위한 태교음악회나 임신육아를 비롯한 건강정보 강의, 모유수유 정보, 재테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열립니다.

물론 이런 강의들은 출산과 육아의 직접 당사자인 산모들에게 각종 정보를 전달해주는 창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련 업체들의 제품 선전장 역할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고객을 잡기 위한 선심성 경품과 기념품을 많이 내놓는데 이 물품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출산용품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내가 산모교실에 다녀오면, 받아온 샘플과 물품들을 방안에 쭉 늘어놓았는데 '정말 이걸 다 공짜로 주나' 싶을 정도로 많은 양입니다.

▲ 육아교실과 출산박람회에서 받은 사은품들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한 동안은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 정상혁
그만큼 아기용품 업체들이 산모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출산용품의 많은 부분을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생아용 젖병은 너무 많아 처치가 곤란할 정도여서 비슷한 시기에 둘째를 낳은 누나에게도 나눠준 정도이며, 비록 샘플들이긴 하지만 아기가 한동안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목욕용품과 위생용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운이 따라준다면 경품추첨을 통해 뜻밖의 횡재를 할 수도 있는데, 아내의 경우는 귓속형 체온계와 휴대용 유모차를 받았습니다. 경품을 많이 주는 산모교실에 참석한다면 그런 행운을 노려볼 수도 있겠지요?

노하우 셋째, 인터넷을 이용하라!

인터넷에는 육아관련 카페들이 있고 회원 수가 수십만에 육박하는 곳도 있습니다. 출산을 준비 중이거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주부들의 커뮤니티치고는 상당히 회원 수도 많고 활동도 왕성한 편입니다.

출산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어서 남자인 저도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이트에 새로운 기부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위 '드림방'이라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드림'이 바로 그것인데, '드림'은 자기가 갖고 있는 물건 중 쓰지 않거나 너무 많아서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나 택배비 정도의 비용만 받고 양도하는 것입니다.

시민단체에서 주도하는 '아나바다 운동'의 일종의 나눠쓰기 운동인 셈인데 약간의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자원의 '재활용'과 '기부'라는 두 가지 큰 긍정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참여도가 아주 높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집에 신생아용 기저귀가 한 통 있는데, 이미 아기가 자라버려서 쓸모가 없게 됐을 때 바로 남은 기저귀를 '드림'하는 것입니다. 물론 돈을 받고 팔 수도 있겠지만 대단치 않은 물건을 골머리 썩혀가며 팔고 싶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또는 사정이 어려워 비싸지 않은 물건임에도 다소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입니다.

'드림'이라는 것이 약간의 중독성과 전염성이 있어 한 번 드림에 맛을 붙이면 계속 두리번거리며 '또 드림할 거 뭐 없나?' 하게 되기도 하고, 여러 차례 드림을 받은 사람은 고마운 마음에 자신이 가진 것을 또 드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드림 받은 물건을 잘 사용한 후에 재 드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바퀴가 달린 유모차는 제가 즐겨 찾는 '자출사'라는 카페를 통해 무료로 드림을 받았습니다. 한쪽 바퀴에 바람이 빠져 있었지만 조금만 손보면 쓸만합니다. 바퀴도 큰 게 안정적이기도 하구요.

▲ 인터넷 육아사이트에서 다른 분들께 '드림'받은 물건들입니다. 아기옷, 종이,천 기저귀, 유모차까지... 저희가 깨끗이 쓰고 나중에 드림할 겁니다.
ⓒ 정상혁
드림과 함께 벼룩시장 게시판을 이용하여 싼값에 중고물건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나눠쓰고 바꿔쓰는 문화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출산준비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극 활용한다면 다소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큰누나가 선물한 현대식 포대기인 '처네', 돌을 지난 조카가 입었던 옷들, 선배 누나가 보내준 아기 동화책들, 처형이 선물해준 아기장농, 아기보험 사은품으로 받은 카시트까지 보태면 정말 우리가 돈을 내고 산 것은 아기 목욕용품 정도로 이것도 나중에 육아교실 사은품으로 받아 괜히 산 게 됐습니다. 이렇게 준비할 물건들의 값을 따지거나 돈으로 산 물건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아내의 정성으로 만든 아기용품들, 발품 팔아 돌아다녀 받은 경품이며 사은품들, 착한 마음으로 고맙게 보내준 드림 물건들까지 모두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들입니다.

300만원짜리 유모차나 200만원짜리 이불세트처럼 사치스럽지 않아도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빨고 있는 아이는 뜨거운 사랑을 느끼며 바르고 튼튼하게 무럭무럭 자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서 우리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깨달아 마음 속에 간직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아내는 지난 2월 22일에 첫째 아이를 병원 도착 1시간 30분만에 자연분만으로 '순풍' 낳았습니다. 출산교실 다니느라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에 골반운동이 잘 되었는지 알뜰한 출산준비에 자연분만까지 덤으로 얻은 셈입니다.

출산준비에 고생하고 아기 낳느라 고생하고 아기 키우느라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육아정보 인터넷 카페 지후 맘 http://cafe.naver.com/imsanbu.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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