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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파업에 들어간 <시사저널> 기자들이 직장폐쇄에 맞서 농성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은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이에 항의하는 이윤삼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 뒤 사측과 기자들은 공방을 벌였고, 최근엔 기자들이 배제된 채 만들어진 '짝퉁' <시사저널>이 연이어 나오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릴레이 기고를 싣고 있다. 이성대 기자는 안산공과대학 교수이며 교수노조 교권실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 사장의 일방적인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 기자들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시사저널의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언론노조는 2일 오전 삼성본관 앞에서 '<자본권력> 삼성의 언론통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이 터무니없는 물음에 대해 <시사저널> 사태를 기준으로 답하자면 역사의 시계를 한참 뒤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1세기, OECD 가입 국가의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서 편집권이 누구의 것이냐를 논쟁의 거리로 삼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편집권이 경영자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인쇄중인 기사를 삭제한 일을 정당화하고, 직장폐쇄로 기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거리로 내몬 것도 모자라 '짝퉁' <시사저널> 발간을 감행하는 뻔뻔스러움에 이르러서는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

@BRI@거대 자본에 알아서 기기로 작정한 언론사 경영진들에게서 언론의 자유니 진실과 사실에 입각한 보도니 하는 가치가 이미 허울만 남은 박제된 구호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언론 본연의 자세를 말하고 그런 가치의 무게를 존중하는 척이라도 하던 체면치레조차 벗어 던져버리고,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추악한 정체를 드러낸 경영진의 그릇된 인식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

지난해 6월 삼성 관련 기사가 편집국장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삭제된 후 기자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기자의 절반 이상이 정직, 감봉, 경고 등의 징계를 받았다. 기자들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폭압이었다. 오늘도 양심에 따라 행동한 기자들은 거리로 내몰려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과 경영진에 있음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기사 빼돌리기, 대량 징계, 직장폐쇄 그리고 '짝퉁' <시사저널> 발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경영진이 보인 행태는 도저히 언론이라고 칭하기 민망한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도 언론이 이렇게 막나가지는 않았다. 자본권력을 등에 업은 경영진의 태도는 오만 그 자체며 이들은 안하무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시사저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막강한 세력을 구축한 자본권력의 언론 장악 기도이며, 국민의 알 권리라는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수많은 국민과 언론 관계자들이 통탄해 마지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사저널> 경영진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역사의 거대한 흐름과 진보는 거스를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시민의식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 빨리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기자들의 양심적인 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그것이 <시사저널>의 자랑스러운 18년 역사를 위하고, 경영진을 포함한 <시사저널> 가족을 위한 현명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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