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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1월 6일) 아침이 밝아 왔다. 어제는 오전엔 눈보라가 휘날리더니 오후엔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오늘은 날씨가 겨울이라 조금 쌀쌀한 감은 있지만 맑고 화창한 날씨다.

오늘의 탐승코스는 만물상 코스. 안내조장의 말이 어제 눈이 내려 만물상에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했는데, 오늘 아침 셔틀버스에서 만나니 만물상코스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이른 아침을 먹고, 만물상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만물상으로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간간이 만나는 북녘 동포들이 일터로 가는지, 학교에 가는지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사람 사는 것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어디나 같은 가 보다. 나이가 될 때까지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육을 마치면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관광 온 사람들도 있고….

@BRI@온정각에서 만물상 초입에 이르는 주차장까지 가려면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버스를 타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역시 금강산 미인송들이다. 3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일만한 쭉쭉 뻗은 미인송들이 어찌나 아름답고, 탐스럽던지.

미인송들을 양옆에 끼고 흐르는 계곡이 한하계이다. 금강산에서 가장 큰 계곡에다 많은 수량을 자랑하는 한하계는 넓은 골짜기에 늘 맑고, 찬물이 많이 흘러 차가운 물안개가 피어오른다고 한하계(寒霞溪)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버스로 이동 중에는 사진을 찍지 못해 한하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지 못하는 아쉬움을 눈으로 달랜다.

▲ 만물상 가는 길에 만난 눈 덮인 겨울 금강산1
ⓒ 함석호
▲ 만물상 가는 길에 만난 눈 덮인 겨울 금강산2
ⓒ 함석호
눈이 많이 내려 만물상 초입 주차장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만나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여기서부터 걸어 올라야 한다고 한다. 차를 타고 올라오는 중간에도 그렇고, 걷고 있는 도중에도 그렇고 우리들의 안전한 관광을 위해 곳곳에서 눈을 치우고 계시는 북측 분들의 노고를 보며 고마운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에 이른 아침부터 눈을 치웠기에 그나마 우리가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라도 올라올 수 있었으리라.

금강산 중간중간에 마련된 주차장에 화장실에 보면 연탄 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라고 북측 분들이 피워놓은 것이다. 남측 관광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눈을 치우고, 화장실에 연탄불을 피우고, 곳곳에 해설사와 안내원을 배치하고…. 이것이 진정한 손님맞이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나무와 돌과 눈이 절묘하게 조화된 겨울 금강산3
ⓒ 함석호
▲ 만물상 오르는 길에 육화 폭포
ⓒ 함석호
▲ 세 분 신선의 전설이 서려 있는 삼선암
ⓒ 함석호
▲ 바위 모양이 귀신의 얼굴 같다는 귀면암
ⓒ 함석호
만물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엔 정말 눈이 많이 쌓여 있다. 우리는 눈 쌓인 설봉산(눈 쌓인 금강산의 겨울 이름)의 진수를 제대로 만끽하며 산을 오르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준비한 아이젠의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어제 삼일포 가서 우연히 알게 되어 삼일포 관광 내내 동행을 했는데, 남쪽으로 생각하면 국립공원산악구조대 같은 일을 하시는 분이 우리가 금강산을 여행하는 내내 이분들이 안전한 산행을 위해 2인 1조로 함께 동행을 한다. 오늘 만물상에 오르면서도 산악구조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30리터는 넘어 보이는 등산배낭에 부목 등 산악구조에 필요한 물품을 배낭 한가득 메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산행을 마칠 때까지 함께 동행을 한다. 어제도 구조대분과 함께 하며 삼일포 관광을 했는데, 오늘은 다른 구조대분과 만물상코스를 내내 함께 올랐다. 누구보다도 안전한 산행을 보장받으면서…….

▲ 눈 쌓인 만물상 하산 길
ⓒ 함석호
만물상까지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만물상이 시작되는 초입인 삼선암과 귀면암에서 북측 해설사선생님의 해설을 들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산에서 내려와야 했다.

어제 구룡연 코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눈 때문에 상팔담을 가지 못했고, 오늘도 눈 때문에 삼선암과 귀면암까지를 보고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전혀 아쉽지가 않다. 다음에 또 금강산에 다시 와서 봐야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생긴다. 지금까지 본 것만 해도 눈 쌓인 겨울 금강산의 진수를 제대로 보지 않았던가!

금강산 관광을 하면서 금강산 관관도 관광이지만 무엇보다 잊지 못할 것이 금강산에서 만난 북측 분들이었다. 산악구조대분들도 있었고, 해설사, 안내원, 접대원, 모란봉교예단원, 화장실을 치우는 분들, 눈을 치우는 분들까지, 이분들과 금강산관광 내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여러 가지로 느끼는 점이 많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내가 만난 분들은 다들 박식하고,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받은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절제 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자신감과 당당함에 베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행동과 말을 들으며 느껴지는 진정성이 보여 좋았다. 그분들이 손님을 맞이하며 우리에게 대하는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동포의 정을 느끼며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결코 둘이 아닌 하나란 생각!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에서 남북민간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1만2천 금강산 기행단'의 일원으로 금강산 관광에 나서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여름 아내 될 사람과 결혼을 하는데 신혼여행을 꼭 금강산으로 다시 오리란 다짐을 해 본다.

덧붙이는 글 | * 부족한 금강산 기행문을 끝까지 읽어주신 오마이뉴스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함석호 기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목조주택을 짓는 목수입니다. 목조주택을 지으며 목조주택 시공에 관한 사진을 찍으며, 글을 연재하는 블로그(http://blog.naver.com/soldungji)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화해와 평화를 위한 1만2천 금강산 기행단" 참여하는 방법
금강산 지킴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1만2천 금강산지킴이사이트(http://e12000.krhana.org/)에 접속하시면 금강산관광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예약을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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