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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누구든지 한번정도는 1년을 결산해 보고 신년을 계획하는 때이다. 새해 첫 날 바닷가 수평선으로 솟는 일출을 맞이하면서 한해를 설계하는 사람도 있고, 높은 산에 올라가 신년 첫 날의 소망을 가슴에 새기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지난 1년간 써왔던 메모수첩을 꺼내 펼쳐보기도 하고, 신년 일정표가 새롭게 인쇄된 새로운 수첩을 장만하기도 한다. 특히, 1년동안 생각나는데로 적어놓았던 다양한 메모와 수첩뭉치들을 살펴보면 한해가 마치 주마등처럼 재생되면서 기억이 새로워진다.

▲ 겨울방학을 맞이해 도서관 열람실은 대체적으로 한산하다.
ⓒ 유태웅

한해의 결산과 새로운 계획이 함께 하는 요즘, 집에서 가까운 구립정보도서관을 찾아가 보았다. 생각을 정리할 겸해서 지난 12월 24일(일)에 찾은 도서관 열람실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게다가 겨울방학을 맞이하면서 모든 학교의 시험이 끝난 이후라 열람실은 더욱 썰렁해 보였다.

공간적으로 여유가 많았던 열람실은 각종 임용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일부 일반인과 대학생, 소수의 학생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리가 많이 남아 넉넉했던 열람실 좌석번호표를 받아들고 지정된 자리에 앉아보니 예전 학창시절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열람실은 모두 넓이 65cm, 깊이 48cm의 나무판으로 구획된 직사각형공간들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누구나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체험하고 느꼈을 그 공간감. 오랜만에 들어가 본 열람실은 학창시절에 느겼던 그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했다.

1년 동안 이 공간, 이 자리에 앉아 ‘열공’에 빠져있었을 수 많은 학생과 수험준비생들. 과연 그들은 자신이 원했던 목표를 모두 이루었을까. 손때가 잔뜩 묻은 책상에 남겨있던 갖은 낙서들은 이곳에 앉았던 수험생들의 고뇌(?)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넓이 65cm, 깊이 48cm의 이 작은 공간에서는 제각기 다른 꿈들이 자란다.
ⓒ 유태웅

구립정보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있던 5시간여의 시간은 역시 기대했던 것 만큼이나 집중력이 꽤나 높았다. 휴일이면 거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쓸때도 이만큼의 집중력은 사실 기대하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자주 움직이게 되고, 산만한 분위기에 쉽게 집중할 수 없는 공간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일까 집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는 학교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해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학생들이 많다. 집에서는 냉장고와 컴퓨터라는 유혹이 항상 버티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쉽게 느슨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서관은 대부분 공부하는 분위기인지라 이 분위기에 쉽게 몰입될 수 있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주위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경쟁의식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낙서에는 이러한 경쟁의식과 긴장감이 그대로 서려있다.

▲ '니 성적에 잠이 오냐?' 자학하는 낙서일까? 타인에게 충고하는 낙서일까?
ⓒ 유태웅

▲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의미심장한 낙서
ⓒ 유태웅

▲ '시험 망치셈...훗' 타인에 대한 밉지않은 경쟁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개릴랴'란?
ⓒ 유태웅

오랜만에 찾아본 도서관. 한해동안 수 많은 수험생들이 앉아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고(忍苦)의 나날을 보냈던 열람실에서 그들이 남긴 낙서들을 살펴본다.

도서관내 넓이 65cm, 깊이 48cm의 작은 열람공간. 이 도서관 열람실에서 만큼은 최소한 빈부와 남녀노소의 차이는 없다. 모두 동일한 크기의 열람공간이 주어진다. 물론 그들이 품고있는 꿈의 크기와 성취여부는 제각기 다를지 몰라도.

새해 1월에는 하루정도 날잡아 가까운 도서관 열람실에서 신년계획을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신선한 긴장감과 엄숙한(?) 공간감을 느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 한 해의 계획, 산도 좋고 바다에서도 좋지만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않을까.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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