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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9일 오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회 아름다운 콘서트에서 가수 이은미가 열창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라이브의 여왕' '맨발의 디바'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보컬리스트 이은미.

그는 천상 '무대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무대에서 쏟아내는 터질 듯한 열정과 깊고 진한 감성으로 20년 가까이 팬들을 사로잡고 있지 않은가.

대표곡 '기억 속으로'만 보면 그를 평범한 여성 발라드 가수로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은미는 솔, 알앤비, 재즈 등 흑인 음악계열부터 록의 감성까지 소화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보컬리스트로 평가 받는다.

그런 그가 드디어 세계 무대에 선다. 11월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힐튼 극장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공연을 가지는 것. 미국 출국을 하루 앞둔 10월 29일 이은미씨를 만났다.

만난 장소는 그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 다름 아닌 공연장이었다. 출국을 하루 앞둔 데다가 무대에 오르기 전이어서 인터뷰가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무대 뒤 대기실에서 만난 그녀는 무척이나 여유롭고 평온해 보였다.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라스베이거스 힐튼극장 입성

- 한국 가수들이 미국 공연을 많이 하긴 하지만 (이은미씨의) 이번 미국행은 좀 다른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 라스베이거스 힐튼 극장 측이 초청했고, 그 극장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8년 동안 계속 공연했던 세계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어떻게 성사됐나?
"< LA 한국일보 >에서 LA, 샌프란시스코 교민을 위해 공연을 준비하던 중 공연 관계자가 라스베이거스 힐튼 호텔의 공연 담당자에게 나를 소개하며 내 '500회 공연 DVD'를 보여줬다. 그 호텔 공연 관계자가 '이 가수가 언제 오느냐'고 깜짝 놀라며 베리 매닐로우 공연 일정을 하루 줄이면서까지 스케줄을 잡았다고 한다. 굉장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힐튼 호텔 홈페이지에 내 공연 소식 올라가 있는 거 보고…, 베리 매닐로우 옆에 내 공연 소식이 뜨는데 굉장히 기분이 묘했고, 정말 영광스러웠다. 1년 365일 공연하는 곳인데, 티켓 가격도 미국 가수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액수로 책정됐다. 단 하루지만 (한국 가수로서)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 직접 초청을 받았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 공연은 각별하고 그만큼 기대도 크다."

- 이제 거의 20년째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데, 라스베이거스 초청 공연을 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처음 음악 시작할 때 사라 본이나 아레사 프랭클린 같은 사람들의 음반이 나에게 선생님이었다. 그 음반들을 들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내 음반, 내 음악으로 큰 시장에서 달러를 벌어 보는 게 목표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작지만 그 꿈을 이루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 솔직히 말로 다하기 어렵다. 지금 라스베이거스 공연도 마찬가지고…. 이번 기회는 어떤 자리를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

보컬리스트 이은미의 욕심은 끝이 없다

▲ 10월 29일 오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회 아름다운 콘서트에서 가수 이은미가 열창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듯 이은미씨의 보컬은 솔, 알앤비, 록 등 풍부한 장르를 소화한다. 개인적으로 애착 가는 장르가 있다면?
"(장르보다는) 보컬리스트로서 욕심이 많다. 사라 본의 보컬을 듣고 보컬리스트가 되겠다고 꿈을 키웠다. 사라 본의 목소리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다. 들을 때마다 너무너무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내 꿈을 위해 계속 달리는 것, 내 보컬의 한계를 자꾸자꾸 극복하고, 이은미의 보컬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 이은미 솔로 말고 (물론 라이브에서 풀 밴드로 함께 하지만) '이은미 밴드'를 구성해 음악할 계획은 없는지.
"늘 꿈꾼다. 음악은 혼자 하는 예술이 될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게 밴드 형태라고 본다. 그것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는데…. 한국의 음악시장이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거대하지만, 세부적으로는 형편없는 졸작 수준이다. 결국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의 형태에서는 불가항력적인 게 많다. 욕심을 갖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본의 논리도 있고…."

- 우리 음악 시장은, 이은미의 팬층도 포함될 텐데 소위 '어덜트 컨템포러리(30대 전후의 성인 음악 시장)' 시장이 크지 않다. 주로 10대 중심 시장이다.
"시장의 문제도 있는 것 같고…. 사실은 매체를 접하면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데, 소위 자기 것들을 표현하는 강한 메시지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 매체들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잊혀질 수밖에 없다. '립싱크'라는 행위로 무대 위에서 '얼굴 내밀기'하는 것만 보여주고, '나도 기획사 잘 만나서 완벽한 성형외과 의사 만나서 잘 뜯어고치고 포장을 하면 쟤처럼 될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거다.

프로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프로로 아무도 인정 안하는데 나 혼자 '나는 프로야'라고 외칠 수도 없다. 서글플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굉장한 마니아층도 형성이 되어서, 조금 과도기적 상황이 아닐까 싶다. 빨리 정리가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서서히 균형적으로 정리가 되었으면 한다."

- '균형적'이라는 건 장르도 다변화되고, 팬들도 다양해지고 그런 걸 말하나.
"그렇다. 50~60대가 젊은 가수들 공연 오면 안 되나. 내가 힙합 좋아하면 이상한가? 나도 힙합 좋아한다. 그런 거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면 좋겠는데, 감상하는 분들은 그들이 자기 것들을 이렇게 음악화하는 데 얼마나 애를 썼을까.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된다면 그 뮤지션의 음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뮤지션 스스로도 자기가 연주하는 것,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

나이 드니 덜 치열해지고 더 여유로워졌다

- 지금까지 6장의 정규 앨범을 냈는데, 앞으로 음악적인 계획이 있다면, 다른 시도라든지.
"최근 많이 느끼는 건데, 살면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굴곡들이 있지 않은가. 사실 그런 것들이 20대의 좋은 보이스로 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악기로서 보컬을 보면 늙는다는 건 곧 악기가 늙는다는 거다. 그러니 20대에 좋은 표현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훌륭한 연주자가 연주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겪고 이렇게 해서 결국에는 무릎을 치면서 '역시 연륜'이라고 말하게 된다. 이제는 나도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감정 상태인 것 같고, 보컬리스트로서 욕심을 좀 더 내고 싶다. 내 소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좀 더 다양하게 깊이 있게 담아내는 것 말이다."

- 장르가 우선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음악적으로 시도해 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제는 그럴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보다는 덜 치열하고 내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여유 있어지고 너그러워진 것 같다. 내 자신의 표현력을 내 스스로 너그럽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 '맨발의 디바' 이은미. 그가 오는 11월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힐튼 극장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공연을 펼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번 미국 LA,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공연은 각각 선곡이나 콘셉트가 다른가. 아무래도 라스베이거스 공연이 쇼 케이스적인 성격도 있고 해서 더 신경 쓰일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한국 가수로서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는 것인데, 굳이 미국 사람들을 위해서 영어로 된 노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가수로 초청 받은 거지 미국화 시켜서 공연을 해달라는 건 아니지 않겠나.

'이건 한국 사람 음악이고, 저건 미국 스타일 음악이고' 이런 건 아닐 거다. 그런 것들 간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신경을 썼다. 같은 미국 사람이 하는 음악과 내가 연주하는 음악이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에 집중을 했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표현하는 것이지 내가 미국 사람처럼 표현하려는 건 아니다. 그것에 집중했다고 보면 되겠다."

- 이번 미국 공연에서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란다.
"응원 많이 해달라.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메인스트림 극장에서 대규모의 공연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매해 내 능력이 닿는 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고…. 다른 선후배들도 역량을 발휘하고 그만한 위치에 오를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10여년 경력의 베테랑 여성 보컬리스트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는 누구?

80년대 다운타운 활동에 이어 1989년 신촌블루스 3집에서 '그땐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를 부르며 대중들에게 목소리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발표한 솔로 1집 <기억속으로>의 동명 타이틀 곡 '기억속으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이은미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이브 무대에서 꾸준히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발휘, 팬들로부터 인정 받았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로 입지를 굳혔다. 솔, 알앤비, 록 등 여러 장르에 걸쳐 폭 넓은 보컬 능력을 지녔으며 음악 생활 20년 가까이 접어든 지금은 자신만의 보컬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모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음악인으로는 최초로 11월 12일 라스베이거스 힐튼 극장 초청 공연을 갖게 됐다. 이 곳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8년 동안 837회 공연을 하며 기네스북에 올랐던 세계적인 명소로 연중 세계적인 음악인들의 콘서트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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