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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80년부터 담배를 배워서 2002년 1월1일 계획을 세우고 줄여나가다가 4월15일 완전히 끊어서 지금까지 금연에 성공하고 있다. 5~6년을 금연하다가 다시 피운다는 사람도 많고 아직도 아주 가끔은 담배생각이 날 때가 있지만 다시는 피우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 인생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이 공부의 때를 놓친 것과 담배를 피우게 된 것이다. 보통 확실하게 끊어야지 줄여서 차차 끊는다는 것은 안 끊겠다는 말과 같다고 하나 나는 분명히 줄여나가다가 끊었다. 내 골초 친구는 결단력 있게 단번에 끊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담배가게 앞에 서 있더란다. 금단증상이 그의 마음을 유신지마(김유신 장군 취중에 기생집으로 가서 죽었다는 말= 만든 사자성어임)로 만든 것이다. 결국 그는 금연에 실패했다.

모르면 물어가고 힘들면 쉬어가랬다고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금연을 시작해 보자.

하루평균 한 갑이 약간 넘을까 말까한 정도의 사람을 기준으로 나의 경험을 가미하여 기술해 보겠다. 우선 담배를 산다. 금연을 시작하려는데 담배를 사라니... 그리고 담배갑에 구입일시를 적는다. 만약 2006년 4월 21일 13시 30분에 샀다면 ‘060421, 13:30’ 이렇게 적는다. 그러면 자신이 한 갑을 며칠(혹은 몇 시간)만에 피우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한 갑을 사고 재구매 하기까지 20시간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물론 남의 담배를 빌려 피우면 안 되지만 빌려 줘도 안 된다. 측정치가 틀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빌려달라는 담배를 안 빌려주다간 인심 잃기 십상이니 가급적 담배를 몸과 떨어 뜨려 놓고 '마침, 없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새 담배갑을 개봉하기까지의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라. 즉 22시간 만에 새 담배를 구매하게 되었다면 다음부터는 24시간으로 늘린다. 이런 식으로 1주일에 한 시간씩 줄여본다. 여기까지는 별로 어려울 게 없다.

어지간히 참다가 담배를 입에 물게 되면 불은 최소한 5분후에 붙인다. 역시 시간을 끄는 일이다. 한달쯤 되면 흡연량이 20% 쯤 줄게 된다. 크게 힘들지 않으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다시 한달을 줄여 가면 흡연량을 40% 정도까지 줄일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다소 힘들어 지는데 그래도 담배를 피우긴 피우므로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오전과 오후에 피우는 담배의 개수를 정한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번 기회에 끊겠다는 각오를 새기되 아직 한두 달은 더 피우겠다는 마음으로 초조함을 상쇄시킬 필요는 있다. 그러나 개수만큼은 반드시 지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우선 첫 담배를 끊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아침 식전에 피우던 걸 식후로 옮긴다든지 아홉시에 처음 담배를 피웠다면 열시로 늦춘다든지 하는 방법이다. 오전에 세가치 오후에 여덟가치로 배정하는 것이 좋다.

이 상태로 1주일 견디다가 오전에 두가치 오후에 일곱 가치로 줄인다. 이미 흡연횟수가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예전엔 반만 피우던 담배를 꽁초 직전까지 빨아대는 참담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때문에 횟수는 줄었어도 니코틴 흡입량은 별로 줄지 않았다고 볼 수 있으나 흡연과 흡연사이의 간격이 길어지면서 니코틴 의존도는 분명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며 손가락이 뜨겁도록, 꽁초에 시커먼 니코틴이 배기도록 빨아대는 자신의 모습이 병적이란 것을 스스로 발견 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오전 담배를 끊는다. 그래봤자 12시까지만 참으면 맛있는 담배를 맛볼 수 있지 않은가? 아주 끊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참아 오전 흡연만큼은 참아 보자. 그러면 담배가 그렇게 맛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제재 없이 뽑아 들었던 것에 비해 담배가 열배 백배는 맛있을 것이며 더불어 담배가 중독성이 있는 마약이라는 자각을 하게 될 것이다. 마약!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해서 다섯가치까지 줄인다. 오전담배를 졸업하고 나서, 점심먹은 후에 그날의 첫 담배를 피우기에 도전한다. 역시 식후연초는 행복할 것이다. 드러나 여기까지 오면 첫 담배에 머리가 핑그르르 도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담배가 독은 독이구나 하고 느끼면 된다.

점심 후에 한 번, 3시경 한 번, 퇴근 전 한 번 저녁 후 한 번으로 흡연시간표를 정해서 시행한다. 나의 경우 1월 1일부터 줄이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진행을 해오다가 3개월이 걸려 하루 세가치까지 줄었을 때 주변 가족들에게 금연을 선포했다. 기념으로 삼겹살에 외식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음주와 포식을 하고 나서 집으로 오니 담배가 너무 너무 그리웠고 금연을 선포하고 나니 더더욱 그리워 졌다.

그래서 아직까지 남아 있던 재떨이를 뒤져 장초(긴 꽁초)를 찾아 들고 현관 밖 계단실 창가로 가서 담뱃불을 붙여 폐부 깊숙이 섭취했다. 그런데 아뿔사! 큰 딸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보는 것이 아닌가? 부끄러웠다.

하루 종일 한가치도 안 피운 다음날 저녁도 힘들었다. 한 갑에서 세가치까지 줄이는 것은 성공했지만 세가치를 더 줄이는, 즉 완전 금연은 역시 괴로웠다. 참다못해 한갑을 다시 샀고 그 담배는 집에서 차로 10분 떨어진 사무실에 갔다 놨다. 내 개인 사무실이라 아무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연거푸 두 가치를 피우고 담배는 사무실에 둔 채 집으로 돌아 왔다.

다음 날부터 집에서나 업무 중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어느 날은 한 대도 안 피우고 견뎠지만 다른 어느 날에는 밤중에 담배가 피우고 싶어 차를 몰고 10여분 걸려 사무실에서 가서 한두 대 피우고 왔다. 사무실 서랍에 넣어둔 한갑을 소비하기까지는 약 2주가 걸렸다. 그때가 2002년 5월 중순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나는 단 한가치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금연을 계속 유지하려면 의지와 함께 동기도 중요하다. 한창 사업이 어렵던 터에 딸아이의 학원비가 밀린 적이 있었다. 하필, 딱히 그때 돈이 없었다. 7만원짜리 학원비도 못 내면서 한달에 10만원어치 담배를 피우는 나는 부모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담배를 끊게 된 계기였다. 나는 담배를 피울 자격이 없었던 것이다.

의지, 계기 못지않게 여건도 중요하다. 나는 오전 담배를 피우지 않기 위해 주말엔 늦잠을 자거나 평일엔 정신없이 일을 했다. 앉아 있기 보다는 뭘 잊어버릴 만큼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기에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현재가 어려워 훗날을 기약하자면 건강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연이라는 그 자체가 흡연하는 사람에 비해 자신에 대한 아주 커다란 투자인 것이다.

미운 사람 중에 아니면 약간이라도 나와 경쟁이 된다거나 비교대상이 되는 사람 중 금연에 성공한 사람을 떠 올려라. 금연이 그와의 경쟁이라고 생각해라. 나에 대한, 가족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해라.

금연중에, 가능한 한 조깅 등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운동을 해라.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생각,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시험 준비를 착실히 마치고 귀가하는 발걸음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어렵거나 힘들 때, 무료하거나 불안할 때 금연을 하면 더욱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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