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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신문사
북유럽의 최북단 변방에 위치한 핀란드는 척박한 지형과 적은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유럽 복지국가의 대표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핀란드는 혹독한 겨울추위와 더불어 옛 소련과 스웨덴의 접경지역에서 국가존망과 관련해 남다른 생존전략으로 대응해 오며, 오늘날 성공적인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핀란드는 강한 민족의식을 가진 단일민족에 가까운 나라이다. 이같은 강인한 국민성을 핀란드어로 '시수(Sisu)'라고 부른다. 핀란드의 조상들은 우랄산맥에서 가까운 북서쪽 시베리아에서 이동해 왔다고 한다. 언어는 다른 유럽과는 달리 인도유럽어가 아닌 우랄알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시아 사람들과 많이 닮았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는 오는 9월 10일부터 11일까지 제6차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아셈정상회담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39개 회원국의 정부대표가 참여해 '아셈의 10년, 세계적 도전과 공동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신간서적 <핀란드 들여다보기>는 최근 들어 아셈회의 개최를 통해 다시금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나라, 핀란드를 분석한 책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분야 등 핀란드의 A부터 Z까지를 소개하고 있다. 휴대폰 강자인 노키아를 배출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핀란드의 저력과 북유럽 복지국가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국가시스템 등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북유럽 최고의 복지국가, 핀란드를 대표하는 3S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국가경쟁력 세계1위 국가인 핀란드는 EU내에서 GDP(국내총생산)대비 R&D 투자규모가 2위인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로 나라의 면적은 한반도보다 1.5배 정도 더 크지만, 인구는 약 525만명에 불과하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대표모델로 인정받는 핀란드 성공의 일등공신은 체계적인 사회복지시스템과 초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제공해 주는 무료교육제도이다.

국민 대다수가 세금으로 소득의 약 44~50%까지 내지만, 정확하고도 확실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핀란드 국민들은 탈세를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생이라 할지라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꼬박꼬박 세금을 낼 정도라고 하는데, 핀란드 사회복지의 가장 튼튼한 바탕은 바로 탈세하지 않는 국민들이라고 한다. 노점상이라도 신용카드로 결제해 주며 세금신고를 하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대내외적으로 핀란드를 대표하는 것으로 3S를 든다고 한다. 이는 '시수'(Sisu), '사우나'(Sauna), '시벨리우스'(Sibelius)를 뜻한다.

첫째, 시수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시수는 용기(Courage), 질기고 단단함(Toughness), 지구력(Stamina), 완고함(Stubbornness), 올곧음(Singlemindedness), 끈기(Tenacity)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인접국가인 스웨덴의 오랜 지배를 받아왔던 역사와 소련과의 전쟁에서 국가를 지켜낸 저력, 혹독한 기후를 이겨낸 핀란드 국민성을 대변한다.

둘째,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핀란드의 사우나는 핀란드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든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사우나는 고대 핀란드 말로 겨울철 추위를 피해 굴을 파고 살았던 옛 핀란드 사람들의 주거형태를 의미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친하게 사귀고 싶거나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사우나로 초대한다.

핀란드에는 현재 200만개가 넘는 사우나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핀란드에는 넓이 500㎡이상의 호수가 18만8000개가 있다. 이 호수 주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장(Cottage)과 함께 사우나시설이 있다고 한다.

셋째, 시벨리우스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국민 작곡가로서 교향곡 '핀란디아'로 유명하다. 핀란드 음악교육의 최정점에 있는 시벨리우스 음악원 (Sibelius Academy)은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 독일 쾰른음대에 이어 유럽 3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핀란드는 작은 나라이지만, 영국문화원이 최근 유럽과 영어권 10개국을 대상으로 ‘문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나라’를 조사한 결과, 1위 자리를 차지한 문화강국이기도 하다.

'노키아'를 키운 핀란드의 경쟁력

핀란드경제를 논하자면 노키아로 시작해서 노키아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키아가 핀란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국민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모토롤라의 2배, 소니에릭슨의 3배에 달한다.

노키아는 26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으며 2005년을 기준으로 순매출 총액의 11.2%를 연구개발에 쏟고 있다. 전체직원 5만 6896명 가운데 35%에 해당하는 2만 882명이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노키아는 2005년 342억 유로의 순매출을 올려 핀란드 GDP(국민총생산 1,550억 유로)의 22%를 차지했다. 여기에 핀란드내 노키아의 협력회사 300여개를 감안하면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진다. 노키아는 1994년에 핀란드정부가 내세운 외국인투자 100%허용을 계기로 뉴욕증시에 상장을 하면서 최근에는 '노키아는 과연 핀란드 기업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노키아는 1980년대 말까지 화장지에서 고무장화, 자동차타이어, 컴퓨터 제품 등을 백화점식으로 생산해 왔다. 이러한 노키아가 통신사업에 사활을 걸고 휴대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시점은, 1992년 요르마 올릴라(Jorma Olilla)휴대폰사업 부서장을 회장으로 전격발탁한 이후부터다.

올릴라 회장은 전통적인 사업들을 모두 포기하고 통신사업에만 전념했다. 휴대폰이 일부 비즈니스맨을 위한 기기가 아니라 대다수 일반인을 위한 기기라는 사실을 노키아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먼저 깨달았다고 한다. 노키아는 1992년부터 일반인들이 사용하기 편하고 멋진 디자인으로 생산된 휴대폰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휴대폰의 강자로 그 자리를 유지해 오고 있다.

노키아의 성공은 단순히 한 기업의 변신과 개혁에 따른 성공사례가 아니다. 핀란드를 지탱해 주는 복지정책 가운데 대학원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교육제도와 지역과 기업, 대학을 연계시킨 산업클러스터가 맞물려 돌아간 시스템이 적절하게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무료교육으로 배출된 고급두뇌들이 민간·공공분야에 투입되어 혁신을 주도하며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해 높은 세금제도 등 약점을 극복해 나가는 것을 '핀란드모델(The Finnish Model of the Information Society)'이라고 부른다.

<핀란드 들여다 보기>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다가서는 북유럽 변방국가인 핀란드의 민족성향과 국민성은 물론 북유럽 최고의 사회복지시스템을 지탱하는 요소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한국의 미래, 핀란드에서 찾아보자'라는 저자의 의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북유럽 최고의 복지국가를 지향해 오고 있는 한 나라의 숨겨진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독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핀란드 들여다보기 - 북유럽 복지국가 생생 리포트

이병문 지음, 매일경제신문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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