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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가재를 잡으며
ⓒ 이연옥
지난 주 경기도 시흥시 은행동 주민자치센터 어린이공부방에서 자연생태학습을 하러 시흥시 계란마을 뒷산으로 가재를 잡으러 갔다. 찌는 듯한 더위에 에어컨 바람 속에서 공부방수업도 좋지만, 흐르는 물 속에서 자연학습을 하며 보내는 시간도 더위도 잊으며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 속에서 가재를 잡는 일은 아이들에게 상상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일이기에 더욱 좋은 일이다.

"오늘은 가재 잡으러 간다."
"와! 선생님, 어디로 가요?"
"계란마을 산골짜기."
"선생님, 고맙습니다."
"드디어 우리들도 가재 잡으러 간다."
"준비물은요?"
"그냥 가면 되요."
"병에 담아오나요?"
"아니, 놓아주고 올 거야"
"에이, 안돼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잡은 놈은 가져 올 거야."

▲ 오솔길을 오르며
ⓒ 이연옥
본래 계획은 다음 주인데, 휴가철이라서 결석하겠다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 참여할 수 있도록 갑자기 앞 당겨간다고 하니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언제나 야외수업을 하는 날은 아이들의 환호 소리가 요란하지만, 게다가 가재를 잡는다니, 개구쟁이 녀석들 소리가 대단하다.

자동차를 타고 달려가는 동안 아이들은 가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며칠 전 폭우를 동반한 장마가 지나간 후라서 가재가 다 떠내려가서 없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계란마을 뒷산을 향했다.

"선생님. 정말 우리동네에 가재가 살아요?"
"믿어지지 않니?"
"네. 그런데 큰 가재여요?"
"글쎄, 며칠 전 비가 많이 와서 다 떠내려가고 아기 가재만 남았을 걸."
"에이, 난 큰 가재를 잡을 거예요."
"그래, 할 수만 있다면 해 보렴."
"그런데, 선생님. 가재는 맑은 물에만 산다는데요?"
"그래 우리는 그것을 확인하러 가는 거야."

▲ 가재잡는 아이들
ⓒ 이연옥
신천동 고가도로를 지나 계란 마을 입구에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가야했다. 계란마을에서 산으로 난 오솔길을 아이들과 걸었다. 언제든지 남자아이들은 그냥 걷지를 않는다. 뛰어가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그냥 길가에 앉아 기다리기도 한다. 작은집들이 있는 곳에는 비비추 나팔꽃, 능소화가 지나가는 아이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마을을 지나니 계곡을 따라 오르는 오솔길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개울을 건너기도 하였다. 바지를 걷어 부치고 샌들을 신은 채로 물을 따라 걷는 아이들도 있다.

남자아이들은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물을 따라 철버덕거리며 개울을 따라 오른다.

"앗 차가워, 물이 왜 이리 차."

▲ 가재잡는 아이들
ⓒ 이연옥
물길을 따라 내려온 돌들이 장마통 물길에 씻겨서인지 하얗고 빨갛게 말간 물 속에서 아이들의 발길에 밟힌다. 정자가 있는 산중턱까지 와서 아이들과 개울로 들어갔다. 물이 차가웠다. 시내에서 보던 물 같지 않고 맑고 투명했다.

"선생님, 물이 아주 차갑고 맑아요."
"그래, 그래서 가재가 살 수 있는 거란다."

▲ 가재잡는 아이들
ⓒ 이연옥
예상했던 대로 가재는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온지 얼마 안되어서 물살에 가재가 다 떠내려갔는가 보다. 키가 별로 크지 않은 강혁이가 물살이 없는 곳의 돌을 들추더니 가재 한 마리를 잡았다.

"어, 아주 어린 아기가재네.”
"야. 강혁이가 가재를 잡았다. 아기가재야."
"선생님 가재 어떻게 해요."
"우선 보자. 아기 가재구나. 깨끗한 물에 넣어서 정자아래 갖다가 놓으렴."
"컵에 깨끗한 물 담고 가재를 넣어주자."
"야, 우리들도 눈 크게 뜨고 한 마리 잡아보자."

▲ 가재잡는 아이들
ⓒ 이연옥
아이들은 서로 돌을 들추며 가재를 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가재는 물이 잘 흐르지 않는 곳에 돌을 들춰보거라."
"여기 이렇게 작은 돌 아래도 있어요?"
"그래."

감기 기운이 있던 소연이도 바지를 걷어 부치고 물 속으로 들어온다.

"선생님. 저도 할게요."
"안돼 감기가 더 심해지면 안돼."
"아니요. 여기에 오니까 이제 괜찮아요."
"감기 더 심해지면 안되니까 조금만 있다가 나오자."

▲ 가재
ⓒ 이연옥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큰 가재를 잡아서 보여주어야 할텐데 하는 마음으로 돌들을 들추다 낙엽이 쌓인 곳에 돌 하나를 들춰보았다. 순간, 낙엽인 듯한 검은 물체가 일어나서 손으로 잡았다. 가재를 확인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아이가 소리를 지른다.

"야. 선생님이 가재 잡으셨다. 큰 가재야."
"어디. 어디. 와. 정말로 크다."
"선생님 제가 가지고 있을 게요."
"아니요. 제가요."
"컵에 깨끗한 물을 담고 정자아래 탁자에 갖다 놓거라."

가재의 길이는 3∼4센티미터쯤 된다. 등이 가맣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이들과 정자로 모이도록 했다. 정자 아래 탁자에 올려놓은 가재는 아기가재 두 마리 큰 가재 한 마리다. 모두다 가재를 만져보고 관찰을 하도록 하였다. 여자아이들은 쉽게 가재를 만져보지 못한다.

▲ 가재들
ⓒ 이연옥
"저 집게발로 물 것 같아서 무서워요."
"가재가 화가 났나봐요. 집게발은 하늘로 들고 있어요."
"에이, 뭐가 무서워?"

남자아이들이 집게발을 툭툭 건드리자 가재는 화가 잔뜩 났는지 집게발을 하늘로 더욱 세게 치켜든다. 무섭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은 가재의 길이와 다리 개수를 살펴보고 촉감을 느끼도록 살짝 만져보는 아이도 있었다.

"이제 가재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지요?"
"네, 선생님. 그런데 다음에 더 큰 가재 많이 있을 때 다시 와요."
"그리고 이 가재는 누가 가지고 가죠?"
"안돼요. 지금부터 가재와 이별을 하러 가자."
"가장 맑은 물이 있는 곳에서 건강하고 잘 살다가 아기가재들을 많이 기르게 하자."
"에이, 선생님, 저 주세요."

ⓒ 이연옥
물이 맑고 잔잔한 곳에 아이들을 동그랗게 모이도록 하였다.

"자. 이곳에다 놓아주자."
"모두들 잘 가서 잘살라고 인사를 해야지."
"안녕, 가재야, 건강하게 잘 살아라."
"아기가재야, 꼭 건강하게 큰 가재로 자라라. 안녕?"
"어, 가재가 달아나지 않아요."
"너희들과 헤어지기 싫은 가보다."
"좀 더 깊은 물어 놓아주어요."

▲ 안녕, 가재야
ⓒ 이연옥
가재는 작은 돌 위에 잠깐 앉아있더니 물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이렇게 아이들은 가재와의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했다. 아이들은 가재를 잡는 재미를 못 보았지만 가재를 잡느라고 많은 자연들과 눈맞춤을 했다.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 인공적인 것들만 보아오던 시야가 초록으로 우거진 나무들과 졸졸졸 흐르는 맑은 물과 물 속의 자갈, 떠내려가는 나뭇잎, 소금쟁이, 가재들이 눈맞춤의 대상이었다. 두 시간동안 크고 작은 나무들 속에 묻혀서 아이들이 질러댄 환호소리와 웃음소리. 아마도 산 메아리가 되어 지금도 그 산 계곡을 흐르고 있을 것만 같다.

덧붙이는 글 | 시흥시민뉴스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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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민뉴스에 기사를 20 건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마이 뉴스에도 올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올렸던 기사는 사진과 함께 했던 아이들의 체험학습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문학란에 올리는 시 등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올해는 농촌의 사계절 변화하는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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