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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 같아 화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지인에게 상담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지인은 별 것도 아닌 것에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냥 잊어버리라고 조언을 한다. 정말 그런가. 나는 왜이리 매사를 까칠하게 대하는 걸까. 태도를 좀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난 돌은 정을 맞기 쉽다지 않는가. 쉽게 상처받고 쉽게 다치면 결국 나만 손해다.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평화가 어디 있겠는가.

틱낫한의 <화>를 통해 화내는 것도 습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를 품고 사는 것은 독을 품고 사는 것'과도 같다는데 어찌하면 화를 다스리며 살 수 있을지, 이 책을 읽고 얼마나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다.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

어떤 사람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사람에게 고통을 줄 말이나 행동을 하려 한다. 그러면 우리의 고통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내가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그 사람은 더욱 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쌍방 모두가 갈수록 더 마음이 아파질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애정과 도움이다. 어느 쪽도 앙갚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 본문 중에서

화가 날수록 말을 아끼라고? 화가 나면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게 된다. 화를 참지 못하면 결국은 자신과 상대에게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남을 응징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응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쟁이 또 다른 전쟁을 부르는 것처럼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화가 날수록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화를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바로 '보행 명상'이다. 즉 숨을 들이쉴 때는 "인"이라고 말하고, 내쉴 때는 "아웃"이라고 말하며 걸으면서 명상하라는 것이다.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을 자각하고, 또 호흡을 자각하면서 걷는 보행 명상이 습관이 되게 하면 그것은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화를 내뱉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화에서 벗어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생명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통찰하는 것이 가장 깊은 위안을 얻기 위한 최선을 길임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늘 자각하면서 살 때 누구나가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그 통찰이 나와 타인들 사이에 평화와 조화를 되찾아준다. 우리는 누구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우리가 타인들과 함께 살아갈 방도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본문 중에서


'연민은 이해심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꽃'이라고 한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때 저자는 '의식적으로 호흡' 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과 타인의 고통의 실체가 보일 것'이라고, 그러면 이내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라는 것, 그러면 어느 정도 상대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해는 곧 연민으로 바뀌어 나타난다고. 이렇게 모든 것은 마음이 다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화를 내는 것은 당장 눈앞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전에 마음 속에 켜켜이 쌓아 놓았던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평소에 감정을 쌓아두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그때 처리하여 감정의 찌꺼기가 마음에 쌓이지 않도록 말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는 저마다 철학이 담겨 있었다. 대화하기가 어려우면 편지를 쓰는 방법을, 화가 났을 때 도리어 상대에게 선물을 하면 놀랍게도 화가 풀린다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깨달음을 준다.

몇 해 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이 책을 만났지만 그때는 읽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만약 그때 읽었더라면 좀 더 일찍 화를 다스릴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화를 내지 않고 살 수 있는 비결, 행복은 그다지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틱낫한의 <화>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고마운 책이었다.

화 (보급판 문고본) -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명진출판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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