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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방송들이 <대장금>을 내보내는 것을 신고하면 최고 2만 위안(260만원)까지 준다.'

▲ 대장금을 다운 받을 수 있다는 사이트. 대부분은 불법 사이트다
ⓒ 조창완
중국에서 <대장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중국 대륙의 <대장금> 방영권을 갖고 있는 후난위성TV는 <대장금>의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위와 같은 내용을 공고했다. 일명 '<대장금> 파파라치' 권고 문구. 실제로 적지 않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대장금>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어 파파라치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중국에서는 장금이가 궁중의 의녀시험에 합격한 후 수련에 들어가는 33부가 방영됐다. <대장금>은 총 53부에 달하는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중국에서는 하루에 2편씩 매일 방영하기 때문에 앞으로 2주일 뒤면 종영이다.

<대장금>의 첫 방송이 빅히트를 치자 방송사에서는 언제 재방송을 시작할지를 두고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는 중국의 최대 휴가철인 춘지에(설)가 가장 유력한 재방시기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태풍 수준으로 확산된 <대장금>의 후폭풍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요리, 한국 의상, 전통의학 등은 물론이고 이영애 등 한국 연예인들의 폭발적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은 왜 <대장금>에 열광하는 걸까.

불리한 시간대 불구 폭발적 인기

▲ 내의원의 구조도까지 자세히 그려놓은 중국 대장금 전문 사이트
<대장금>은 중국인들의 수면습관을 바꾸고 있다. 보통 오후 9시~10시 취침, 아침 5시~6시 기상의 생활패턴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이 밤 10시~12시에 방영하는 <대장금>을 보기 위해 수면습관을 바꾸고 있는 것. 상당수의 네티즌은 오후 7시경 식사를 하고 잠을 잔 뒤 오후 10시에 일어나 12시까지 <대장금>을 보고 다시 취침한다고 말하고 있다.

비교적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대장금>이 예상 외로 큰 인기를 끌자 중국매체들도 "<대장금>이 한류에 충격파를 주었다"며 한류의 진행방향을 전망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양쯔완바오(楊子晚報)> 14일자는 "주요도시의 <대장금> 시청률이 10% 이상"이라며, "중국 인구 1억 이상이 <대장금>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앙텔레비전(CCTV) 자회사인 수어푸루이(索福瑞)가 17일 내놓은 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대장금>의 12개 대도시 평균 시청률은 4.3%, 순간 점유율은 15%에 달했다.

최근 중국 최대 뉴스포털 <신랑>의 대장금 사이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대장금>을 보느냐'는 질문에 참가한 2만9513명 가운데 81.49%인 2만4051명이 "매일 보고 있으며 좋아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8.51%인 2512명은 "보지 못했지만 아주 보고 싶다"고 응답해 중국 네티즌의 상당수가 <대장금> 열풍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그저 그렇다" 또는 "한국 드라마에 관심 없다"고 답한 네티즌은 각각 7.85%(2316명), 2.15%(634명)에 불과했다.

중국은 방송사 수가 워낙 많고, 방송 범위도 다양해 시청률 개념이 불분명했으나 <대장금>으로 인해 '전국시청률' 등의 개념도 다시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신랑>이나 <바이두(百度)>에서 '전국시청률'로 검색하면 대부분의 기사가 <대장금>과 관련된 상품들이다.

중국 곳곳에 <대장금> 신드롬

대장금 시청 열기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24일, 난징에서 <대장금> 방영시간대에 채널권 분쟁을 벌이다 신혼의 아내가 자살을 시도한 사건은 대장금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 최근 대장금 역에 적합한 중국 배우를 뽑는 이벤트를 벌였던 <신랑왕>에 실린 합성사진. 대장금 사진에 이벤트에서 뽑힌 배우들의 얼굴을 합성했다.
중국 최대 포털 <신랑>은 '대장금' 역에 어울리는 중국배우를 뽑는 코너까지 만들었다. 그 결과 차오잉(曹颖), 허지옹(何炅) 등 주요 연기자 등이 선발됐는데, 이를 두고 '중국판 대장금'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장금> 덕에 '약선(藥膳)'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약선은 한국의 삼계탕처럼 음식을 통해서 몸을 치료하는 전통의료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화상천바오(華商晨報)> 등이 대장금에 나온 약선을 소개하면서 약선 부활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 그 덕에 한국 문화 집중지역인 선양(심양), 시타(서탑) 등의 한국음식점에서는 삼계탕의 인기까지 덩달아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또 <중국섬유신문> 26일자에 따르면, 지린성 창춘(장춘)의 한 웨딩숍은 3699위안(48만원)짜리 '<대장금> 웨딩촬영'이라는 특별상품을 선보여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런 대장금 웨딩촬영은 창춘뿐만 아니라 충칭 등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대장금> 현상은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후난위성TV의 대장금 홈페이지(http://www.hunantv.com/gold/dcj)에서 진행 중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인들의 관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대장금> 출연자가 창사(후난성 성도)에 올 경우 누구에게 가장 관심이 많냐'는 질문에는 7만2천명의 답변자 가운데 46%(3만3800명)가 한상궁(양미경)에게 답했으며, 장금이(이영애) 27%, 민정호(지진희) 19% 순이었다. 또 '<대장금> 주인공이 창사에 방문했을 때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요리(57%), 한복(24%), 연기역정 듣기(12%), 의술시범(4%) 순으로 답했다. <대장금>을 통해 한국의 독특한 의복이나 음식이 중국에 소개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대장금> 열풍과 한류, 마케팅

그러나 정작 <대장금> 열풍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중국인들이다.

중국인들은 대장금 신드롬을 이용한 각종 상업상품을 내놓았는데 '<대장금> 관련지 5일 여행'이 대표적이다. 내소사-제주민속촌-협재해수욕장-민속촌-화성행궁 코스로 구성된 이 상품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전자회사들은 중국 최대 휴일 중 하나인 10월1일 궈칭지에(國慶節)를 앞두고 대장금을 통한 세일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선전상바오(深圳商報)>는 "중국 가전 업체인 창웨이(創維)가 신개발 건강 텔레비전을 마케팅 하는데 대장금의 열기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미 중국에서 한류 마케팅은 정평이 나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상품은 10위안짜리 영화 DVD판 또는 드라마 DVD세트로 불법 복제돼 유통되고 있다. 또 김희선, 안재욱, 전지현 등을 모델로 쓴 중국 기업들은 적지 않은 광고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 상하이 최대의 번화가 난징루의 백화점 내 세계 명품관에 자리한 라네즈 매장.
ⓒ 조창완
중국이 한류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이득을 보는 것과 달리, 정작 한류 마케팅에 한국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기업들은 한국 모델이 자사 제품의 한국적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는 이유로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는데 최근 라네즈의 중국에서의 한류마케팅은 눈여겨 볼만하다.

라네즈는 최근에 개장 10주년을 맞는 베이징 신스지에(新世界) 백화점 개장 행사장에 초대형 무료 메이크업 공간을 만들어 주목을 끌었다. 전지현이나 이나영 등 중국에서 호감을 갖는 모델을 내세워 라네즈 자체에 한류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덕분에 라네즈의 매장은 이미 주요 백화점에서 세계 명품 매장과 자리를 같이하면서 좋은 인기를 끌고 있다.

<대장금>성공으로 한국드라마 수출가 높아질듯

기존에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중앙텔레비전을 통해서 중국에 들어왔다. 중앙텔레비전은 인지도도 높고 시청률도 높지만 터무니없이 낮게 가격을 책정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MBC가 중앙텔레비전이 아닌 지방위성방송을 통한 드라마 수출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드라마를 제 값 받고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방송 초기 후난위성TV는 높은 가격에 드라마를 구입해 광고를 지나치게 많이 편성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높은 가격에 드라마를 수입하게 되면, 광고 증가는 물론 시장가격 인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장금>이 편당 1만불(8만 위안)에 수입됐는데, 중국 자체 제작 드라마가 통상 1편당 15만 위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높은 가격이 아니라는 것. 이에 따라 향후 한국 드라마의 중국 판권 가격도 보편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대장금> 열풍은 한류의 본질이 어떤 문화적 근원성보다 동적으로 변화는 대중소비문화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한국의 전통요소는 물론이고 음식이나 의료 등 대중 소비의 중심에 있는 핵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미 대장금 현상을 겪은 홍콩에서 나온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콩 링난(嶺南)대학 량쉬밍(梁旭明) 교수는 "대장금이 두 세대의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궁중이야기를 통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만족시키고, 아름다운 연기자와 배경을 소재로 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과 전통의학을 소재로 해 문화적 친밀성을 높였다"며 이를 <대장금>의 성공요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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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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