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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등 국제기관에서조차 종종 심각한 의제로 떠오를 정도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문제는 어느덧 우주적 문제 거리가 되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와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는 미성년자의 성폭행에 대한 '예방법'을 토대로 실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정적 '조치'에 들어갔다.

플로리다 주 의회는 지난 1996년 7월 1일 개인과 자녀의 안전을 위해 플로리다 주 거주자들이 자신의 집 주변에 성범죄자가 거주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소위 '메간법'(Megan's Law)을 통과시켰다.

이 '메간법'은 1994년 뉴저지에서 메건 니콜 칸카(Megan Nicole Kanka)라는 7세 소녀가 이웃집 남자에게 강간 살해된 것을 계기로 1996년 무렵 미국의 모든 주에서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은 부모와 아동 양육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로부터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과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을 근거로 해서 플로리다 주 정부는 성범죄 전과자가 이웃에 살고 있는지를 주민들이 직접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웹사이트를 마련해 놓았다. 과거에는 직접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거나 전화 등을 통해 성범죄자의 신상을 파악했던 것에 비해 훨씬 '진일보' 시킨 방법이다.

플로리다주 법무부 웹사이트(www.fdle.state.fl.us)의 성범죄자 리스트 관련 페이지(Sexual Predators/Offender)에 클릭해 들어가 자신의 거주지역 우편번호, 주소, 카운티 이름 등을 입력하면 성범죄 전과자가 자신의 거주지에 살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페이지에는 성범죄자를 단순 성범죄(Sexual Offender)와 상습 성범죄자(Sexual Predator)로 표기해 두고 있으며, 성범죄자의 사진, 주소 등 개인 신상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 플로리다주 법무부 웹사이트의 성범죄자 리스트 관련 페이지
ⓒ FDLE
성범죄자 인터넷 공개는 '현대판 주홍글씨'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캘리포니아에서도 일반 주민들이 14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게 한 '메건법'에 의거해서 플로리다 주와 유사한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했다.

캘리포니아 주 검찰에 의해 시작된 이 인터넷 서비스는 메건법으로 리스트에 오른 6만3천명의 성범죄자를 범죄의 경중에 따라 사진과 함께 거주지 주소 등 신상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이들 성범죄자가 이사를 하면서 사법당국에 거주 이전 통보를 하지 않았을 경우, 별표로 따로 표시를 해 두어 경계 대상으로 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자녀를 보호토록 해 두고 있다.

일각에서 '현대판 주홍글씨'라 불려지고 있는 이같은 성범죄자 인터넷 리스트 페이지는 현재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냐, 공공의 이익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검찰 당국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지난 21일 < LA타임스>에 "3500만명의 주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8만명에 이르는 경찰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라며 "이 인터넷 서비스 시스템은 공원이나 학교 근처 등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최적 시스템이다"라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이같은 인터넷 서비스 시스템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이미 플로리다 지역에서 이 같은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힘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같은 성범죄자 리스트 인터넷 서비스와 관련해 플로리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성범죄 전과자 옆집에 살고 있음" 팻말 논란

지난 3월 어느날 플로리다에서 보수적인 전통을 지니고 있는 나이 많은 백인 부유층 동네인 윈터파크시에 구켄버거라는 이름을 가진 성범죄 전과자가 이주해 왔다.

그러자 윈터파크시 경찰당국은 플로리다 주 법에 의해 이미 인터넷에 오른 그의 범죄 경력과 신상을 그의 집 반경 반 마일 이내에 있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통보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고, 자녀들의 등하교 길을 지키는 것은 물론 집밖 놀이터나 공원에 내보내지 않게 되었다. 불안에 떨던 주민들은 급기야 수차례의 회합을 갖고 그를 다시 이사하게 할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그 성범죄자의 옆집 잔디밭에는 팻말이 세워지게 되었는데, 그 팻말 위에는 "성범죄 전과자 옆집에 살고 있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 사진은 '우리는 그가 사라지기를 원한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올랜도 센티널 4월 2일자 7면. 죄측 아래는 '상습 성범죄자 이웃에 살고 있음'이라고 쓰여진 문제의 팻말.
동네 주민들은 팻말을 세워 놓은 것 외에도 시 경찰국장, 시장을 만나 특별 '감시'와 순찰을 요청했으며, 심지어는 그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까지 그의 기록이 담긴 전단을 우송했다.

지난 4월 2일 이 사실을 알고 인터뷰를 요청한 <올랜도 센티널> 기자들에게 주민들은 "현재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그의 집이 있는 골목 부근에만 12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면서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위험한 존재이므로 하루빨리 이 동네에서 사라지길 원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민들은 1996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이사왔던 한 성범죄 전과자가 결국 2년 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고 만 케이스를 들어 "이 같은 일이 우리 거주지역에서 발생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팻말을 세운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하여 주민들은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나 유치원 및 놀이터에서 1천 피트(약 300m) 안에 기거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제정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주정부에 서신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들의 주장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질 필요가 없으며 주거제한까지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자, '카인의 표지' 때문에 죽음당할 수도"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중앙플로리다시민자유연맹(Central Florida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앨런 루닌 전 의장은 <올랜도 센티널> 인터뷰에서 윈터파크 사건을 1692년의 '살렘 마녀 재판' 사건과 견주며 "주 정부 헌법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가?"라며 맹렬한 기세로 항의하고 나선 것.

루닌 의장은 "윈터파크 사건이 꼭 법정에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카인의 표지을 이마에 달고 있는 이들이 죽음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이 법의 인권침해 소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루닌 의장과 더불어 이 법에 반대하는 측들은 성범죄자의 신상을 만인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인터넷에까지 공개한 것도 잘못이고, 이같은 주민들의 행위 또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연방법원과 윈터파크시 시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연방법원은 이들에게 성범죄 전과자의 인터넷 공개에 대한 주정부의 권리가 정당하다는 답신을 보냈다. 윈터파크시 시장도 구켄버거의 이웃집 잔디밭에 세워져 있는 팻말에 대해서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물론 인권 단체들은 이같은 초반 '패배'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예방조치에 따른 주 정부의 인터넷 서비스나 주민들의 행태가 범법자에 대한 '행정력을 바탕으로한 집단적인 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흉악범죄자라 하더라도 이미 처벌받은 사람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등은 지나친 가중처벌이어서 이들이 '멍에'를 벗고 새사람이 될 기회조차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주정부들의 이같은 '서비스'에 대해 자신들의 책무를 일반 대중의 즉흥적 감성에 호소해 해결하려는 일종의 직무유기적 무능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법집행기관과 주민들은 아동 성범죄 발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것을 들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정보공개보다도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양측간에 접점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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