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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의 초상화 철거를 반박한 평양특파원의 기사
북한이 혁신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2005년)은 해방 60년이자 북한 노동당 창건 60년이 되는 해이다. 아울러 타 국가의 군사행위를 방어하기 위해 군사를 우선한다는 선군정치(先軍政治)를 발표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며, 또한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해다. 북한에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한해를 앞두고 돌아가는 정국은 심상치 않다.

이미 몇 차례의 다양한 풍문이 지나간 대북 관련 보도가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11월 중순, 북한의 일부 장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제거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이 소문은 부풀려져 급기야 11월 25일 경에는 '김정일 사망설'로까지 보도됐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대부분 억측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5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외교부 부부장이 이런 내용을 전면적으로 반박했고, 12월 1일에는 언론에 김정일 위원장의 도자기 공장 방문 기사가 실렸다.

가만히 있을수록 편할 수 있는데 북한은 왜 특정장소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철거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런 현상에 대해 북한 전문가와 미국, 중국의 주요언론은 “내년에 북한이 혁신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 식량난 이후 정보력 상실해 국면 선회

최근 필자가 만난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북한 소식통은 “최근 북한 내 변화는 내년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한편 내부 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고 내다봤다.

▲ 지안에서 본 북한 쪽 풍경.
ⓒ 조창완
김일성 사후에 지속돼 온 식량난으로 인해 북한 사회 내 정보통제가 불가능해지면서 북한이 자체적인 방어 능력을 상실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면적인 개혁 개방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중국 주요언론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등의 논지와 같은 맥락이다.

지속적으로 북한을 왕래해 온 이 소식통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수년간 진행돼온 북한의 전체적인 변화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북한 내에서 지난 60년 동안 이어져온 북한 정부의 정보통제력의 상실을 꼽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난이다. 신분 증명이 없으면 식량을 탈 수 없는 식량본(食糧本)은 식량 관리의 수단이자 사람들의 이동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가령 식량본이 없으면 출가한 딸의 집에 가도 밥을 먹을 수 없는 게 과거 배급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북한은 10년째 기근에 시달리면서 배급제의 기틀을 거의 잃었다.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자 북한주민들이 식량이 있는 곳을 향해 집단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많아졌고, 그것이 국경으로 이어지면서 탈북자도 증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 북한정부가 배급제의 축소, 시장의 확대 등 시장경제의 일면을 받아들인 것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행해진 위와 같은 조치는 성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

“과거 양식을 배급받는 위치에 따라 정착하던 이들이 식량이 있는 곳을 향해서 무작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말이나 신분에 대해 책임질 의무감이 거의 없는 유랑민이다. 당장 내일이면 어디로 떠날지 모르기에 쉽게 자신의 정보를 말하게 되고 결국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이 때문에 일사불란하던 북한 정부의 정보 통제도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은 중국의 국경 근처에 몰려들게 됐다. 이를 계기로 중국이나 방송을 통해 남한 정세는 물론이고, 북한을 위협하는 국제정세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이런 정보나 소문은 유랑민에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급속히 떠돌고 결국 내부의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 변했다."

특히 그는 북한 고위층 관리나 학자는 물론이고 고위층의 자제가 중국에 실용학을 배우기 위한 유학을 다니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으면서 전체적인 의식이 바뀐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베이징이나 톈진에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북한 유학생들은 물론이고 김책공대 등 대학교의 연구진 및 교수들이 중국의 실용학문을 배울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북한 정부에게 부분적인 조치가 아닌 대대적인 변화가 없다면 더욱 더 큰 위기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북한 정부는 지난 8월 3일 열릴 예정인 남북장관급 회담을 김일성 10주기 조문 거부를 이유로 결렬시킨 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망된다. 4월 김정일 위원장의 조심스런 중국 방문도 이런 포석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그는 우선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신의주 특구를 집중하는 방안 대신 상대적으로 유용한 측면이 많은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중국을 벤치마킹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중국과 미국 언론은 북한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하나

▲ 지안쪽 북한과 경계선. 한 발자국 거리의 북한과 중국 경계지역도 많다
ⓒ 조창완
<런민르빠오(人民日報)>가 발행하는 국제시사지 <환치우시바오(環球時報)>는 12월 1일자 신문에서 “미국과 일본의 북한 흔들기는 재선에 성공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경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첫 단초며, 중국은 이들의 보도와 달리 국경선에 인민해방군을 추가 배치한 일이 없다”고 보도했다.

시사신문인 <스지에신원바오(世界新聞報)>도 1일자 '미국이 북한의 정변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은 강경정책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다(美國散布朝鮮政變流言爲强硬政策做鋪塾)'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관련보도는 대북 강경책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중국 신문의 보도는 방어적인 측면이 강하다. 북한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동요가 일 경우 발전기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북한을 두고 말썽이 이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것도 중국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미국 언론은 부시 재선 이후 북한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김정일 위기설도 미국이나 일본 언론이 주도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과 달리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내 매체와 달리 “김정일 초상화를 일부 없앤 것은 체제ㆍ경제개혁 강화 포석”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끈다.

<타임>은 30일 발간된 최신호(12월6일자)에서 북한 내 반응과 중국측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위와 같이 보도했다. <타임>은 이에 대한 근거로 “200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을 넘어, 중국에서 25년 전 마오쩌둥 신격화 중단과 동시에 경제개혁을 추진한 것과 같은 조치가 시작된 것”으로 봤다. 또 이런 조치가 김정일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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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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