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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송산업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선전은 눈부시다. <질투>에서 시작하여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이 뭐길래> <보고 또 보고> <가을동화> <겨울연가> <명성황후>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중국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류의 중심 역할을 해 오고 있다.

▲ 베이징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유리구두>의 한 장면이다. 우리의 드라마가 중국 안방에 폭넓게 소개되며 한류의 중심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중국인들은 저녁 8시에 방영되는 <보고 또 보고>를 보기 위해 약속시간을 바꿔 가며 TV 앞에 모여들었고, 한 번 방영이 되고 나서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여 국경절 밤 10시에서 12시까지 CCTV-1에서 하루 2편씩 재방송할 정도였다.

드라마는 분당 제작비가 5000위엔 정도인데 중국 방송국의 구입가가 분당 1000위엔(우리 돈 약 13만원)에 달해 비록 직접적인 광고수입을 챙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중국인들에게 전파하면서도 일정 정도의 수입을 챙길 수도 있는 시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경 내 사랑>과 같은 한중 합작드라마가 제작될 정도로 드라마 분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방송산업의 현황

중국의 방송산업을 양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그야말로 거대한 시장이다. 2002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에는 358개 TV방송국이 있으며 2080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3억 7천만대 TV가 보급되어 있다. 칼라TV가 전국적으로 68%, 흑백이 39%이다.(백분율 초과분 7%는 칼라와 흑백이 모두 있는 가정의 경우이다.)

산간 벽지의 일부를 제외하고 TV는 이미 13억 중국인들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중국인은 하루 평균 155분(도시 181시간, 시골 147시간) TV 프로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방송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92년 0.27%에서 2002년 0.50%로 증가하여 매년 22.9%씩 성장하고 있다. 2002년 말 전국방송산업의 자산총액은 1663억위엔(우리 돈 약 25조원)에 달하고 있다.

중국에서 TV는 신문이나 잡지 등의 인쇄매체가 다가갈 수 없는 문맹이나 빈곤계층에게도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가 되어 있다. 우리의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중국 전역에 방영됨으로써 우리의 국가·기업이미지 제고와 문화전파에 큰 공헌을 하고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중국 자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광고시장이 형성되고 정치적 문화적 파급력 또한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방송매체의 힘이 거대하다 보니 중국정부의 통제와 독점적 경영방식도 다른 문화산업보다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방송 독점 경영, 엄격한 보도 통제

중국 방송산업은 그 양적인 규모에 비하여 방송내용의 독립성이나 경영의 자율성 등 많은 방면에서 아직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의 방송산업은 정부가 독점 경영하면서 보도에 대해서도 직접 관여하여 통제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뉴스 보도의 경우는 엄격한 당의 심사와 규제를 받고 있다.

매일 저녁 7시부터 30분간 방송되는 신원리엔뽀(新聞聯播)는 전국의 모든 방송국이 같은 시간에 의무적으로 방영하도록 하고 있다. 내용은 물론 공산당의 영도를 찬양하고 정책과 국정을 홍보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시장화가 가속화되면서 방송분야에서도 다양한 변화와 개혁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정치분야를 중심으로 방송이 철저하게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 11월 5일, < TV매체경제학 >의 저자 우커위(吳克宇, CCTV 근무) 박사가 베이징대학에서 강연하는 모습이다.
ⓒ 김대오
< TV매체경제학 >의 저자이면서 CCTV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커위(吳克宇) 박사는 방송산업이 정부의 관리를 받으며 당의 정책을 선전하는 기능을 수행해 오던 방식에서 5년 전부터 조금씩 산업화와 분권화의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시적으로는 정부의 행정관리 체제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는 목표에는 변화가 없지만 세부항목에서는 시장의 논리를 도입하여 기업화하고 각 지방 방송국마다 방송제작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스 발생 초기 언론이 철저하게 사스를 은폐 축소 보도하다가 베이징시장이 경질되고 사스에 대한 대응정책이 조정되면서 하루아침에 사스환자가 몇 백 명으로 늘어나고 보도의 시각이 완전 달라진 것은 중국의 방송보도가 직접적으로 정부의 손아귀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1월 14일 정부는 쓰촨성(四川)과 허난(河南)성 충칭(重慶)시 등에서 발생한 최근 폭동사건에 대해서 방침을 하달하였는데 언론매체가 자의적으로 그 같은 '악성 폭동 사건'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관영 신화사의 보도를 인용하는 정도에서 보도를 내보내라고 지시하고 이를 어기고 기사화할 경우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지침이다.

이것도 신문, 잡지 등의 인쇄매체에서나 가능하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TV에 대해서는 아직도 보도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이 보급되어 정보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면서 중국정부가 TV방송매체에 대한 자율권도 확대하나 기대했으나 오히려 인터넷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고 있는 분위기이다.

CCTV 우커위 박사는 정치보도에 대한 부분은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체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미세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자신들도 정부측과 함께 정치적 보도에 관한 방송 수위를 놓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음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정치이데올로기와 상업광고, TV를 타고 인민들에게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TV광고 시장이다. 2003년 중국의 광고수입은 145억달러로 전년 대비 28% 증가하였다.

1979년 처음으로 중국 TV에 등장한 광고는 방송을 독점하는 중국정부에게 엄청난 세수를 가져다주며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표방하며 개혁개방을 강화한 1983년 이래로 중국 광고시장은 2001년까지 매년 51.7%씩 급성장하여 왔다. 1998년 방송매체의 세수가 처음으로 담배의 세수를 넘어서 중국정부의 4대 세수원이 되었다.

2002년 전국TV광고료는 231.03억위엔으로 전년 대비 28.8% 증가하였으며 전국광고총액의 25.58%를 차지했다. 중국의 국영방송인 CCTV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3년 광고수입이 75억 위엔(우리 돈 약 1조 1천억원)에 달해 전체 수익의 90%를 차지했다.

TV가 중국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선전하며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한편으로는 시장경제체제의 첨병으로서 짭짤한 광고수익을 챙기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인지 다양한 '움직이는 TV'가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2004년 5월 28일, 31개 버스노선 1000대의 버스에 TV를 장착하여 343만 베이징 버스 승객에게 서비스를 시작했고 광저우(廣州)에서도 2004년 11월 1일부터 2000대 버스에 TV를 장착하였다.

핸드폰TV도 이미 계발을 마치고 시장화되어 현재 219만 고객이 사용 중이며 2008년까지 사용자가 2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공익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중국 방송산업의 개혁

지난 16대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의 결정은 방송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공익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던졌다.

정부의 정책성 보도를 강화하고 민족 특색의 문화사업을 장려하며 중요 문화유적 및 민간예술 사업을 보호하고 초기혁명 근거지, 소수민족 거주지, 변경, 빈곤계층에 대한 보도를 강화하여(四個扶持) 공익성을 담보하자는 것과 방송사업의 민영화와 중소방송국의 합병 등으로 경영성을 제고하여 상업성을 추구하자는 방안이 마련되어 추진 중이다.

정부는 방송국의 인사와 재정 부분에 대한 직접관리를 완화하여 간접관리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각 방송국은 집단화를 통해 지역 연고를 벗어나 보다 자율적인 경영과 고품질의 방송 제작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문화산업 전반의 딜레마이기도 한 이 '공익성과 상업성'의 화두는 각 부처의 주도권 경쟁과 갈등으로 쉽지만은 않은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또 상업성을 추구하고자 해도 행정적인 법규나 규정이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면 CCTV-5의 올림픽 방송을 타 방송사에서 녹화하여 방송할 경우 자체 광고를 못하게 되어 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겨도 어떤 법률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행정조치는 경고뿐이라고 한다.

상업방송이나 디지털방송분야에 진출 노려 볼만

중국 358개 방송국의 자체 프로그램 제작률은 아주 낮다. 국영방송인 CCTV의 자체 제작률이 40%이며 성급은 20-30%, 시급은 10-20%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제작 수준이 높은 우리의 대중문화가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를 공략한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중국의 TV를 통해 중국인의 안방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03년 6월 14일 개국한 디지털TV방송 쪽도 우리가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03년 이미 39개 방송국이 방송을 시작한 상태이며 2008년부터는 모든 방송을 디지털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치적 제약이 없는 상업방송의 경우 이미 선진국 방송사들이 진출해 있다. 우리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시장개척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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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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