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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딧물과 고추벌레의 등장으로 고추밭이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 마동욱
진딧물과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아파트 베란다에서 2년 동안 크고 있는 고추나무가 새 봄이 찾아오자 파란 새 옷으로 단장을 하고 하얀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올망졸망한 푸른 고추열매를 탐스럽게 맺었다.

늙은 노모는 태어나 평생 동안 농사만 짓고 살았는데 겨울에도 고추나무가 얼어 죽지 않고 다시 열매를 맺는 것은 처음 보신다며 무척이나 신기해 하셨다.

하루가 다르게 고추가 커가는 것을 보며 노모와 나는 무척 즐거워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어김없이 진딧물이 새순마다 까맣게 생겨났는데 이를 보고 노모는 작년 경험으로 봐서 반드시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그러나 나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식초를 물과 혼합하여 고추나무에 뿌렸다. 하지만 진딧물은 죽지 않고 고추나무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 진딧물은 여전히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마동욱
노모와 함께 고추나무에 남아있는 식초를 물로 닦아내고 다시 막걸리를 구해와 고추나무에 뿌렸지만 죽으라는 진딧물은 죽지 않고 고추 잎만 하얗게 변하더니 2년 동안 꿋꿋하게 버티던 고추나무가 금방 죽을 것 같았다.

우리는 고추나무에 물을 뿌려 겨우 살려 냈다. 고추나무는 겨우 살아났는데 진딧물은 완전히 죽지 않고 내성만 키워 다시 살아나 새순만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새순에 붙어 고춧잎을 먹고 있는 진딧물을 일일이 노모와 함께 손으로 짓눌러 잡았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진딧물 세상이 되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진딧물을 없애기 위해 머리에 사용하는 비듬약을 물에 희석시켜 뿌려 놓았더니 한동안 진딧물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사라진 것 같았지만 진딧물은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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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 취한 2년 된 고추



▲ 한 밤중에만 나타나는 고추벌레가 열심히 배를 채우고 있습니다.
ⓒ 마동욱
막걸리에 취한 2년 된 고추나무 기사를 읽고 많은 분들이 댓글과 이메일로 진딧물 퇴치법을 알려주셨다. 독자들의 처방에 따라 담배, 야쿠르트, 막걸리, 소주, 식초 실로 다양한 처방들을 시험했는데 진딧물은 잠시 수그러들다가 다시 살아났다.

요 며칠 전에는 고춧잎마저 뭔가에 먹혔다.

▲ 2004년 7월 첫날 잡은 고추벌레. 고추나무에서 떨어져 나오자 금방 죽었습니다.
ⓒ 마동욱
고추벌레 등장으로 최대 위기

밤이 되어 우연히 고추나무를 살펴보았더니 고추나무에 까만 벌레들이 겨우 살려 놓은 고춧잎을 열심히 갉아먹고 있었다. 무려 18마리나 되는 벌레들이 고춧잎을 먹고 있었으니 고추밭이 황폐화되기 일보직전이었다.

다음 날 밤에도 고추벌레 8마리를 잡았고, 또 다음 날 밤에는 5마리, 그제 밤과 어제 밤에는 각각 1마리를 잡았다. 노모는 고추를 하나라도 따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약을 사용해야 하며 화약비료인 요소를 고추밭에 뿌려야 고추나무가 잘 큰다며 자꾸 핀잔을 준다.

▲ 어머니는 "진딧물과 고추벌레 때문에 반드시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며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다"하고 충고하십니다.
ⓒ 마동욱
아내와 아들 녀석은 할머니와 아빠가 짓는 고추농사를 언제나 비하하는 발언으로 약을 올렸는데 고추나무에서 잡아놓은 고추 벌레들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아파트까지 쳐들어온 벌레의 치밀함과 한밤중에 우리 가족이 모두 잠든 틈을 이용하여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나 밤새도록 배를 채우고 사라지는 고추벌레의 등장으로 2년 된 우리집 고추나무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 첫날 잡아 놓은 고추벌레를 손자 녀석과 함께 보시더니 "봐라 농약을 쓰지 않고 고추가 되느냐?"며 한 말씀하십니다. 아들 녀석은 고추벌레가 징그럽다면서도 어떻게 나타났는지 궁금해 합니다.
ⓒ 마동욱

▲ 밤마다 고추벌레를 잡아내지만 날이 새면 어느새 놈들은 고춧잎을 또 먹어치웁니다. 아마도 새벽녁에 나타나 배를 채우고 도망치는가 봅니다.
ⓒ 마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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