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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유시민 의원이 "김혁규 총리 지명 반대 논거들 모두 근거가 빈약하다"면서 "지명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국회에서 인준권을 가지고 있으니 이 같은 절차를 따르면 된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며 전적으로 동감한다. 총리의 지명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에 대통령이 지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자격을 따져 보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지명이 예상되는 인물에 대해 언론 등의 여론이 자리에 합당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미리 따져 보는 것도 역시 민주 사회에서는 잘못된 것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매우 당연하고도 정상적인 행위들이 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연일 언론에 주요 문제로 다루어지며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인가? 사안의 깊은 속내를 모르고 보여지는 상황만으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모든 논란의 양상이 이전의 정치 형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데에 몹시 실망스럽고 몹시 걱정스러워진다.

반대를 하는 쪽은 여론의 향배를 말하고 고집을 하는 쪽은 절차의 정당함을 말한다. 서로가 옳다고만 하고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려 하지 않으며 상대의 주장을 이해하고자 하거나 믿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국민은 이러한 상황이 안타까운 것이다.

바로 얼마 전에 끝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는 국민을 걱정시키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며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위원은 아직 국회가 개원도 하지 않은 상태이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번 총리 지명은 대통령의 업무 복귀 후 국회와의 관련된 첫번째 정치 사안이다. 이렇듯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은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어찌 국민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재의 상황은 칼을 들고 대치하고 있는 양측이 서로 상대를 믿지 못하면서, 자신이 먼저 칼을 내려 놓을 생각도 없으면서, 네가 먼저 칼을 놓으면 나도 놓겠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 서로가 서로를 상대로서 인정하고 믿으려고 노력하고 인내를 갖고 이해를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고 옳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법은 매우 간단하다. 합리적이고 권위가 있는 중재자가 있거나 힘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쪽에서 먼저 너그러움으로 양보를 하면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중재자가 없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먼저 한번 물러서지 않으면 대치의 상황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의 김혁규 총리의 지명 건에 반대하는 논리가 타당하든 타당치 못하든 야당이 계속 반대를 하고 여론의 다수가 김혁규 총리를 바라지 않는다면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국가의 대사를 결정하는 문제를 너무도 단순한 논리의 대응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여야간의 깊은 불신과 힘의 논리가 우선하는 상황에서 눈앞의 승리보다는 정치 문화의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자세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번 기회를 우리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 양보 그리고 페어 플레이가 존재하는 큰 정치의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대통령의 정치 행위는 언제나 중요하고 힘의 권위는 항상 보여질 필요는 당연히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결정한 일이 나라를 위해 중요하고 올바른 판단이기 때문에 꼭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는 아집이나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힘의 논리에 의한 강박관념이 내재되어 있다면 이는 매우 위험하다. 권력의 모든 불행이 여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한 절차조차 부정되거나 행사할 수 없는 우리의 정치 상황과 모든 사안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되는 현실 속에서 내 주장의 옳고 그름보다는 대화가 가능하고 타협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현시점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이해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보다 더 중요하고 화급히 처리되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건전한 경쟁에 의해 순조롭게 처리되지 않고 혼란과 치졸한 다툼이 계속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그 많은 정치가가 자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힘주어 주장하였지만 과연 자신의 주장이 진실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는 정치가를 우리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번 기회에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그러한 모습을 연출해 주기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하여 여야 정치인 모두는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와 공방을 항상 거울삼아 보기를 바란다. 서민 경제가 너무도 어려워 많은 국민이 살기가 힘든 이때에 정치마저 짜증스러워져 정말로 살기 싫은 대한민국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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