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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작은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난 나폴레옹은 왜소한 체구를 가졌지만 천재적인 전략과 속전속결의 포병으로 유럽을 휩쓸었다. 그는 연전연승, 30대에 유럽 대제국을 호령하는 프랑스 황제에 올랐다.

나폴레옹은 '하루 세시간 만 잔다'는 등 전설 같은 일화를 많이 남겼다. 물론 그중 상당수는 잘못 전해진 허구다. 그의 목숨을 살렸다는 '네잎 클로버 이야기'도 진실인지 허구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한창 포탄이 나르고 있는 전쟁터에서 나폴레옹은 우연히 발 밑에 눈이 갔다. 토끼풀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중에 네 잎이 달린 클로버가 눈에 뜨였다.

망중한(忙中閑)이라고 할까. 왜 갑자기 그 바쁜 중에 땅바닥을 쳐다보게 되었을까. 아무튼 그는 신기한 그 네잎 클로버를 자세히 보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위로 엄청난 소리를 내며 적군의 대포알이 지나갔다. 위기일발, 만약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면 그는 이 세상사람이 아닐 뻔 한 것이다.

그때부터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나폴레옹의 목숨을 살렸다'는 이 일화가 꼭 따라 붙는다.

목숨을 건진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은 나폴레옹이 어떻게 그 희귀한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되었나 하는 것이 아니다. 눈 한번 깜박하는 찰라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오가는 살벌한 전쟁터에서 발 밑에 있는 엄지손톱 만한 조그만 풀잎파리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었나 하는 점이다.

즉 나폴레옹의 목숨을 건지게 만든 것은 네잎 클로버가 아니다. 그 장소에 클로버가 아니라 오랑캐꽃이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무슨 풀이 있었나가 아니라 나폴레옹이 그 풀을 쳐다보는데 마음을 주었다는 점이다.

입장을 바꾸어 보자, 우리가 만약 그런 경우에 처했을 때 그런 한가로운(?)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멀리 돌려 생각할 것도 없다. 현대인들은 매일 직장일과 집안 일에 몰려 전쟁처럼 바쁜 생활 속에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출퇴근길에 혹시 버스정류장 길옆에 자그마한 강아지풀들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을 눈 여겨 본적이 있는가. 아니, 머리위로 뭉게 구름이 가득 찬 여름하늘을 쳐다본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불볕더위가 찌는 듯한 바캉스철이다. 우리는 나폴레옹처럼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살벌한 생존전쟁터에 있다.

이 전쟁의 와중에서 우리는 '발 밑의 풀을 바라보는 나폴레옹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가. 며칠씩 주어지는 귀중한 휴가시간을 전쟁생각으로 뒤덮어 망치지 말고 발 밑의 풀잎을 한 번 굽어보자. 바로 우리에게 '행운'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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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일보편집국장역임), 광주비엔날레사무총장4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서당에 다니며 고문진보, 사서삼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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