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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빨개지는 아이<열린책들>
ⓒ 이민정
요즘 출판되는 책들에 몇 가지 불만이 있다. 똑같은 내용의 책들이 양장판으로 바뀌어서 가격만 많이 올리는 것, 내용은 얼마 되지 않는데, 그림과 글자 크기로 페이지를 늘리는것, 그래서 덩달아 가격도 올리는 것.

그러나 간혹 내용을 보면 정말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 글자와 함께 담겨 있는 그림들 덕분에 책의 가치가 높아지는 책들이 있다. 시시콜콜하게 설명을 하는 것보다 그냥 하나의 이미지를 전하면서 실제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삽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글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된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도 분량으로 따지자면 정말로 짧은 이야기이다. 한 페이지에 글이 길어야 4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글자가 오히려 보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림이 분량도 많고 재치가 있다. 넉넉하고 따뜻한 그림은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늘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 그러나 남들이 빨개질 때는 안 빨개지는 이상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 마르슬랭과 남들과 달리 언제나 재채기를 하는 르네의 우정을 담고 있다.

구성은 정말 단순하다. 남들과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가 가지고 있는 '다름'을 이해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헤어짐을 맞이하게 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그들은 여전히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다는 것이 끝이다. 유별난 사연도 없고 감동적인 글귀도 없다.

그러나 짧은 내용과 다양한 그림들을 보면서 단순히 그 내용만이 아니라 차이와 우정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 불안감을 준다.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수자들이 그럴 것이다. 장애인, 여성, 동성애자, 이주 노동자 등등. 차이는 곧 차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마르슬랭과 르네는 바로 서로의 아픔을 읽어낸다.

그 과정이 눈물겹게 쓰여져 있거나 자세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왜 그 둘이 남다른 우정을 만들어갈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서로의 상처를, 자신도 당해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싸안을 수 있는 것이다. 요란한 것을 하지 않고 그저 같이 앉아만 있어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어른을 위한 동화들이 많다. 정말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것을 읽고 말하는 어른들은 말이 많다. 아마도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단순해 지는 것보다 복잡해지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열린책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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