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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에게는 다양한 취업기회를, 기업에게는 인력관리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제도라는 사전적 정의를 들먹이지 않아도, 인재파견 혹은 인력의 아웃소싱이라는 것이 좋은 취지에서 생겼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이름부터 멋져 보이지 않는가? 설마 안좋은 거에 좋은 이름 붙였을까).

 

인재파견이 잘 적용된 나라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매일같이 꼬박꼬박 일하기보다는 연/개월 단위로 계약을 해서 돈을 번 뒤 그 돈으로 자신의 여가를 즐기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계약을 해서 일을 하고 돈이 모이면 다시 휴식을 취하는 생활을 반복하는데, 이는 정말 인재파견이 잘 적용된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파견을 쉽게 지원하는 분들을 보면 드롭쉽 타고 쫓아가서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기자는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회사에 파견직으로 약 반년간 근무를 한적이 있다. 그때 기자가 삼켰던 설움과 화를 뒤로 하고, 우리나라 파견직의 실상이 어떤가를 말해보겠다.

 

파견업무는 쉽게 말해 공사장 인력시장과 같은 원리로 이루어진다. 인부가 인력소개소에서 소개를 받고 건설회사 공사장에 가고, 그 공사장은 인부를 부린 대가를 인력소개소에 지불한다. 인력소개소는 건설회사로부터 받은 금액을 소개비 명목으로 일부를 뗀 후(기자의 노가다 경험으론 10% 정도) 인부에게 지불한다.

 

이 원리가 인재파견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일부 다른 게 있다면 인재파견에는 각종 복리후생(매달 생돈 떼이는 기분을 주는 4대 보험) 과 일하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다.공사장에서 반장이 제일 얄미울 때가 언제인가?

 

경험을 해본 이마다 다르겠지만 기자의 경험으론 반장은 담배피면서 노가리 까는데 난 폼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할 때였다. 벗겨져가는 하이바를 신경쓰면서 행여나 비뚤어지지는 않았나 살피며 폼을 쌓아 올리는데, 등 뒤로 들려오는 반장영감의 노가리 소리. 아, 그때 얼마나 담배가 땡기던지. 그래서 필자는 파견직원을 경험할 땐 그때를 그리며 담배를 태웠다. 사무실 안에선 정직원들이 각종 연말보너스를 받아갈 때에 말이다.

 

업무라도 다르다면...

 

부러운 눈초리만 던지겠지만, 그때 우리 파견직원들은 정직원들과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 정직원이라고 늦게 나오거나 파견이라고 야근안하는 거 없이 똑같은 업무를 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차별을 받을 때 파견직원이란 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왜 같은 일을 했는데 누군 손가락만 빠는 거냐"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회사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더니 그의 왈 "당신들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 파견회사(인력소개소) 소속이니 그곳에 요청을 하시오."

 

표적을 바꿔 파견회사에 전화를 하니 우리 회사는 보너스 같은 거 없다고 한다.

 

파견회사와 근무회사의 관계를 보면...

 

파견업체회사와 그 파견업체를 이용하는 회사는 평등관계라기보다는 그 후자쪽에 더욱 무게중심이 가해지기 때문에 회사간 거래에서도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파견회사를 이용하는 회사가 여차하면 파견회사를 바꿔버리면 파견회사는 귀중한 거래처가 공중에 날라가는 경우가 돼서).

 

그렇기에 파견직원이 소속한 그 파견회사는 근무시에 아무런 보호막도 되줄 수 없을 뿐더러, 자신들이 파견한 직원들의 의견수용에도 전혀 힘을 주지 못하지만, 그러면서도 매달 월급은 근무하는 회사->파견업체->파견직원을 통해서 오기 때문에 파견직원으로서는 당연히 다달이 생돈이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같은 일을 하는 정직원의 급여를 알게 되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들고, 파견직원 한 명당 근무회사가 파견업체에 지불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 기분이 더욱 굳어져 버린다(기자의 경험으로는 근무하는 곳에서 파견업체에 지불하는 금액과 제가 파견업체를 통해 받는 급여가 대략 월 20만원 정도가 차이가 났었는데, 이게 그나마 파견세계에선 조금 떼어가는 편이라고 한다).

 

앞으로 나서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당신들은 우리 회사사람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임금을 떼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당신들의 월급을 주는 거다!"라고 말로만 외치니 당연히 돈 떼이면서 사기 당하는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거고, 실제로 자신들 회사(파견회사) 직원이라고 강조를 하면서 연말이나 명절 때는 전화기를 꺼버리는 흔하디 흔한 일을 목격할 수 있다.

 

"200만원 주고 정직원 뽑느니 100만원 주고 파견 데리고 있자"

 

'200만원 주고 정직원 뽑느니 100만원 주고 파견 데리고 있자'라는 치졸한 장삿속으로 파견회사를 방문하는 기업주들. 대개 고객상담 혹은 관리쪽으로 파견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ex. T/M, 대면상담원, 빌딩경비 등) 이거 우습게 보지 마라. 고객관리하고 상담하는 거 하나하나가 다 기업 백년의 노하우다. 지금 당장은 파견 써서 총알받이로 세우는 게 편할지 모르나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글을 써보니 너무 부정적인 성격이 돼 버렸는데, 물론 파견으로도 좋은 곳들이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가 우리나라 현 파견세계의 대부분적인 실상이라고 할 수 있다. 파견업무가 어떤 것인지 감이 안오던 사람들이나 파견업무에 마냥 장미빛 환상만 가꿔오던 이들에게 조금 도움을 줬으면 하는 심정으로 기사를 마친다.


태그:#파견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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