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월 10일 화창한 봄날에 미친개가 사람을 물었어..."
"그날 그자리에서 너희들은 개자식!"

4월 10일 부평에서 있은 경찰의 폭력진압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경찰청 게시판에 올린 것 같은 글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대중음악계 그 중에서도 10대와 20대 초반의 남녀 혼성으로 이루어진 댄스그룹이 4월 10일 부평에서 있은 대우차 해고 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을 비난하는 노래를 부른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일부 락가수나 포크가수가 집회현장이나 문화제 등지에서 민중가요를 부른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댄스그룹이 그것도 자기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어서 민중가요 같이(?) 부른 적은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화제의 주인공은 남녀 5인조 혼성그룹 Z.E.N(젠)이다. 김동환(21) 군, 편우혁(21) 군, 김민선(18) 양, 이혜영(19) 양 , 이남가(22) 양 이렇게 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작년 8월 1집 음반을 발표하고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젠'은 데뷔 때 안무와 음악의 가능성으로 화제로 모았었다.

척 보기에 신세대 댄스그룹임이 분명한 이들이 "그 날 그 자리에서" 란 제목과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부평폭력만행을 보고...' 라는 부제를 달고 노래를 만들었다.

인터넷 방송 '노동의 소리(www.nodong.com)'에 들어가면 '젠'이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 글을 읽을 수 있다. '들불의 노래'등으로 유명한 민중가요 작곡가인 김호철 씨는 '젠'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느 날 손님들이 찾아왔다. Z.E.N이라는 낮선 혼성댄스그룹이었다.
"민중가요를 부르겠습니다."
"그동안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소위 상업가요판에 신물이 납니다."
"이제 저흰 민중가요를 부르며 노동자, 민중 투쟁의 현장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말 놀랐다. 때마침 민중가요작곡가 윤민석 동지와 함께 현장투쟁에 열심히 복무할 수 있는 노래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새로운 팀 결성을 논의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들과의 만남이 서너 번 이어지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노파심은 사라졌다.

그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노동자, 민중투쟁의 현장을 고민하고 있었으며 또 나름대로 함께 공부(학습)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나이다 싶은 Z.E.N 친구들의 노트엔 '신자유주의'부터 미국의 N.M.D,또 국가보안법까지 나름대로 토론하고 공부한 흔적들이 빼곡했다.

년 100여회 이상의 방송출연을 하던 소위 댄스그룹 Z.E.N. 그리고 그들의 충격적 반 자본 '선언'. 며칠이 흘렀다. 대우자동차동지들에 대한 경찰의 살인폭력만행이 저질러졌고 얼마 후 Z.E.N 친구들은 악보(?)를 들고 다시 녹음실(프로메테우스)로 찾아왔다.

'그 날 그 자리에서'라는 경찰의 부평만행을 꾸짖는 곡이었으며 그들의 변신 이후 첫 창작 랩이었다. 내용을 훓어보던 나와 윤민석 동지는 즉석에서 녹음할 것을 제안했고 망설이던 그들도 결국 동의했다. 단 몇시간에 녹음을 끝냈다. 더 잘 부를 수 있다며 많이 아쉬워하는 Z.E.N 친구들에게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위로하고 우린 곧바로 반주편곡및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랩. 소위 상업가요판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형식인 '랩...'. 상업가요판에서 활동하던 그룹 Z.E.N. 그리고 부평만행을 보고 거기 계신 노동자 형님, 오빠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그들의 작품 '그 날 그 자리에서'. 어쩌면 이제 공은 우리 민중문예진영으로 넘어왔는지 모른다.

화려한 조명과 팬들의 아우성을 뒤로 하고 자본, 반자본의 전선을 넘어 자본의 무기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온 Z.E.N. 이제 그들이 척박한 우리의 땅에서 그들이 가져온 무기를 들고 우리의 투쟁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가슴을 열어 그들을 껴안는 일만 남았다. <김호철>


'젠'의 활동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가져올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김호철 씨의 말처럼 '화려한 조명과 팬들의 아우성을 뒤로하고' 민중에게 다가온 '젠'임은 분명하다. 그들의 이 소중한 첫 발걸음이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대중음악계에는 각성의 계기가 되고, 피흘리며 투쟁하는 운동진영에는 힘찬 격려와 위안,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그 날 그 자리에서"(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4월10일 화창한 봄날에 미친개가 사람을 물었어 그 미친 
개가 주인을 물었어 주인인지 도둑인지 알수가 없었대 젠장 
된장인지 똥인지 가릴수가 없었대  왜,왜 왜
몇 년을 못 물었대 참고 또 참았대. 노벨상 받겠다고 꾹꾹
꾹 참았대  침만 꼴깍 삼켰대 침만 질질 흘렸대
널 미치게 만든 게 널 돌게 만든 게 어떤 놈인지 한 번 봐봐 
니 목줄을 잡고 있는 너에게 명령하는 그 놈들은 너희가
미쳤대 너무 너무 미쳐서 젊은 혈기로 그랬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젊은 혈기로 그랬대  그 놈들이 그 놈들이 
그 개자식들이 그래 그래 이해할게 이해해 또 이해한다.
팍팍팍 이해할께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꼭 알아둬
가슴속에 콱콱콱 새겨둬 내 머리를 박살내고 내 눈깔을 
뽑아도 내 가슴을 찢어놓고 내 뼈를 분질러도 그래 내가
죽어도 우린 내가 아닌 우린 동지이기에  우리는 끝까지 
일어나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우리는 분명히 승리한다. 승리한다 승리한다
그날 그자리에서 너희들은 개자식..
그날 그자리에서 너희들은 개자식!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