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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서 쓰고 버리는 배터리를 '1차전지', 충전 가능한 배터리를 '2차전지'라고 부른다는 건 이미 배웠다.

1차전지는 그냥 사서 쓰고, 안전하게 폐기하면 된다.
허나 2차전지는 '요령'이 필요하다. 재충전(Recharge)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어차피 충전세트를 구입했다면, 배터리 사용빈도가 높은 사람일 테고, 이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을 터.

이왕이면 '비싼값'을 제대로 치르게 하자.

'니켈'과의 숙명적인 운명, '메모리 효과' - "차라리 나를 베고 가소서"

현재 2차전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터리는 '니카드'(Nikel-Cadmium)와 '니켈수소'(Nikel-Metal Hydrid) 배터리다. 자신의 힘을 모두 소모할 때까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녀석이라서 애용자가 많다.

충전용 배터리와 충전기. '메모리 효과'를 이해한다면 잘 활용할 수 있다. 사진처럼 충전기에 여러종류(품종, 용량)의 배터리를 함께 충전하는 것은 좋지 않다.
눈치 빠른 분들은 금방 알았겠지만 이 녀석들은 공통적으로 '니켈'이라는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내부의 활물질로 사용된 수산화니켈(NiOH)에서 OH가 떨어졌다 붙었다 하면서 전하를 전달하는데, 이것이 바로 충전과 방전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서 치명적인 단점이 발생한다. 전지를 충전한 상태에서 조금만 사용하고 다시 충전하고, 다시 조금 사용하고 충전하는 행위를 반복할 경우 NiOH는 '고용체'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한번 생성되면 다시 복구할 수가 없게 된다.

예컨데, 철수라는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공기밥의 수가 10그릇이었다고 치자. 철수는 자신이 먹은 10그릇의 밥을 소화시키기 위해 운동장 10바퀴를 달려야 한다. 헌데 그만 이 녀석이 2바퀴만 달리고 2그릇의 밥을 먹고, 다시 2바퀴만 달리고 2그릇의 밥을 먹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렇게 하자 철수의 '위'는 자신의 식사량이 공기밥 2그릇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8그릇의 밥이 들어차야 할 공간에는 딱딱한 돌이 쌓였다. 지난 번 먹은 식사량을 기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메모리 효과'(Memory Effect)다.

앞서 얘기한 행위를 전문용어로는 'Shallow Charge-discharge'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조금 먹고 조금 싸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니켈을 포함하고 있는 배터리는 풀충전(100% 충전), 풀방전(남은 용량 모두 소진)의 방법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허나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매번마다 풀충전, 풀방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5번에서 10번 정도의 충방전에 한 번씩 풀충전과 풀방전을 해주어도 큰 무리는 없다.

철수가 자신의 식사량이 10그릇이라는 것을 잊기 전에 한 번씩, 운동장 10바퀴 뛰게 하고 10그릇을 먹이면 되는 것이다.('방전'기능을 내장하고 있는 고급충전기도 있다.)

니켈함유 배터리를 칼로 베고 결별을 선언하지 않는 한, 메모리 효과는 머리속에 '메모리'해 놓는 게 좋다.

또 하나 주의할 점, 너무 배불리 먹이지도 마세요

2차전지를 사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 가운데 하나가 '과충전'(Over Charge)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과식'보다는 '소식'이 낫고, 그것보다는 적당량의 식사가 좋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생긴 게 아닐까?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전용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전용충전기는 과충전 방지 '보호회로'가 장착돼 있다.
전지의 과충전을 막기 위해 요즘 나오는 중고급형 충전기에는 'IC 보호회로'가 장착돼 있다. 충전이 완료되면 자동적으로 '밥먹이기'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허나 싼 값의 충전기를 사용한다면, 절대 과충전을 피해야 한다. 이런 원칙은 니카드, 니켈수소, 리튬이온 배터리 모두에 해당한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충전시 급격히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다행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의 위험 때문에) 보호회로가 장착된 '팩' 형태로 유통되고 있고, 충전기 역시 해당배터리의 '전용충전기'가 보편적이다. 따라서 충전기에 이상이 생기지 않은 한, 특별히 과충전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보호회로가 없는 충전기를 사용할 때는 해당 배터리와 충전기에 표기된 정보를 통해 적정 충전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시간 계산법
충전시간 = 배터리용량 / 충전기 출력


예컨대, 1.2V 1000mAh 배터리를 1.2V 100mAh 출력의 충전기로 충전할 때 적정 충전시간은 10시간이 된다. 이때 오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10% 정도 더 충전을 하면 확실한 만충전 배터리를 얻을 수 있다.

허나 값싼 충전기에 자신의 출력치가 얼마나 되는지 표기돼 있기를 바라긴 힘들다.
일반적으로 니카드 배터리는 5-6시간, 니켈수소는 10-14시간 정도 충전하면 된다. 니켈수소 배터리의 경우 니카드용 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70% 정도밖에 충전이 되지 않으므로, 니카드-니켈수소 공용 충전기나 전용 충전기를 이용하는 게 좋다. (실내온도 역시 충전환경의 변수지만, 설명은 생략한다.)


그밖에...
배터리 사용시 주의할 점으로는


1. 섞어 쓰지 않고, '조'를 나누어 쓰도록 한다.
4개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총 8개의 배터리를 가지고 있다면 4개씩 2조를 나누어 함께 사용하고, 함께 충전해야 좋다. 또 용량이 다른 배터리를 섞어 쓰는 것도 안 좋다.
2. 충전시 여러 종류의 배터리를 함께 충전하지 말고, 같은 종류의 배터리를 함께 충전한다.
예컨대, 니카드와 니켈수소 배터리를 함께 충전하는 것은 좋지 않다.
3. 절대 '단락'(쇼트)시키지 않는다. 단락은 화재, 폭발의 위험이 있다.
4. 건전지에는 '가스방출기'라는 것이 있다. 이곳을 테이프로 막거나, 직렬연결한답시고 납땜해서는 안된다.
5. 분해하거나, 불, 물 속에 넣지 않는다.
폭발의 위험이 있다. 특히 리튬은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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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아는 만큼 오래쓰는 배터리의 세계
1.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배터리의 종류와 특성
3. 배터리와 환경,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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