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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인 박광작 교수는 8월10일자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독일 형법과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을 비교하면서 국가보안법 자체는 '중립적 도구'라고 했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닌지는 역대 정권의 공안탄압과 공작정치의 역사를 통해 검증된 바이기 때문에 여기서 더 언급하지 않겠으나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독일의 헌법 및 형법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박광작 교수는 "독일의 경우 공산 전체주의체제를 선전·찬양·고무하거나 나치주의를 내세우거나 기타 방법으로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질서를 파괴하는 활동은 금지된다. ‘전투적 민주주의(streitbare Demokratie)’라고 정의되는 이 방어적 독일 민주주의는 ‘사회적 시장경제’ 개념과 같이 독일헌법체제의 금과옥조로 여겨져 왔다."고 했다. 이 말이 어디서 오류를 범하는지 경상대 이창호 교수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다음은 경상대 이창호 교수의 글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하여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관념은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의 전면적인 자유민주주의가 나치스의 전체주의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경험에서 2차대전 후 서독 연방 기본법에서 규정함으로써 등장한 것이다. 한마디로 그 규정은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방어적 내지 전투적 민주주의의 이념으로 등장한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어떠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대체로 현재 보수적 헌법학자 및 대법원의 판례는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서독연방 헌법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free and democratic basic order)의 관념에 대한 연방헌법재판소의 해석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헌법학자인 김철수 교수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사회민주적 기본질서로 나누고, 전자에는 기본권 존중, 국민주권, 권력분립, 정부의 책임성, 법치주의, 사법권의 독립, 복수정당제를 들고 있다."

박광수 교수와 같은 경제학자가 아닌 헌법학자 김철수 교수의 글 어디에도 독일헌법에서 '이념과 사상-좌파 또는 우파'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가 된다고 말하고 있진 않다. 이렇듯 박광작 교수의 작문 오류는 전체주의 앞에 목적의식적으로 붙인 '공산'이라는 수식어에 있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기본인 자유민주주의의 반대어는 전체(독재)주의지 자본주의의 반대개념인 사회주의,공산주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 아닐까? 그가 붙인 '공산'이란 수식어는 독일을 미국이나 남한과 같은 절대적인 '반공국가'로 보게끔 만든다. 독일의 집권당은 사민당이고 사민당의 당수이자 총리인 슈뢰더는 '국제사회주의자'인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독일에서 파시스트 신나찌주의자들의 집회가 금지되고 단체가 불허됐다는 외신은 들어봤어도 좌파적 단체에 그럤다는 건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는 기본권의 존중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전체주의적 제약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권력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국가보안법을 존치하고, 그 법으로 다양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 까닭은 국가권력 자체가 전체주의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다수 국민의 안정적 지지에 의해 구성되지 않은 데에 기인한다. "

"과거 근대사회는 물론 현대사회에 있어서도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인간의 기본권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를 30종류 이상으로 형법에 비하여 가중하여 확대규정하고, 신체의 구속기간을 형사소송법의 일반규정보다 장시간 연장시킬 수 있게 하여 인권침해를 미리 예정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과는 멀어져 있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실제 운용에 있어서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인간정신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전체주의적 법운용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창호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독일에서 보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파괴활동이며 반체제적인 법률이 되는 것이다. 독일의 헌법학자나 정치가들이 자신의 법률과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동일하게 평가한 '조선일보'를 보게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지 않으면 다행이 아닐까?

박광작 교수와 조선일보는 한낱 말장난으로 시대의 퇴물 '국가보안법'을 감싸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심각하게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반국가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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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는 성남사람 박영기입니다. 노동조합 활동가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으로,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을 역임한 공인노무사로,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왔습니다.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뛰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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