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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교사


담임을 맡고 싶지 않다는 내 소망은 올해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담임을 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크게 낙담했다. 나는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담임을 맡아 왔다. 그래서 올해에는 당연히 담임 배정에서 제외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 담임을 맡아야 한다면,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능히 대신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담임을 맡아야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항상 비담임이어야 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만이 해를 거듭해 가며 몇 년을 계속해서 담임을 맡는다는 건 부당했다.

어쩌면 기대만 하고 앉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내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만 해도 정말이지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다. 늘 책상머리에 앉아서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는 동안, 내 주변에선 항상 내가 원하던 것과는 정반대의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전혀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교감 선생을 찾아가 담임 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아예 모모 교사의 이름까지 들어가며, 그들이 담임 배정에서 빠지게 된 이유를 물었다. 내가 수년간 담임을 맡으면서 교사 생활에 점차 넌더리를 내고 있는 반면에, 그들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매년 담임 배정에서 제외되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왜 그런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교감 선생은 내 말에 정색을 하며, 그들은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감 선생은 지난 수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서 내게 그 버거운 짐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자면, 당신 자신도 그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는 한탄조의 말을 뒤섞었다. 게다가 교감 선생은 은밀한 목소리로, 나한테만 말하는 것이지만 사실 자신은 그들에게 아무런 기대도 걸고 있지 않으며 그들이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사소한 믿음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교감 선생은 부드러운 낯빛으로 내 처진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그 바람에 이유 없이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렇듯 교감 선생 앞에 서서 그의 웃는 낯을 바라보며 잠자코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려니, 마치 내가 담임으로서 갖춰야 할 무슨 특별한 덕목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교감 선생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우직한 자네만 믿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 그 말을 충직한 자네만 믿네라는 말로 되새겼고, 그래서 속절없이 충직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 나는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이제는 그만 내 자리로 조용히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교감 선생은 내게 언젠가는 한번 특별한 일을 맡기고 싶다는 말까지 꺼냈다. 나는 그 특별한 일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물론, 충직한 나는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냐고 꽁생원처럼 지지하게 캐물어 따지지도 않았다.

그때 교감 선생은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사람 좋은 얼굴로 싱긋이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마침내 나는 교감선생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올해에는 담임을 맡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간단히 접어 버렸다. 담임을 거부하는 일로 교감선생의 믿음에 금이 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때 한 해만 더 고생하면 교감 선생도 내가 처한 부당한 현실을 바르게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교감 선생이 나를 믿고 의지하는 한, 나도 교감 선생을 믿고 따라야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결코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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