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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은 늘 부족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자원과 연관돼 있다. 편리를 좇는 인간의 욕망은 대부분 자원을 소모하며 충족된다.

특히 뉴스 기사에서 몇 번씩 봤을 '희토류'는 기술발전과 함께 몸값이 급상승한 자원이다. 때론 국제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혹시 자신과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질문을 바꿔보자. 매일 뺨에 맞대는 휴대전화 속에 '희토류'가 들어 있단 사실을 아는가.

날로 필요성을 더해가는 희소 금속을 둘러싼 빛과 어둠 <금속 전쟁>
▲ 책표지 날로 필요성을 더해가는 희소 금속을 둘러싼 빛과 어둠 <금속 전쟁>
ⓒ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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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전쟁>(반니)은 '희토류'를 비롯한 희귀 금속이 왜 귀한 대접을 받게 됐는지, 그로 인한 갈등과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 할 고민을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 모든 사실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래에 대한 여러분의 관점이 무엇이든 간에 희귀하고 꼭 필요한 금속을 확보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일은 오늘날 석유를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환경, 인간의 삶, 정치적 동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에 걸쳐서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 <금속 전쟁> 맺음말 중에서

책에 따르면 희귀성의 극단에 선 금속은 '프로메튬'이다. 신화 속 영웅인 '프로메테우스'에서 따왔다.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인물이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의 존재를 추측만 해오다가 1963년에야 이 금속을 확인했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희토류'

과학자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프로메튬이 약 586g 정도라고 추정했다. 만약 프로메튬이 충분하기만 하다면 수명이 수십 년에 이르는 전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 좀 번거롭지만 우리는 프로메튬 대신 '백만돌이'처럼 힘센 건전지를 잘 사용하고 있다. 자주 교체만 해준다면 꼭 이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희토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꼭 쓰여야만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거대 규모의 '희소 금속' 시장이 생겨났다.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할 축전기 재료가 알루미늄에서 탄탈럼으로 대체되면서부터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해마다 거의 10억 개 가까이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탄탈럼은 필수다.

유로퓸은 TV나 모니터의 액정에서 빨간색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금속 외에 다른 어떤 화학물질도 그 색을 정확하고 일정하게 재현하지 못한다. 정보 송신 속도와 효율성을 증가시켜주는 어븀은 구리 통신선을 대체하는 광섬유 케이블 코팅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구 자성을 지닌 네오디뮴은 헤드폰, 스피커, 마이크, 하드드라이브 등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그 밖에 로듐, 루테늄, 팔라듐, 텔루듐, 레늄, 오스뮴, 이름만으로는 당최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금속들이 '지구에서 가장 희귀하지만 일정량이 꼭 필요한 금속의 대열'에 합류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희소 금속이 환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1970년대 이후에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판매된 모든 자동차에 장착된 촉매 변환 장치에는 백금, 팔라듐, 로듐이 사용되었다. 이 장치에는 백금이나 팔라듐, 로듐이 5g 살짝 넘는 정도로 들어 있을 뿐이지만 이 적은 양의 금속이 촉매 역할을 해서 일산화탄소를 환경에 무해한 수증기로 바꾸어 배출하도록 해준다. - <금속 전쟁> 본문 중에서

1초 만에 사라진 '주기율표'의 원소들

희토류는 총 17가지 금속을 지칭한다. '희토류'의 '희(稀, rare)'가 보통 드물다는 의미로 쓰여 혹시 이들 원소를 어떤 형태로든 찾아보기 힘들단 선입견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17가지 희토류 원소 중 대다수는 전혀 희귀하지 않"으며 "지구 표면에 제법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유로퓸, 네오디뮴, 이터븀, 홀뮴, 란타넘은 우리에게 친숙한 구리, 아연, 니켈 등과 거의 같은 양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이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이 금속들의 수요는 높은데 정제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적당량이 골고루 분포해 있지만 채취하기에 적당할 만큼 집중된 곳을 찾기가 어렵다. 한 마디로 '너무 고르다'는 말이다.

여기에 몇 그램 저기에 몇 밀리그램 하는 식으로 매장되어 있으므로 한곳에 집중된 광산을 찾기가 힘들다. 그뿐만 아니라 설사 발견하더라도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처럼 매우 적은 양씩 지표면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이 17가지 금속을 추출하고 정제해서 산업 용도로 쓸 수 있는 질과 양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 <금속 전쟁> 본문 중에서

혹시 학창시절 지겹도록 외웠던 '주기율표'를 기억하는가. 이 주기율표에 포함된 118개의 원소 가운데 19개는 지구 상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원소들은 과학자들이 원자와 입자를 초당 수천 미터 속도로 충돌 시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태어난 신생아 원소들은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삶을 살고 사라지며 대신 주기율표에 이름을 남겼다.

새로운 원소를 찾기 위해 인류는 점점 더 격렬하고 정교한 충돌을 만들어야 했다. 충돌을 통해 새로운 원소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충돌의 결과물이 대부분 실패로 분류되더라도 말이다.

이런 노력을 하다가 탄생한 게 '사이클로트론'이란 장치다. 이 장치는 이온화된 입자를 쏘아서 엄청난 속도로 목표물에 가서 부딪히게 만드는 입자가속기의 초기 형태다. 이 충돌로 변형된 입자가 생성되면 그것을 연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장치를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추축국보다 10년 앞서 만들었다. 독일은 전쟁이 끝나기 몇 달 전에야 사이클로트론을 제작했다. 덕분에 플루토늄과 넵투늄이 만들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원자폭탄을 만드는 '맨해튼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만약 독일이 미국보다 앞섰다면 지금 세계는 여러모로 많이 다를 게다.

이렇듯 조금 단조로워 보일지 모르는 행위라도 과학자들이 단 하나의 원소라도 발견해보고자 애쓰는 이유는, 그렇게 탄생한 물질이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지 모를 문제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어딘가 숨어 있을지 모를 '슈퍼 금속'을 찾고 있다. 그러나 책은 현재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금속들이 아마 미래에도 인류가 사용할 거의 유일한 물질이 아닐까 전망했다. 새로운 금속을 찾기보다는 기존 원소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데 인간의 창의력이 쓰일 것이란 의견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창출된 새로운 물질(혹은 용도)이 인간의 조금 더 '편한' 생활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 위에서 언급한 자동차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사례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금속 전쟁> (키스 베로니즈 지음 / 임지원 옮김 / 반니 펴냄 / 2015.10 / 1만6000원)



금속 전쟁 - 기술발전과 욕망, 갈등이 교차하는 희소 금속의 세계

키스 베로니즈 지음, 임지원 옮김, 반니(2015)


태그:#금속 전쟁, #희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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