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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북한강 상류에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다. 돌이 달가닥거리는 척박한 땅을 일궈내던 농부에게 몇 년 전부터 행운이 찾아왔다. 밭을 갈아엎다 우연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난 것이었다.

거위는 어느 날부터 알을 낳기 시작했다. 하루는 알을 집어 들다가 깜짝 놀랐다. 모양은 분명 거위 알인데 여느 때보다 따끈하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야? 알 색깔이 날마다 변하고 있잖아?"

처음엔 '생 알, 잉걸 알'이다가 어느 날부터 '버금 알, 으뜸 알, 오름 알'로 변해갔다.

KBS '6시 내고향'을 감자밭에서 녹화하는 장면이다. 앞이 원로배우 박용식 님, 정면이 윤희경 본인, 오른쪽은 집사람이다. 6시 내고향에 출연하고부터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었다.
 KBS '6시 내고향'을 감자밭에서 녹화하는 장면이다. 앞이 원로배우 박용식 님, 정면이 윤희경 본인, 오른쪽은 집사람이다. 6시 내고향에 출연하고부터 갑자기 유명인사(?)가 되었다.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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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부는 이 알을 '황금알'이라 부른다. 그동안 거위가 난 알들을 세어보니 오름알 11, 버금알 145, 잉걸알 171, 생알이 3개다. 이 알들이 신통하기만한 것은, 이 알들을 보고 있는 순간만은 더 이상 가난한 농부가 아니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농부의 알 소문이 입소문을 타면서 알 값이 심심찮게 상한가를 탈 때도 있다. 알 한 개의 오만원도 받고, 때로는 알과 현물 교환을 할 적도 있다. 또 알 낳는 거위와 둥지를 보려고 손님들이 먼 곳에서 찾아와 알을 직거래할 때도 있다. 가난한 농부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농부가 아니다.

윤희경의 산촌일기 '그리운 것들은 산 밑에 있다.'를 방문한 농촌체험단, 올 겨울 행사 때 사진이다.
 윤희경의 산촌일기 '그리운 것들은 산 밑에 있다.'를 방문한 농촌체험단, 올 겨울 행사 때 사진이다.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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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내가 오마이뉴스를 만난 건 행운이다. 십오 년 전 귀농할 때만해도 시민기자가 되어 글을 쓰게 되리란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우연히, 참 우연한 순간에 친지 권유로 오마이에 글을 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사는 이야기' 기사를 쓰고 있다.

쪽빛강물이 흐르는 북한강상류를 따라 시골마을로 들어와 농사를 지은 지 여러 해가 되어간다. 숲으로 둘러싸인 산 끝자락에 오두막하나 지어놓고 살다보니 산(山)사람이 다 되었다. 눈을 뜨면 보고 듣는 것이 물소리 바람소리, 꽃과 나무와 새, 맑은 햇살과 흙냄새이다.

농사를 지으며 기사를 쓴다. 때로는 청설모, 다람쥐, 토끼, 너구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이슬 한 방울에도 감탄하며 산촌일기(山村日記)를 엮어나가고 있다. 동안, '고향이야기'를 주제로 글을 쓰며 고향을 잃어버렸거나 그리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고향과 구수한 흙냄새를 전갈해주고 있다.

농촌공사에서 펴낸 귀농선배의 지침서'달콤쌉싸름한 전원생활'
 농촌공사에서 펴낸 귀농선배의 지침서'달콤쌉싸름한 전원생활'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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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 틈틈이 짬만 나면 논밭이나 산과들을 쏘다니며 기사 감을 모으고 사진을 찍는다. 누가 보면 '미치지 않고서야'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거리며 분주를 떨어대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을 말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그 이야기를 다하자면 족히 한나절은 돼야 끝이 날성싶다.

동네 사람들은 나를 보고 '글 쓰는 농부'라 한다. 시간만 나면 농사일을 하다 말고 사진을 찍고 기사거리의 메모를 하며 바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논두렁에서, 때로는 밭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글을 쓰고 기사를 작성한다. 그 동안 카메라를 논물에 빠뜨려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면 어지간하다 할 것이다.

오마이에 기사가 오름과 버금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내 삶을 떨리게 하는 순간'과 '황금알을 낳는 농부'가 되어 감을 실감한다. '그래, 그것은 분명 내 삶을 떨리게 하는 순간'들이다. 원고청탁, 방송사 출연, 지방신문 칼럼, 교차로, 농업신문, 사진 게재 요청들이 그것이다.

KBS '9시 뉴스' 녹화 현장, 윤농부네 앞마당이다. 경제부의 이수연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KBS '9시 뉴스' 녹화 현장, 윤농부네 앞마당이다. 경제부의 이수연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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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는 KBS '6시 내고향', KBS 9시 저녁뉴스, 강원 GTB '아침마당'에 출연, 연합뉴스와 세계일보의 기사화 된 적도 있다. 기사연재를 지금까지 하는 곳도 있다. 농촌공사 '웰촌 전원생활', (주)북집 '네오넷코리아'에는 원고청탁을 받아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농촌공사에서는 '달콤쌉싸름한 전원이야기' 책도 내주고 초청강사 위촉도 받아 귀촌선배이야기 강의도 한다. 2008년 정보화마을 인빌뉴스 '올해의 우수기자'로도 선정된 바 있으며, 월간 '공무원연금'지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윤희경 기자가 정보화마을 2008년 '우수기자'로 선정돼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상금을, 강원도지사로부터 상장을 받았다. 사진 속에 명단이 보인다.
 윤희경 기자가 정보화마을 2008년 '우수기자'로 선정돼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상금을, 강원도지사로부터 상장을 받았다. 사진 속에 명단이 보인다.
ⓒ 윤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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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금 살고 있는 솔바우 마을에 '녹색농촌체험마을'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올 4월엔 그 동안 오마이에 발표했던 기사들 중 70여 편을 골라 ‘그리운 것들은 산 밑에 있다.’는 제목으로 포토에세이를 발간할 준비 중에 있다.

직접 운영하고 있는 '북한강이야기' 윤희경 수필방은 회원이 870명이다. 특히 농촌과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여성회원들이 많은 것도 좀 특이한 자랑거리다. 회원층도 다양하여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미국, 남미까지 다양한 계층이 자주 찾아오곤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크고 작은 일들이 모두 '오마이뉴스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얻게 된 행운들이며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 오마이뉴스는 '내 삶을 떨리게 만든 순간'들의 연속이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떨림'을 나에게 선사할 것이다.

'영원하여라, 오 나의 뉴스여! 가난한 농부의 황금알이여, 나의 떨림이여!'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일' 응모글



태그:#창간 9주년, #농촌체험'그리운 것들은..', #전원생활 지침서, #오마이뉴스 , #6시 내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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