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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서기 2008년 7월, 인간은 전멸의 위기를 맞이했다. 핵무기보다 훨씬 파괴적인 초강력 전자무기는 순식간에 인류의 반을 전멸시켰다. 거대한 지각변동으로 지축은 기울어지고 다섯 개의 대륙은 완전히 쪼개져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이 짧은 글은 만화 ‘미래소년코난’의 배경이다. 만화의 배경인 2008년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초강력 전자무기는 없지만 그에 버금가는 아니 오히려 더욱 위협적일지도 모르는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가 우리의 미래를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더 이상 환경과 관련된 뉴스를 듣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10월이 지나 11월이 오고, 나아가 2009년이 된다면 ‘미래소년코난’도 더 이상 미래에서가 아닌, 우리 곁의 소년이 되어 지구온난화와 지속가능한 환경을 함께 고민할 것이다.

 

157명 (환경교사 평균 임용지원인원), 그리고 0명...

 

지난 10월 8일 2009년 중등 임용시험 시행공고가 있었다. 한 달가량 남은 시험,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 앞으로 몰렸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이상의 노력들을 절망의 순간으로 몰아넣는 데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확인되었다. 그 어디에도 환경과목을 신규임용하는 교육청은 없었다.

 

1. 2009년도 환경과 TO가 한명도 안났다구요?

 

먼저, 2009년도 중등교사 신규임용 환경과 TO 0명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신규임용 정원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김이경의 주요국의 교원 정원관리 시스템 비교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제8조 및 제34조, 그리고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8조 및 제10조 등의 법령에 의하여 교원 정원관리권은 행정자치부(지금의 행정안전부 이하 동일)장관에게 귀속된다.

 

교원 정원을 결정하기 위하여 매년 교육인적자원부(지금의 교육과학기술부 이하 동일)에서는 16개 시․도교육청을 통하여 각 지역의 연간 교원 소요를 파악한다. 그러나 신규 정원의 산출은 행정자치부 및 기획예산처(지금의 기획재정부 이하 동일)와의 협의과정에서 교육 부문 배정 비율의 한도 내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신규 교원 정원은 교육 여건이나 수요의 변화보다는 타 부처와의 형평성, 재정적인 여건이 고려되며, 교육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관장하는 시․도교육청이나 교육인적자원부보다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신규임용 TO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의 소관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해 봉급을 줄 전체교사수를 기준으로 인건비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는 부분을 신규임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덕분에 법정정원과 신규임용인원간에 간극이 발생한다. 이러한 절차는 또한 교원의 장기 수급대책이 적절하게 나오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우리나라 교사 정원은 OECD지표에서 최하순위이며, 이는 현재 법정 정원의 80%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또한 행정적, 재정적 관점이 교육적 관점을 제한하고 나아가 정원관리의 기준이 됨을 시사하고 있다. 2620명의 전국에서 환경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중 매년 퇴직률을 감안했을 때 예상 퇴직자 수는 2620명의 1.4%수준인 36여명이 줄어들게 되지만 2005년 이후로 신규임용 인원은 36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한자리수를 맴돌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과부를 비롯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의 환경교육에 대한 인식이 교육적 차원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또한 지난 9년간 전국 환경교육과 5개과 학생들의 정원을 기준으로 임용비율을 계산하였을 때 7%정도의 임용률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지원인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임용률은 5.7%정도선이다.) 이 또한 전체 사범계계학과 임용률과 비교했을 때 1/4에서 1/3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학교환경교육의 교원수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는 나아가 학교환경교육의 위기로 드러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저탄소 녹색성장'을 향하는 고장 난 내비게이션?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신국가 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녹색성장이란 환경과 경제가 상충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양자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 개념이며, 기존의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경영과 유사한 개념임을 암시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온실가스 줄이기 국민실천 운동인 '그린 스타트 운동'을 발표하고 "학생들의 기후변화 교육과 동아리 활성화 지원 등 기후변화 서포터즈 양성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스타트 운동"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과 교육정책은 엇박자를 놓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문제, 봄철만 되면 찾아오는 황사, 광우병과 멜라민과 같은 문제도 기술과 공정한 시장 나아가 포괄적인 환경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가까운 미래에 경제가 산업보다도 환경과 긴밀한 연관을 맺을 것이라는 예측을 낳기에 충분한 조건이 되고 있다. 이보 더 부어(Yvo de Boer)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장은 지난 9월 9일 방한하여 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2008.10.8)한 국가경쟁력 13위(WEF에서 발표(2005년)한 환경지속성지수(ESI)는 조사대상 146개국 가운데 122위로 세계 최하위권이다.)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은 당연히 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쿄토메커니즘을 이행한다면 온실가스 배출권과 관련하여 한국경제에 핵심적인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교육의 입지가 점점 줄어든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소위 환경 친화적인 국민의식의 향상 없이 ‘저탄소 녹색성장’이 가능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입시 열풍’에 녹아내리는 환경 교육, 중앙일보, 2008.07.14

수원의 사립 Y고 배모(34) 교사는 교감에게 “환경 과목 대신 공통과학을 가르쳐 보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 환경 과목을 없애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 교사는 “다른 과목을 가르쳐야 할지 몰라 교육대학원에 등록했다”며 “환경 교육의 가치가 아직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환경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로 교육 과정 운영이 자유로워지면서 학교들이 입시 위주로 교육 과정을 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환경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지정했던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지역 교육청도 자율화 흐름에 따라 지침 폐지를 검토 중이다. 환경 과목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제안해 1995년 중·고교 과정에 도입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환경분야에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점점 아이러니가 되어가고 있다. 굳이 대운하와 같은 국책사업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고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환경교육의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환경교육을 활성화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환경교육진흥법’제정(2008.3.21)이후 환경교육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커진다.

 

영국은 모든 교과 내에 환경교육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환경교육협회를 통해 환경적 소양(environmental literacy)을 강조하며 한국보다 환경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은 환경교육을 생애학습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환경교육의 ‘장’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이 이토록 환경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속가능한 사회,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선 환경교육을 통한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08년 불온서적의 저자로 지정되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던 촘스키는 다음과 같이 환경파괴로 인한 경제체제의 붕괴를 지적,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현재의 경제체제가 붕괴된다면 그 이유는 금융위기나 생태환경의 재앙일 가능성이 크다. 대중의 각성과 경계 이외에 현 사회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은 없다....환경 재앙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누구도 목소리를 높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자면 교육이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서동재기자는 대구대 사범대학 환경교육과 학부생입니다.


태그:#환경교육, #임용TO, #국제중, #일제고사, #녹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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