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5 17:52최종 업데이트 23.11.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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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위에 비친, 20km 속도 제한 바닥 조명. 마포대교 북단. ⓒ 성낙선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려면, 먼저 면허증을 따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타는데도 일반적인 교통 상식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중에, 먼저 자전거와 관련한 교통 법규가 있다. 그리고 자전거도로 위에도 다양한 교통 표지판들이 있어서, 그것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사이에도 서로 지켜야 하는 예의라는 게 있는데 그것도 알아야 한다. 한강공원에 놀러 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 좀 타려고 하는데 뭐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자전거가 더 이상 단순한 놀이 기구나 운동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전거도로 회전교차로, 여의도 부근. ⓒ 성낙선


그건 우리가 자동차를 놀이 기구나 운동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자전거도로가 있는 곳에서는 자전거가 자동차 못지않게 위험한 물건이다. 따라서 한강공원에 놀러 갈 때는 자전거를 타든 말든 자전거도로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가는 게 좋다. 그걸 게을리하면, 원치 않은 일을 겪을 수도 있다.

요즘 한강공원 자전거도로에서 전에 없던 풍경들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 몇 년 새 한강 자전거도로에 자전거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그같은 변화가 마냥 반갑지 않다. 거기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속도 감지기. 난지 한강공원. ⓒ 성낙선


과속이 자전거사고의 주범

자전거사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공원 내 자전거사고가 202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매년 100여 건에 이른다. 그중 자전거와 자전거,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가 가장 심각하다. 그런 사고들의 주요 원인으로는 추월, 중앙선 침범, 급격한 방향 전환 등이 꼽혔다.

자전거 단독으로 일어나는 사고도 다른 사고만큼이나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경우 휴대폰 사용 등 안전 의무 불이행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런 사고들 탓에 요즘 한강에서 앰뷸런스나 경찰차를 보는 일도 잦아졌다. 이쯤 되면,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안전 교육을 먼저 실시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 한강공원에 가면 보게 되는 섬뜩한 경고 문구. 여기에도 속도 감지기 설치돼 있지만, 현재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지기에 고장이 자주 일어난다. 뚝섬한강공원. ⓒ 성낙선

 
가장 큰 문제는 자전거 과속이다. 과속이 사고를 키운다. 자전거도로에도 속도 제한이 있다. 시속 20km이다. 한강공원이 여느 유원지만큼이나 번잡한 장소인 걸 고려하면, 20km도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다. 하지만 이 규정을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과속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속을 막기 위해 다양한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다. 일반차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교통 표지판들을 자전거도로에서도 봐야 하는 일이 더는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자전거도로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20km 속도 제한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자전거도로 위에 횡단보도를 그어 놓은 게 무척 낯설어 보였는데, 그것도 익숙해졌다.
 

왼쪽 자전거도로 위에 횡단보도가 수 미터 간격으로 연이어 나온다. 게다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아 보이는 곳. 뚝섬 한강공원. ⓒ 성낙선

 
지난해 말엔 자전거도로 위로 속도 감지기까지 등장했다. 이 감지기는 그 밑으로 자전거가 지나갈 때마다 주행 속도가 표시되고, 동시에 그 속도가 20km를 넘어갈 경우 제한 속도를 지켜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게끔 설계가 되어 있다. 이 장치는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앞으로는 한강 자전거도로 전역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난지 한강공원에서는 저속자전거도로를 볼 수 있다. 자전거 운전이 미숙하거나 어린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때 사용하도록 만든 자전거도로다. 이런 식으로 한강 자전거도로도 시대 상황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도 현재 한강 자전거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시속 10km 표지판이 서 있는 저속자전거도로, 난지 한강공원. ⓒ 성낙선


게다가 한강 자전거도로를 위태롭게 만드는 데는 퀵보드와 전기자전거도 한몫한다. 그러면서 자전거도로 위의 교통 상황도 자전거만 다니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전기자전거 같은 경우, 시속 25km 이상일 때 작동이 되지 않고 전체 중량이  30kg 미만일 경우에만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그같은 조건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수위를 높여가는 규제

자전거사고를 방지하는 데는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 예방을 전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한테만 맡겨놓을 수도 없다. 자전거사고에는 보행자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꽤 있다. 자전거를 타지도 않는데 무슨 자전거사고가 날까 싶지만, 그 이상한 사고가 자전거도로 위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분리되어 있는 가장 좋은 예. 이촌 한강공원, 양버들 산책로. ⓒ 성낙선

 
한강공원 자전거도로는 보행로와 근접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 위를 수시로 건너다니는 걸 보게 된다. 그중에 간혹 자전거도로를 보행로로 착각하고 그 위를 한가롭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심지어 자전거도로 위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걸 보면, 불안불안하다.

자전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제동 거리도 길다. 보행자들 중에는 자전거가 알아서 피해 가겠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가 그렇게 친절하지 않을 때가 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도 자기 자전거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일이 의외로 자주 발생한다.
 

망원 한강공원 나들목. 입구에 자전거 통행을 조절하는 차단봉이 설치돼 있다. ⓒ 성낙선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선을 하나 그어 놓은 것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수시로 생겨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금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녹지대 같은 것을 만들어서 완전히 분리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그렇게 해 놓았어도 여전히 이 둘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난다.
  
그래도 이 모든 사고의 중심에는 항상 자전거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은 대부분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들이다. 과속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횡단보도가 보이면 무조건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를 잘 살펴야 한다. 나들목 같은 곳을 통과할 때는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사항들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난지 한강공원 횡단보도에 설치돼 있는 경고등. 자전거가 접근하면, 조명이 들어오고 경고음이 울리게 되어 있다. ⓒ 성낙선

 
이런 이유들 때문에, 최근에는 보행자들이 많은 지나다니는 자전거도로 횡단보도에 경고등이 설치됐다. 그리고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몇몇 나들목 입구에는 아예 차단봉이 세워졌다. 과속을 막는 장치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법과 제도를 따로 만들어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강공원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까지 이러저러하게 규제를 받아야 하는 삭막한 세상을 만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전거사고 방지를 사람들의 의지에 맡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자율도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타율이 자율을 대체할 것이다.

자전거도로 위의 교통질서가 갈수록 혼잡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11월 초 한강공원 내 자전거도로 일정 구간에서 속도를 시속 20km 이내로 제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데 면허증을 먼저 따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유원지를 방불케 하는 여의도 한강공원.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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