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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김영관 애국지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3.8.9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김영관 애국지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3.8.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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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독립운동을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사상적·방법론적으로 여러 갈래의 독립운동 세력이 존재했고 계급투쟁 성격의 독립운동 또한 역사적 사실인데, 현직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에서 특정 경향만 부각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 158명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하면서 존경과 예우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단순히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 왕정 국가로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라며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며 "이분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가의 정체성과 국가의 계속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김영관 지사를 거론하면서 "광복군으로 활동하셨고 6.25 전쟁이 발발하여 국군으로 자원 입대하셔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신 참전 영웅이시다. 국민을 대표해서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의 독립운동은 빼앗긴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도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경제발전과 산업화 민주화로 계속 이어졌다"며 "이제는 우리의 독립 정신이 국제 사회에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으로 계승되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와 연대해 전 인류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적극 기여하는 국가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독립운동의 정신으로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는 정도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독립운동을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으로 범위를 좁혀버린 문제가 있다.

이 말대로라면 독립운동가들이 독립 이후의 정치체제로는 민주공화정을, 경제체제로는 자유 시장경제를 상정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명백히 역사적 사실에 어긋난다. 

독립운동에는 각종 의병과 대한독립의군부 같이 왕정의 복원을 꾀한 이들도 있었다. 독립운동은 한반도가 분단되기 이전의 일이라 각 세력의 사상적 배경이 다양했다. 크게는 민족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로 나뉘었다. 공산주의를 표방한 이들도 있었고, 계급 투쟁의 기치를 내건 여러 파업 역시 독립운동의 일환이었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대한 공적 심사 기준을 재검토하려는 국가보훈부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현 집권 세력의 이념으로 역사를 재단해 분단 이전의 독립운동에까지 이념의 굴레를 덧씌우고,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축소하는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  

태그:#윤석열, #독립운동, #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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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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