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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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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관련 ISDS: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 취소소송에 반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엘리엇에 가는 문제에 대해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 책임자로서 판단을 해야죠."(김종보 변호사)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 합병 관련 ISDS 결과 약 1300억 원의 국고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취소소송 의사를 밝혔지만, 전문가들 시각은 회의적이다. 취소소송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박근혜씨(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삼성 불법 합병과 엘리엇 손해배상, 정부와 국민연금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좌담회에선 취소소송과 관련한 한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법무부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이므로 '국가의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며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독립된 상업적 행위가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지침과 지시에 의한 것이어서 국가의 조치가 있었다고 봤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삼성 합병 부당 개입, 형사 판결 확정… 취소 승소 회의적"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STX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8.15특별사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STX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8.15특별사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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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민연금에 대해 대통령, 복지부 장관이 외압을 행사한 것이 불법 행위라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은 이미 형사 판결이 확정된 상태"라며 "중재판정부가 (국가 개입 관련) 관할 흠결을 인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20일(한국시각)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표결은 문 전 장관 등의 부당한 개입에 따른 것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소기준대우 의무(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이어 중재판정부는 당시 합병 찬성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인 엘리엇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우리 정부에 손해배상금과 그 이자, 법률비용 등 모두 1억781만 달러(약 1389억 원)를 물어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18일 취소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기 위해 박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박씨는 문 전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하는 직권남용행위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이로 인한 손해를 주장하며 ISDS를 제기했다.

"민법상 박근혜·이재용 등 구상권 청구 가능"
 
‘엘리엇에 1300억 원 배상 ISDS 결정, 이재용-박근혜 등에게 구상권·손해배상 청구하라!’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엘리엇에 1300억 원 배상 ISDS 결정, 이재용-박근혜 등에게 구상권·손해배상 청구하라!’ 기자회견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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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S는 관할 흠결, 절차의 심각한 일탈, 법리 오해 등 제한적 사유로만 불복 가능한데, 이미 정부 개입과 관련한 형사 판결이 확정돼 취소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도 "한미FTA 협정에서는 '조치'라는 용어에 '모든 법, 규정, 절차, 요건 또는 관행'을 포함한다고 규정한다"며 "(삼성 합병 정부 개입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관할권이 없다면 ISDS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정부 개입이) 국가 행위 맞지 않나"라며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취소소송 패소 후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손해액 전부를 변제할 경우 이 회장과 박씨, 문 전 장관 등에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민법 425조를 보면 연대 채무자 중 한 채무자가 자신의 책임 부분을 넘어 변제하는 경우 다른 연대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이 규정에 의해 정부는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대 과실에 대해 국가가 공무원에 구상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국가배상법에 의해서도 박씨와 문 전 장관 등에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임박한 소멸시효… "소수주주도, 국민연금도 소송해야"
 
1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삼성 불법 합병과 엘리엇 손해배상, 정부와 국민연금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1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삼성 불법 합병과 엘리엇 손해배상, 정부와 국민연금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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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회장의 책임 비율이 90% 아닌가 생각한다"며 "본인이 다 기획했고, 본인이 삼성물산 이사회에 찬성 표결을 집행했고, 수익도 본인이 가져갔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ISDS에 불복한 것은 구상권 청구를 뒤로 미루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구상권 행사를 안 한다면 결과적으로 이 회장은 자신의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불법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주력 회사였던 삼성물산의 지배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수주주들도 소송하고, 국민연금도 소송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도 "삼성 합병이 2015년 7월 발생해 주주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소멸시효 10년이 다 돼간다"며 구상권 청구를 서둘러야 함을 상기했다. 이어 "이 사건은 동서고금, 전무후무한 사건"이라며 "자신의 (그룹 내) 지배력을 무단으로 취득하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임이 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엘리엇, #이재용, #박근혜, #참여연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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