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0대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시위대가 불 지른 은행을 진화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지난달 27일 낭테르의 한 도로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나엘(17) 군의 차를 멈춰 세웠다가, 나엘 군이 차를 몰고 출발하자 총을 쏴 숨지게 한 38세 경찰관을 예비 기소했다고 밝혔다.
▲ "프랑스 경찰 총격 10대 사망" 규탄 시위대가 불 지른 은행 진화하는 소방대원들 6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0대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시위대가 불 지른 은행을 진화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지난달 27일 낭테르의 한 도로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나엘(17) 군의 차를 멈춰 세웠다가, 나엘 군이 차를 몰고 출발하자 총을 쏴 숨지게 한 38세 경찰관을 예비 기소했다고 밝혔다.
ⓒ AF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인종차별'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극렬 시위가 5일째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전국 주요 도시에 수만 명의 경찰을 배치하며 강력 진압에 나섰으나, 시위가 워낙 격렬해서 고전하고 있다. 성난 민심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각)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하루 프랑스 전역에서 불법 시위 가담자 42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내무부는 파리, 마르세유, 릴 등 전국 주요 도시에 4만5천 명의 경찰을 배치했으나, 시위대 중 일부는 관공서, 상점 등에 불을 지르거나 약탈하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6일만에 체포된 사람만 2800여 명... 마크롱, 독일 국빈 방문 연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6월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정부 긴급회의를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10대 운전자가 교통 검문에 나선 경찰관의 총을 맞고 숨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격화하고 있다.
▲ "조기 귀국" 마크롱, 시위 대책 논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6월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정부 긴급회의를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10대 운전자가 교통 검문에 나선 경찰관의 총을 맞고 숨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격화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시위가 처음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지금까지, 채 1주일이 안 되는 사이 이번 시위로 체포된 사람은 2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현 상황을 '내전'에 비유할 정도로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2∼4일 예정이었던 독일을 국빈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정치권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7일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알제리계 10대 소년 나엘 군이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경찰관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쏜 영상이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전국적인 분노를 일으켰다. 

프랑스 언론들은 나엘 군의 총격 사망 사건이 지난 2005년의 악몽을 다시 일깨웠다고 보고 있다. 당시엔 파리 북부 교외 지역에서 아프리카 출신 두 10대 소년이, 경찰에 쫓기다 경찰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던 중 감전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두 달 동안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면서 300여 채의 건물과 1만여 대의 차량이 불탔고,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프랑스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불만, 더불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 사진과 동영상 등이 퍼지면서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공서 공격한 이번 시위, 대중의 분노가 어디 향하는지 보여줘"
 
6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한 경찰은 낭테르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소년을 멈춰 세웠다가, 그가 차를 몰고 출발하자 총을 쐈다. 2023.06.30
▲ 10대에 총 쏜 프랑스 경찰 규탄 시위 6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27일 오전 한 경찰은 낭테르에서 교통 법규를 위반한 소년을 멈춰 세웠다가, 그가 차를 몰고 출발하자 총을 쐈다. 2023.06.30
ⓒ EPA=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사고로 숨진 나엘 군이 살던 곳의 한 주민은 영국 <가디언>지에 "나엘 군의 죽음은 가스에 불을 붙인 라이터"라며 "집과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자리가 있어도 너무 낮은 임금에 시달리던 희망 없는 젊은이들이 이런 사건을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번 시위에서 군중이 경찰서뿐만 아니라 시청, 세무서 등 관공서를 집중 공격한 것은 그들의 분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라며 "프랑스의 소외된 사람들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공화국의 건국 이념이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이번 사건은 프랑스가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다룰 기회"라고 지적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20년간 이민자 인구가 증가하면서 프랑스의 인종 갈등은 더 악화됐다"라며 "이민자에 대한 적대 정책은 작년 대선에서 41.45%를 득표한 극우 성향 마린 르펜의 정책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교통 검문 과정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은 지난 2020년 2건, 2021년 3건에서 지난해(2022년) 13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나엘 군을 비롯해 벌써 3명이 숨졌으며, 희생자 대부분이 흑인이나 아랍계 출신이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모든 폭력 시위를 단호하게 규탄한다"라며 "시위대가 나엘 군의 죽음을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위기와 갈등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워싱턴포스트>는 "갈수록 증가하는 위기가 마크롱 대통령을 시험대 위에 올릴 것"이라며 "한 10대 소년의 죽음이 인종과 정체성, 경찰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프랑스가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을 맞이했다"라고 전했다.  

태그:#프랑스, #인종차별, #에마뉘엘 마크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