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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김성보)가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추진 중인 기초학력보장지원조례안(아래 조례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2월 28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교사·학부모·학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논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2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월 중학교에 입학하는 양아름찬꼬뮌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2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월 중학교에 입학하는 양아름찬꼬뮌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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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안은 ▲교육감은 법 학교의 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다 ▲학교의 장은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시행 일자, 시행 과목, 응시자 수 등의 현황을 학교운영위원회에 매년 보고하고, 그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 ▲교육감은 법 제7조에 따라 학교의 장이 시행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그 결과를 서울특별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기후위기 시대, 인구 절벽 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유일한 교육은 서로 돌보고 협력하는 교육"이라며 그러나 "조례안 내용을 보면 시의원들이 1980년대 공부했던 방식을 지금 아이들에게 적용하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짐만 지우는 이런 조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죽어라 공부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느린 학습자'들도 존재한다"며 "이런 학생들을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이름으로 취급하는 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교육을 죽이고 있다"며 "교육적 관점이 부족한 국민의힘 의원들부터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봐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조례안, 모두를 불행하게 할 것... 똑같은 문제로 각기 다른 학생 평가 말 안 돼"
  
기자회견 참자가들이 '경쟁교육, 일제고사, 성적공개'의 망령이 학생을 괴롭히고, 이를 교육주체들이 함께 물리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자가들이 '경쟁교육, 일제고사, 성적공개'의 망령이 학생을 괴롭히고, 이를 교육주체들이 함께 물리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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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3월 중학교에 들어가는 양아름찬꼬뮌 학생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일제고사가 절대로 실시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 내 나오게 되었다"며 발언을 시작한 그는 "제 친구들은 잘하는 것이 다 다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도, 노래를 잘하는 친구도, 말을 잘하는 친구도 있는데 모든 학생을 똑같은 문제로 평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양아름찬 학생은 또 "조례가 시행되면 부모님들은 자식이 더 좋은 점수를 받게 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하라고 할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학원에 다니게 될 것"이라며 "여기서 누가 행복하겠나. 1등 한 친구도 혹시 1등 자리를 빼앗길까 봐, 다른 모두도 누군가에게 비교당하며 불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책상에 앉아 순위를 매기는 공부만을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일제고사에 절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나리 월촌초등학교 교사는 "이 조례안으로 인해 지역별 낙인과 학교 간 서열화는 불 보듯 뻔한데, 정작 학생의 기초학력이 보장될지는 의문"이라며 "시험의 목적이 학생의 진정한 발달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불과 일주일 전, 우리 사회는 고2 학력평가 성적 유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서울시의회는 더 이상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행태를 멈추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변혁의 주체를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제반 마련에 힘쓰기를 바란다"라고 충고했다.

문태주 금나래초등학교 교사도 "조례안은 기초학력보장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일제고사를 의미한다"며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조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를 단독으로 구성해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2022.12.08.)'을 상정하려 시도했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 교원단체들의 거센 항의로 철회됐으나 2월 14일 다시 해당 조례와 관련된 정책 질의 및 조례안 수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밝혀져 전교조 서울지부 측은 "다시 조례안 상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한민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기자회견 후 인터뷰에서 "이번 회기를 넘기더라도 올해 안에 다시 상정을 시도할 수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함께 반드시 막아내야 하는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기초학력보장지원조례, #일제고사부활, #서울시의회, #전교조서울지부, #양아름찬꼬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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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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