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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완전 기쁜 소식 있어요."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동료가 말했다. 기쁜 소식이라니. 직장에서 전해줄 기쁜소식이 도대체 뭘까? 몹시도 궁금했다. '뭔가 아주 큰 이벤트가 있나보다' 생각하고는 다시 물었다.

"기쁜 소식이요? 그게 뭔데요?"
"이번 주에 공휴일이 있어요."
"아. 그렇네요. 수요일이 휴일이네요. 너무 좋아요."


공휴일은 나의 힘
 
공휴일은 직장인에게 중요한 이슈
 공휴일은 직장인에게 중요한 이슈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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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좋다고 말은 하였지만, 사실은 약간 실망했다. 그렇지만 공휴일이 나 뿐만 아니라 직장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를 절감했다.

이번 주에 공휴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직장인에게 공휴일이란 연말 새해 달력을 받았을 때부터 체크하는 것이 기본 소양 아니던가. 언제부턴가는 공휴일 심화 과정으로 넘어와서 대체공휴일까지 세세하게 따져보는 것이 나의 연말루틴이다. 직장인이라면, 내년 달력을 보면서 '이 달엔 주말을 제외하고 휴일이 몇 개군' 정도는 파악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https://www.korea.kr/news
▲ 한장으로알아보는 2023년 공휴일 https://www.korea.kr/news
ⓒ 인사혁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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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이미 3월 1일을 넘어 더 미래를 향했다. 천근만근 무거운 월요일 아침의 몸을 일으키기 전 달달한 공휴일 최면을 걸기 위해서 아침부터 핸드폰 달력을 뒤적거렸다. '3월 1일이 지나면 다음 공휴일은 5월이군. 5월엔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쉴 수 있겠군.' 이렇게 중얼중얼거리며 공휴일이 언제인지 살피며 달력을 정주행하는 것이 나의 작은 낙이다.

2023년 공휴일의 하이라이트는 추석이다.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하루 건너뛰고 개천절인 징검다리 휴일이다. 10월 2일에 하루 휴가를 쓸 수 있다면 금토일월화의 아름다운 휴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나는 이날을 위해 휴가를 아껴둘 계획이다.

반면에 부처님오신날은 아쉽게도 토요일이다. 부처님오신날도 대체 공휴일에 지정되었다는 데 관계부처와의 협의 문제로 내년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양반이다.

작년엔 크리스마스도 일요일이었고, 올해 1월 1일도 일요일이어서 어찌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연말연시를 하루의 휴일도 없이 칼같이 월요일로 시작하는 것은 어쩐지 아쉽고 정없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모임도 많은 연말연시라 쉬는 날 하루가 아쉽다.

다행히도 다년간의 공휴일 심화학습으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해가 바뀌면 요일이 하나씩 밀린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일요일의 공휴일일 땐 차라리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다음 해를 기다리게 되었다. 

불확실한 미래의 확실한 작은 행복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 6일 근무였다. 그때에 비하면 쉬는 날도 늘어나고 근무시간도 줄었는데도 이상하게 항상 휴일 짧게 느껴지고 몹시 기다려진다. 누군가는 그랬지. 근무일은 5일이고 쉬는 날은 2일이라 당연히 짧아서 그런 거라고.

주말 내내 누워만 있어도 몸은 왜 이다지도 무겁고 연차는 항상 모자라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공휴일을 자꾸만 기다리게 된다. 랜덤하게 나오는 그 쉬는 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어나기 싫고 출근하기 힘든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몸이 천근만근인 날 나는 달력을 정주행한다. ​​​​​만원인 지하철 안에서도 달력을 정주행한다. 야근을 하다가도 가끔 달력을 멍하니 정주행하곤 한다. 내가 어김없이 달려가는 곳은 2025년 10월이다. 그 달의 달력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네이버 캘린더
▲ 공휴일이 많은 2025년 10월 달력 네이버 캘린더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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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다지도 쉬는 날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인생에서 확실한 무언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고 있지만 달력에 정해진 공휴일은 절대 바뀌지 않는 작은 약속이니까. 그날은 꼭 쉴 수 있을 테니까. 그 작은 확실한 희망으로 오늘의 힘듦을 견뎌내는 것이다. 과연 공휴일이 기다려지지 않는 날은 언제일까? 아마 나는 퇴사를 해 보기 전까지는 잘 모를 것 같다.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알고 있으시겠지만 2025년 추석엔 역대급 긴 휴일이 나를 기다라고 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일주일 이상 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달력을 보며 "그래 이때까진 꼭 회사에 다녀야지. 이 긴 휴일을 꼭 직장인으로 즐겨보리라" 다짐해 본다.

태그:#공휴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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