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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이희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8전당대회 판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윤리위의 당원권 정지 처분으로 대표에서 불명예 퇴진한 직후 잠행하던 그가 전당대회 한 달을 앞두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10일 이 전 대표가 지원 사격하는 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후보가 예상을 뒤집고 모두 컷오프를 통과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를 자처했던 현역 의원(이만희·박성중·이용)은 모두 탈락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이준석이 승리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 12일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 당원을 모은 게 빛을 보고 있다"면서 "대표 선거에서 천하람 후보가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해 '윤심'이 김기현 후보를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대통령이 당대표를 통해 공천에 개입할 거라는 인상을 주는 탓에, 내년 총선에 나가려는 영남권 후보들이 오히려 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후보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선거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김기현 당대표' 체제에선 내년 총선은 "볼 것도 없이 진다"고 전망했다. 

안철수 후보를 향해선 토론회 예상 질문을 통해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당시 논란이 됐던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묻겠다는 것이다. "만약에 안 후보가 '저는 모르겠다'고 넘어가면 끝난다"며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본인 지지율이 반토막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천하람이 결선갈 것... 당원 모았던 게 빛 보고 있어"
 
이준석 전 대표 ⓒ 이희훈
 
-  전당대회 컷오프 결과를 두고,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기술에 있어서, 넷을 동시에 띄우는 초반 작전이 먹혔다. 영화 벤허를 보면, 벤허가 메살라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정말 좋은 말 네 마리를 끌고 와서 어떻게 전차를 끌게 할지 고민한다. 지금 우리 팀은 팀워크를 빼곤 설명할 수가 없는 그런 팀이다. 팀워크가 통했다는 것,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지도부에 참여했던 김용태, 허은아 후보가 주는 안정감, 천하람이라는 어느 정도 검증됐고, 알리기만 하면 되는 상품, 그리고 이기인이라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후보들의 결합이 재미있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 본선 판세를 어떻게 예상하나. 

"우선 천하람이 결선에 갈 거다. 우리 후보 네 명을 보면 항상 웃고 있다. 윤핵관 최고위원 후보들은 인상부터가 굉장히 심각하다. 조수진 의원 방송에서 말하는 걸 보라. 굉장히 화가 난 상태다. 불안하니까 그렇다. 지금 후보들의 안색만 봐도 어느 쪽이 여유를 가지고 선거에 임하는지 알 수 있다." 

- 천하람의 결선 상대는 누가 될 거라고 보나.

"김기현, 안철수 둘 다 워낙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빨리 무너지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보통 당대표가 대권 주자라고 생각하고 공천 장사를 한다. 그런데 저는 보수 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당원을 모아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당원을 모았다. 그때 투자한 것이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 천하람 후보 지지율 상승을 위한 묘책이 있나. 

"천 후보는 자질 면에서는 굉장히 훌륭하기 때문에,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선명성이다. 간을 보면 절대 안된다. 간 보는 사람은 매번 선거 나가서 지지율이 아래로 수렴한다. 결국 대중에게 인정 받지 못한다. 5공화국 청문회 때 노무현은 명패를 던졌다. 그게 노무현의 정치였고, 10년 뒤에 대선 주자로 부각될 수 있는 이유였다. 만약 조곤조곤하게 '본 의원은 이런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누가 주목했겠나. 노무현이 험지 출마할 때도 수많은 사람이 '그래도 당선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을 거다. 노무현은 우직하게 가지 않나. 그렇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형성해야 한다. 잘모르는 주변 조언에 가스라이팅 당해서 이상한 사람이 되면 안 된다."

- 이준석이 이준석계 후보들을 통해 자기 정치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할 때도, 내 사람 심기보다는 토론 배틀하기, 내 사람 비례주기보다는 시험 봐서 거르기를 했다. 제가 말하는 자기 정치라는 건 '내 세력을 만들려고 사람 뽑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건 누구나 해야 하는 거다. 농담으로 여의도 바닥에서 이 정도 전당대회 컨설팅해주면, 제가 알기론 10억 원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4명이면 도대체 얼마인가. 근데 그냥 공짜로 해주고 있다. 진짜 할 거면 자기 장사를 했을 거다. 이준석 정도의 컨설턴트라면 몇 억은 당긴다."

- 친윤 세력은 이번 전당대회 컷오프에서 왜 실패했다고 보나. 

"애초에 그분들은 지금까지 본인들이 뛰어본 공직 선거가 영남 아니면 강남이거나 비례이기 때문에 감이 없다. 선거라는 건 실시간 여론을 샘플링해서 파악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근데 박성중, 이용 이런 사람들은 정신 못 차리고 컷오프되기 며칠 전까지도 방송에서 이준석 때리기로 일관했다. 그 사람들은 지역구에서 자기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모든 게 이준석 때문이야'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오냐오냐해주는 걸 여론인 줄 알았던 거다. 자기가 들어가 있는 어르신들 단톡방에서 얘기해보면 보수 유튜버들이 하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수준으로 여론을 파악하고 그것에 따라서 작전을 세웠으니까 문제가 있는 거다. 데이터가 틀렸는데 어떻게 작전이 제대로 나오겠나.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후보 '바이든-날리면' 답변 준비해야" 
 
ⓒ 이희훈

- 김기현 후보가 최근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안철수와도 연대할 수 있으면 당장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나. 

"안철수 후보는 자기가 조롱당하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게 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안 후보는 아이디어도 없고, 세력도 없다. 갈수록 내려갈 사람이다." 

- 안철수-김기현 연대 가능성은? 

"전혀 없을 거다. 안 후보가 정치 그만두고 싶으면 해도 된다. 민주당 쪽에서 시작해서 가운데로 왔다가 지금은 보수 정당에 왔다. 여기서 꼬리 내리면 어디 가서 정치하나. 갈 곳이 없다."

- 안철수 후보가 이번엔 김기현 후보의 '탄핵 발언'을 두고 사과를 요구했다.

"타이밍이라는 게 메시지보다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가 어떤 공격을 했을 때, 10분 내로 대응하면, 언론인 입장에선 보도할 때 둘의 입장을 같이 낼 거다. 실컷 얻어맞은 다음에 나중에 가서 대응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안 후보가 만약 부탁하시면 아침에 요약해서 그날 해야 할 말을 보내드릴 수 있다. 돈 받고 계산서까지 끊으면 할 의향이 있다."

- 안철수 후보의 결선 진출 가능성을 얼마나 보나.

"지금은 윤핵관 정치에 대한 대체재로서 지지율이 잠깐 오른 거 아닌가. 본인이 잘한 게 뭐가 있나. 대선 때도 똑같았다. 윤석열 후보 측에서 자꾸 이상한 거 하니까 잠시 나왔던 지지율이었다. 본인은 누군가의 안티테제로서 강하게 존재하는 사람인데, 본인이 그걸 인식 못한다. 안철수 후보에 미리 질문을 예고하고 싶다.  답을 미리 고민해야 할 거다. 논란이 됐던 윤 대통령의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다. 아무리 간 보는 분이라도, 농담 따먹기로 '아,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러고 넘어가면 안된다. 그건 하책이다. 그걸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서 본인 지지율이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새우는 계속 먹어도 고래가 될 수 없다" 
 
이준석 전 대표 ⓒ 이희훈

- 김기현 후보가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김 후보는 울산의 문수산 밖에 안 올라본 사람이다. 단 한 번도 수도권 경험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 선거를 극복할 수 있는 아젠다 세팅을 못 한다. 지금 당장 보라, 여성을 민방위에 보낸다는 거 아닌가. 단순히 젠더 이슈가, 남자들의 군대 가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니다. 군대 갔다 온 남성 중 아무리 본인이 손해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여자를 민방위 보낸다고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그런 걸 여당의 소위 윤핵관 후보라는 사람이 밀고 나오는 건 멍청한 거다. 많은 당원이나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건 총선 때도 아이디어가 없어서 저런 짓을 할 거라는 거다. 그럼 진다. 볼 것도 없다."

- 이른바 윤핵관 세력이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다른 당대표 후보를 제거하는 모양새다.

"윤핵관 현역의원들 전당대회 컷오프에서 다 떨어지지 않았나. 당원들도 진짜 아니다 싶은 거다. 바른말 못 하다가 어디 연판장 쓴다니까, 눈치 봐서 우르르 가서 이름 올리고, 나중에 가서 미안하다고 그런다. 정신이 이상한 거다." 

- 윤석열 대통령은 왜 김기현 후보를 선택했다고 보나 

"선거를 몰라서 그렇다. 새우는 계속 먹어도 고래가 될 수 없다. 살찐 새우가 될 뿐이다. 전당대회 때 인지도를 급격하게 키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김기현 후보의 인지도는 10%도 안 됐다. 지금 한 50~60% 될 텐데, 길 가면서 '김기현 아세요?' 그러면 아직 모르는 사람이 꽤 될 거다. 김기현이라는 사람을 10%만 알고 있다가 이번에 한 50%가 새로 알게 됐는데, 알게 된 계기가 '꽃을 든 남자 사건'(남진·김연경 꽃다발 사건)이다. 이것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김 후보를 고를 때 인지도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했어야 했다. 근데 그 공백이 '꽃을 든 남자'로 채워졌으니 리스크가 된 거다." 

- 총선 때 공천을 쥐고 흔들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천을 만약 윤핵관 주도 아래 용산 대통령실에서 찍어 내리는 식으로 하면, 특히 영남에서 선거 나가고 싶은 사람들은 '공천 끝났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의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 다른 당으로 넘어갈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둘째로 아예 당내에서 윤핵관이 안 미는 후보를 밀거나. 그래서 천하람 후보는 알아서 자동적으로 조직이 생기고 있다. 천 후보가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하니까 동네에서 경선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천 후보에게 붙는다. 그 사람들이 나 죽이겠다고 공약하는 사람들, 윤핵관에 붙으면 바보다."

- '윤심 전당대회 논란' 대통령의 실제 의중이 반영되고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하지만 저는 대통령실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최고 권위있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서 익명 인터뷰를 수완 삼아서 사람들을 때리고 공격하는 일이 자행된다면 그것만큼 황당한 일은 없는 거다."

[인터뷰②]이준석 "윤 대통령, 보수 유튜브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로 이어집니다. 
태그:#이준석,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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