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겨울 낙동강을 찾은 독수리다. 아직은 여러 개채가 오지 않고 대여섯 마리 정도만 도래했다.
 올겨울 낙동강을 찾은 독수리다. 아직은 여러 개채가 오지 않고 대여섯 마리 정도만 도래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올해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오전 11시 낙동강의 지천인 회천(우곡중학교 앞)에서 2023 겨울 첫 낙동강 독수리식당이 열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낙동강 독수리식당 시즌2가 돌아온 것이다(관련 기사: 독수리식당을 아시나요? http://omn.kr/1xo0f ).

2023 낙동강 독수리식당 시작되다

'독수리식당'은, 문자 그대로 독수리를 위한 식당이다. 몽골 등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종인 독수리를 위해 먹이를 나누는 행사다. 이 행사는 특히 강에 모래톱이 있어야 가능하다. 넓은 모래톱에 내려와 쉬는 독수리의 특성을 이용해, 모래톱 위에 독수리가 좋아하는 죽은 고기를 놔두고 독수리가 내려와 먹이를 먹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이 행사가 가능한 것은 낙동강에 모래톱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합천창녕보(합천보)의 완전 개방으로 낙동강에 모래톱이 드넓게 돌아왔고, 이 모래톱이 독수리를 비롯한 겨울철새들의 쉼터 역할을 해주고 있다(관련 기사: 수문 연 지 한 달, 낙동강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http://omn.kr/225hq ).

이번 2023 독수리식당이 진행되는 곳은 낙동강의 지천인 회천과 합천보 상류 모래톱이다. 매주 두 차례 열리는 낙동강 독수리식당은, 화요일엔 합천보 상류 우산리 어부산착장 앞 모래톱에서 토요일엔 낙동강의 지천인 회천의 모래톱에서 열린다. 낙동강 합수부로부터 대략 1.5킬로미터 상류의 우곡중학교 앞 모래톱이다.

그래서 올겨울 첫 낙동강 독수리식당은 모래톱이 특히 빼어난 회천에서 진행되게 된 것이다. 회천은 모래의 강이다. 모래강으로 유명한 내성천 못지않다. 특히 합천보의 영향으로, 그동안 모래톱이 물에 잠겨 있다가 합천보 개방과 더불어 그 온전한 모래톱이 그대로 다시 드러난 것이다.

풀과 나무가 많이 자라면서 모래톱이 거의 사라진 다른 모래강과 달리, 온전한 모래톱이 돌아온 곳이라 겨울철새들이 더 많이 찾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합천보 개방의 순기능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합천보 상류 우산리 모래톱에 내려 쉬고 있는 멸종위기 겨울철새 독수리들
 합천보 상류 우산리 모래톱에 내려 쉬고 있는 멸종위기 겨울철새 독수리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한편, 낙동강 다른 보들의 수문이 열려야 하는 이유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물 이용이 거의 없는 겨울철만이라도 보의 전면 개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 개방과 더불어 철새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온전히 쉬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독수리식당 이어지려면... 낙동강 보 열려야 한다

낙동강 독수리식당 주방장인 곽상수 이장(고령 우곡 포2리)은 낙동강 독수리 도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낙동강변 고령 개진 들판엔 지난 수십년부터 매년 독수리가 찾아왔다. 많을 때는 (개체수가) 200마리가 넘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4대강사업 때문에 모래톱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그 수가 차츰 줄어들어, 최근엔 30여 마리로 줄었고 지난해는 더 줄어들었는데 올해는 얼마나 올지 모르겠다. 벌써 온 개체는 지금까지 대여섯 마리 정도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고령 개진 들판 감자밭의 거름더미 등에서 먹이를 찾던 독수리가 노지 감자밭이 점차 비닐하우스로 바뀌면서 독수리 먹이터가 사라져 먹이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며 독수리식당의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독수리식당 메뉴판
 독수리식당 메뉴판
ⓒ 곽규리

관련사진보기

   
이어 그는 "대구지역 전교조 선생님로 구성된 '환경과생명을지키는 대구교사모임',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매년 독수리식당을 이어올 수 있었다.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일반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환경부 보 개방정책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합천보는 지금 환경부 계획에 의하면 1월말 다시 완전히 닫힌다. 그러면 모래톱이 다시 물에 잠길 것이고, 그래서 독수리의 쉼터가 사라지게 되면 독수리식당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독수리들이 떠나는 3월 초까지만이라도 합천보 수문을 열어두면 좋겠다."

그러나 환경부는 봄철 마늘밭 등에 물 공급을 호소하는 농민들을 위해 수문을 닫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를 닫아 강물 수위가 올라와야 양수장 가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겨울 눈과 봄비 등으로 가뭄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2월 중순까지도 합천보를 개방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올겨울 눈이 많이 내리거나 이른 봄비가 와주길 기대해봐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그 전에 취·양수장 구조개선 사업이 빨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즉 보를 열어 수위가 떨어져도, 양수장과 취수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취수구 높이를 더 아래로 내리는 공사를 해줄 필요가 있다. 이 공사만 빨리 이루어지면 보를 얼마든지 더 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낙동강 모래톱 위에 내래 쉬고 있는 멸종위기종 겨울철새 독수리
 낙동강 모래톱 위에 내래 쉬고 있는 멸종위기종 겨울철새 독수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자연과 공존의 길을 위해서라도 낙동강 보는 하루빨리 열려야 한다. 굶주리는 독수리를 위해서라도 합천보가 3월 초까진 열리기를 기도해본다."

곽 이장의 소박한 바람이다. 낙동강 독수리식당의 참여를 원하는 이는 곽상수 이장(010-7202-3346)께 연락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다니면서 낙동강을 모니터링해오면서 낙동강의 회생의 길을 찾고 있다.


태그:#독수리식당,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모래톱, #독수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