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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방산 수출 유망 국가 (산업연구원, 2020)
 10대 방산 수출 유망 국가 (산업연구원, 2020)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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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국방예산 지출은 2조 1113억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러한 증가세는 훨씬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특별방위기금 1000억 달러 긴급 편성, 핀란드와 스웨덴 나토 가입의정서 제출, 폴란드 등의 GDP 2~3% 수준 국방비 긴급 편성은 군사화와 군비 증강의 가속화 추세를 잘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동유럽과 북유럽뿐만 아니라, 서유럽, 북미, 인도-태평양, 중동을 비롯해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미국과 독일, 영국, 폴란드 등 주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체계들에 대한 자국 비축분 보충에도 벅찬 상황이다. 그래서 방산업체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하락장 속에서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 방산업체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주요 방산업체 연간 주가 상승률 (2022년 12월 1일 기준)
 주요 방산업체 연간 주가 상승률 (2022년 12월 1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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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2020년까지 연 30억 달러 내외였다가 2021년에 전년의 두 배가 넘는 72억5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런데 2022년 지금까지 다시 그 두 배가 넘는 1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추진 중인 수출이 성사되면 올해가 가기 전에 200억 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0년간 방산 수출 추이 (단위: 억 달러)
 지난 10년간 방산 수출 추이 (단위: 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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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억 달러를 국가별로 나누어 보면 폴란드가 124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이집트(17억 달러), 아랍에미리트(13억 달러), 필리핀(6억 달러) 등이다. 폴란드 수출 계약을 다시 품목별로 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경공격기 48대, 현대로템의 K2 전차 180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212문, K239천무 288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T-72 전차 240대를 대량으로 지원해 전차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K2 전차 180대 외에 현지생산 방식으로 800대 분을 더 구매하기로 했고, K9 자주포 역시 위의 212문에 현지생산 분 436문이 추가로 수출될 예정이다.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활약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M142 하이마스(HIMARS)를 대체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알려졌다. 
폴란드 수출 상세 (단위: 억 달러)
 폴란드 수출 상세 (단위: 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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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추진 중인 무기 수출에는 호주/폴란드(AS-21 레드백 장갑차), 이집트/말레이시아/콜롬비아(FA-50 경공격기), 노르웨이/이집트(K2 전차), 사우디아라비아(천궁-II, 호위함, 비호복합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 논란이 된 미국으로의 155mm 곡사포탄 10만 발 수출이 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종전의 방침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대해, 국방부는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수출을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한 후 부족한 재고를 메꾸는 것이어서, 그 말이 사실이라 해도 우크라이나로의 간접 지원이나 다름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전쟁 이해관계국들에 무기를 공급해 돈 버는 한국

산업연구원이 2020년에 발표한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를 살펴보면, 10대 국가 중 인도를 제외하고 모두 실제로 올해 한국이 무기를 수출했거나 수출을 추진 중인 국가다. 한국 정부가 선정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무기 장사를 충실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호주를 제외하면 모두 분쟁 가능성이 중간(C등급) 이상인 국가다. 여기서 분쟁 가능성은 테러, 영토분쟁, 종교분쟁과 같은 대외적 갈등요소 및 반정부시위 등 대내적 갈등요소 존재 여부 정도로 정의된다. 수출 유망국가를 평가할 때 긍정적인 고려 사항이다. 다른 나라가 분쟁 가능성과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무기 수출을 중단할 때, 한국은 이를 기회 삼아 더 적극적으로 무기를 팔아먹는다는 태도를 정책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폴란드의 예상 수출규모가 실제(124억 달러)와 달리 작았다(E등급: 5억 달러)는 것은 당시로서 예측 못한 변수였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방위산업은 어떤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전쟁을 이해하려면 누가 전쟁으로부터 이득을 보는가를 살펴야 한다. 전쟁에서 정치적 이득을 얻는 일부 특권층과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방산업체를 건드리지 않고, 전쟁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5일 열린 무역의 날 행사에서 2026년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방산 수출이다. 윤 대통령은 또한 지난 11월 "방위산업은 미래 신성장 동력이자 첨단산업을 견인하는 중추"라며 방위산업을 국가 선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방위산업이 부추기는 전쟁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과 세계 4대 무기수출국을 내다보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책임에 대한 고민은 있는지 의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이해관계국들에 무기를 공급해 돈을 버는 한국 방위산업을, 우리는 멈춰야 할 책임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쥬'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전쟁없는세상 블로그에 실린 글을 수정한 글입니다. http://www.withoutwar.org/?p=19623


태그:#우크라이나 , #방위산업, #무기수출, #폴란드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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