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충남의병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군(예산읍 덕산면 사동리 일원 매헌 윤봉길 의사 유적지 주변)을 대상지로 발표했지만, 이웃한 홍성군이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양군의 도의원들도 의정활동으로 출신 지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도의회에 따르면 10월 31일 방한일(예산1, 국민의힘) 의원과 이종화(홍성2,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충청남도 의병운동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 2건을 누리집(council.chungnam.go.kr)에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이름과 제정이유(임진왜란부터 1919년 3·1운동까지 외세에 대항하고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희생한 의병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발전,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적지와 사료를 발굴·보존하는 등 충남지역 의병운동 기념사업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는 물론, △제1조(목적) △제2조(정의) △제3조(도지사의 책무) △제4조(기념사업 및 지원) △제5조(기념시설의 지정 등) △제6조(공동추진 및 위탁)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차이가 없다.
내부적으로도 같은 당 의원들이 같은 조례안을 따로 대표발의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도의회 관계자는 "아마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두 분 의원들께서 본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양군의 충남의병기념관 유치전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며 "이달 행정사무감사가 끝나면 12월 초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문화위원회가 심사한다. 두 분 가운데 한 분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일 수 있어, 행문위가 대안을 마련해 발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귀띔했다.
두 의원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그 '배경'이 잘 드러난다.
방 의원은 "예산군은 임진왜란 당시 향천사 승려 50인 등이 의병에 참여하는 등 반만년 역사 속에서 일찍이 의병운동 시발점이 된 곳이다. 충남의병기념관이 예산에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이 의원은 "예산군 '윤봉길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연계는 의병이 아닌 윤 의사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운동사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회적으로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예산군은 3일 '제13회 대한민국 의병의 날 기념행사'가 내년 6월 1일 덕산 충의사 도중도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이날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국가기념일로,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음력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지정했다.
군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매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해 △개최여건 우수성(30점) △계획 적정성(30점) △지역 상징성(20점) △추진의지(20점) 등 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최종 개최지를 선정한 뒤, 기념식과 학술포럼, 기획전시, 그림그리기대회, 체험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예산지역은 홍주의병 발원지이자 종결지로서의 상징성, 홍주의병 선봉장인 수당 이남규 선생 고택과 수당기념관, 연암 최익현 선생 묘소 등 역사적 유적과 사료를 인정받았다.
충의사 도중도는 홍주의병장 김복한의 사상을 이어받은 유교부식회 민족운동과 항일정신 등을 접한 뒤 독립운동가로 중국으로 망명해 꼭 90년 전인 1932년 4월 29일 상해의거를 단행한 윤 의사의 고향이다.
홍성군이 지난 2020년 발간한 '한말 홍주의병'에서 저자인 의병연구권위자 김상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홍주의병'이 현재 행정구역인 홍성군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금까지 곧 홍성의병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홍주의병 참여인물과 전개과정 등을 검토해볼 때, 홍주의병은 충청남도 서부지역 일대를 통칭하는 홍주문화권에서의 의병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국가보훈처공훈록을 봐도 홍주의병을 포함한 의병분야 훈·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예산군 11명, 홍성군 7명이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내년 '의병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예산지역 의병에 대한 역사성이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기념행사인 만큼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