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 요한슨 박사.
 한나 요한슨 박사.
ⓒ Malin Listen

관련사진보기

 
한나 요한슨은 1976년 4월 21일 서울 하왕십리에서 발견된 뒤 그해 8월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내졌다. 그는 과학기술학 박사이며 현재 스웨덴 정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01년 이래 해외입양인의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한국 친부모를 애타게 찾고 있는데, 2013년엔 스웨덴 한국입양인 네트워크(Swedish Korean Adoptees' Network, 아래 SKAN)를 창립했다.

나는 그를 지난 2013년 한국에서 만났다(관련 기사 : "왕십리파출소 최대만 순경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한국친부모를 못 찾아서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을 항상 채울 수 없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금 한국계 스웨덴 입양인들과 함께 한국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위)에 해외입양 중 발생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진상규명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다음은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한나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해외입양 중 발생한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신청을 준비하다
 
해외입양 보내지기전 한국에서의 한나
 해외입양 보내지기전 한국에서의 한나
ⓒ 한나

관련사진보기

  
- 먼저 자기소개 부탁한다. 언제 어떻게 입양되었는지? 왜 한국 친부모는 아직도 못 찾았는지?

"내 이름은 한나 소피아 요한슨(한국 이름 김정열)이다. 1976년 서울출생으로 추정된다. 나는 1976년 4월 21일 오전 11시께 서울 하왕십리동 664-8번지에서 발견된 후 서울아동병원으로 보내졌다. 그후 나는 대한사회복지회로 보내졌고, 같은 해 8월 중순까지 고아원에 머무른 후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내졌다.

직업은 공무원으로 스웨덴 환경보호국에서 선임자문위원으로 일한다. 과거 스웨덴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그동안 여러 정부 부서에서 일했고 스톡홀름 외곽에 살고 있다.

2010년부터 한국친부모를 본격적으로 찾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못 찾았다. 2010년 내가 1976년 발견된 곳(왕십리)을 방문했지만 재개발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 내가 발견된 곳도 전혀 모습을 알아 볼 수 없게 바뀌었다. 당시 많이 가슴이 아프고 우울했다."

- 지금 스웨덴의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의 진실위에 과거 한국에서 해외입양 중 발생한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진실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하게 된 배경과 그 이유는?

"한국의 해외입양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최고조를 이뤘다(1986년 한해에만 8680명의 아동들이 해외입양 보내졌다). 당시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아동을 해외에 판매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 과정에 많은 해외입양인들의 출생과 가족에 대한 기록이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들에 의해 조직적 그리고 체계적으로 위조됐다. 나는 진실위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상규명이 이뤄진 후 한국정부와 입양기관들이 해외입양인들과 친부모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현재 스웨덴 한국계 입양인 네트워크(Swedish Korean Adoptees' Network, SKAN)에서 진실위에 진상규명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미 덴마크 한국계 입양인들은 지난 8월 진실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몇십 년 후 자녀와 재회하고 나서야 해외입양 사실 아는 사례도"

- 현재 약 9000명 이상의 한국계 입양인들이 스웨덴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몇 명이 이번에 진실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할 예정인지?

"SKAN은 자원봉사들로 이뤄진 작은 단체라 그 역량에 한계가 많다. 지난 8월 300명의 한국계 덴마크 입양인들이 진상규명을 신청했는데 우리도 최대한 많은 스웨덴 입양인들이 올해 12월 9일 진실위 진상규명 신청 마감일 전에 신청을 하고자 지금 준비 중이다. 정확한 숫자는 12월초에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 SKAN에서 그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입양인의 친부모가 자녀가 해외입양되는 것을 전혀 몰랐거나 입양기관의 압력으로 자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스웨덴에서 가까스로 한국 친부모를 찾은 입양인들 증언에 따르면 입양과정에 입양인들의 출생과 가족에 대한 기록이 입양기관과 한국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이 드러났다.

어떤 한국 친부모는 한국의 시설에서 자녀가 죽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몇십 년 후 자녀와 재회하고 나서야 자녀가 당시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내진 것을 알았다. 또 길을 잃어버린 어떤 아동은 경찰에게 친부모의 이름과 주소를 알면서 찾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입양기관과 경찰은 이런 아동의 요청을 일절 무시하고 그냥 아동을 해외입양 보냈다. 그래서 그것은 이름이 해외입양이지 실제로는 아동 납치와 아동 밀매였다."

- 지금 SKAN의 간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SKAN은 언제 만들어졌고 SKAN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2013년 나를 포함 4명의 한국계 스웨덴 입양인들이 만들었다. 지금은 입양인들 외에도 스웨덴 입양부모들과 자문위원들이 우리의 활동을 지원해 준다. 우리는 해외입양인, 한국친부모, 그리고 한국의 한부모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일한다. 이 주제와 관련한 간행물을 발간하고 해외입양의 문제를 예술을 통해 알리는 일도 한다. SKAN은 친무모 찾기 정보가 실린 책자도 발간한다."
 
한나가 SKAN에서 발간한 가족찾기 책자.
 한나가 SKAN에서 발간한 가족찾기 책자.
ⓒ 한나

관련사진보기

  
- 한국계 스웨덴 입양인 이삼돌 교수는 한국 정부가 한국인들이 해외입양 실태를 아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삼돌 교수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지?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까지 약 20만 명의 한국아동들이 해외입양 보내졌다. 한국인구가 약 5100만 명이니 한국 인구의 약 250명당 1명이 가족과 해외입양으로 생이별을 한 것이다. 우리는 특별히 해외입양이 한국국민의 인권이 무시되던 군사독재정권시기 최고정점에 이른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말은 해외입양이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슬픈 것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해외원조국 그리고 '한류'의 문화수출국인 한국이 지금도 마치 빈곤국처럼 해외입양으로 아이를 판매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말은 아직도 입양기관, 특별히 홀트의 영향력이 한국사회에 막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의 해외입양실태를 조사한다는 것은 결국 그동안 해외입양의 이름으로 감춰진 아동납치, 아동신분세탁(친부모가 있는 아동을 '고아'로 출생기록을 위조함으로써), 아동밀매의 역사를 온 세상에 드러낸 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과거와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의 부끄러움을 한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감추고 은폐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해외입양은 아동과 친부모의 인권을 말살하는 반인륜범죄라고 확신한다."

해외입양실태 본격 조사 시작한 스웨덴 정부

- 지난해부터 스웨덴 정부는 스웨덴의 해외입양실태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스웨덴 정부가 이런 조사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

"지난해부터 시작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 1990년에서 1991년 칠레 진실위는 해외입양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칠레에서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보내진 아동의 20%가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진실규명된 바 있다.

그후 칠레계 스웨덴 입양인들이 스웨덴 정부에 그동안의 해외입양 실태를 조사할 것을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이때 한국계 스웨덴 입양인 이삼돌 교수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스웨덴 정부차원의 본격적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스웨덴의 좌파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해준 반면 우파 정치인들은 이를 계속 반대해왔다."

- 스웨덴 정부가 이번에 해외입양실태와 관련하여 조사하는 국가들은 어떻게 되나?

"중국, 칠레, 한국, 폴란드, 스리랑카, 콜롬비아에서 불법적으로 또 비윤리적으로 스웨덴으로 해외입양 된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이것은 스웨덴에 있는 해외입양인들과 스웨덴 정부가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 선정된 국가들이다. 아쉬운 것은 아프리카,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에서도 불법적으로 또 비윤리적으로 스웨덴에 해외입양된 경우가 있는데 스웨덴 정부는 이번에 아프리카 국가는 조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우리 해외입양인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항의를 하고 있다."
 
실종아동이 불법으로 해외입양된 사례에 대한 기사.
 실종아동이 불법으로 해외입양된 사례에 대한 기사.
ⓒ 이삼돌

관련사진보기

  
"과거사 사과 없이는 선진국가 될 수 없다"

- 오는 12월 초 한국의 진실위에 해외입양 중 발생한 인권침해 관련해 진상규명을 신청하기 이전에 혹시 미리 한국의 진실위에 주고 싶은 조언이나 요청이 있는지?

"비록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 사회가 지난 70년간 자행된 해외입양의 여러 문제점들을 열어놓고 공론화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의 불법적이고 반인륜적인 해외입양은 과거 극우군사정권하에서 집중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일어났다.

과거가 어둡고 부끄럽다고 해서 그런 과거를 부인하거나 회피하면 올바르고 밝은 미래를 직면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진실위가 해외입양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 정부와 사회는 과거의 피해자들과 화해 할수 있을 것이다. 1990년도 해외입양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조사한 칠레 진실위 보고서를 한국 진실위가 이번조사에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 사회에서 가장 약자가 어떻게 그 국가로부터 대접받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문명수준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한국사회는 지난세월 동안 사회의 약자라 할 수 있는 비혼모나 그 아동들의 존엄성을 무시했고 이들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비혼모의 아동들을 해외에 판매하여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 삼았다.

나를 비롯한 20만 해외입양인들은 한국 정부의 이런 비인도적이고 비인간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살아 있다. 그래서 우리 해외입양인들은 지금이라도 한국정부가 해외입양인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할 것을 요구한다.

해외입양 중에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차원의 진상규명이나 국가의 사과가 없이는, 한국은 지금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선진국가나 문명국가가 될 수 없다. 세계사에서 도덕성을 상실한 국가나 문명이 선진문화 국가가 된 사례는 없다. 마찬가지로 진실이 없이는 화해도 없다는 것을 한국의 진실위가 꼭 명심하길 바란다."
 
해외입양 실태
 해외입양 실태
ⓒ 이경은

관련사진보기


태그:#입양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