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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62)이 19일(현지시간)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뒤 수도 보고타에서 손을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게릴라 출신인 그는 재벌 출신인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77)를 제치고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보고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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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탄생하며 중남미의 '좌파 물결'이 더욱 거세졌다.

20일(현지시각)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을 이끄는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50.48%를 득표하며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 페트로 후보와 오차범위 내 경쟁을 펼친 '반(反)부패 통치자 리그'의 후보 로돌포 에르난데스(77)는 47.3%를 득표했다. 그는 "결과를 받아들인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페트로 당선인은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960년대 이후 정부군과 좌익 반군의 내전이 이어진 콜롬비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좌파 대통령이 나온 적은 없었다.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흑인 부통령 선택한 콜롬비아 

현직 상원의원인 페트로는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서 10년 넘게 반군 활동을 하다가 투옥된 경험이 있다. 사면 뒤 정계에 입문해 수도 보고타의 시장을 지낸 페트로는, 2018년 대선에서 이반 두케 현 대통령에 패하기도 했다.

페트로는 이번 선거에 부자 증세, 빈곤 해소, 친환경 정책 등을 내세워 재도전했다. 또한 환경 운동가인 프란시아 마르케스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서 앞서 좌파 진영에 다소 거부감을 보였던 여성·농촌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지난 2014년 무분별한 금광 개발에 반대하며 80여명 여성 단체 관계자들을 이끌고 560km가 넘는 항의 행진을 벌였던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최초의 아프리카계 여성 부통령에 오르게 됐다. 

당선인 페트로는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반대파에 대한 정치적 박해는 절대 없고, 존중과 대화만 있을 것"이라며 "무기를 든 사람들, 침묵하고 있는 농민들, 청년과 여성 등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꼽혔으나, 높은 실업률과 심각한 빈부 격차, 강력 범죄 만연 등으로 정치 기득권을 혐오하게 된 콜롬비아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다. 

20년 만에 부활한 중남미 좌파 물결... 폭스뉴스 "미국 행정부에 골칫거리 생겨"  

AP통신은 "중남미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콜롬비아에서 페트로의 대선 승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며 "반세기 넘게 이어진 좌파에 대한 콜롬비아의 오랜 낙인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어느 나라든 '역사적인 선거'는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페트로의 승리는 보수적인 콜롬비아로서는 엄청난 새 출발이며, 이 나라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이어 "콜롬비아는 역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과 흑인 부통령을 갖게 되었다"라며 "이는 새로운 정치적 경로를 향한 콜롬비아 국민들의 열망을 대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에 이어 콜롬비아까지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뀌었다. 올해 10월 대선을 치르는 브라질에서도 좌파 진영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필두로 브라질, 볼리비아, 칠레, 쿠바 등의 좌파 정권이 일으켰던 중남미의 좌파 물결이 20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는 평가다.  

중남미 주요 6개국 모두 반미 성향이 짙은 좌파 정권이 출범하며 미국은 긴장하고 있다. 페트로도 2012년 발효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불공정하며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관계 회복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반 두케 현 콜롬비아 대통령은 미국, 유럽과 함께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마두로 대통령도 2019년부터 콜롬비아와의 모든 외교 관계를 단절한 상태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 참석을 거부한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성명에서 "콜롬비아 보수주의자들은 완강하고 거칠었으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의 유명 소설가)는 한때 '이 나라는 망했다'고 할 정도였지만, 페트로의 승리는 이런 저주의 끝이자 고귀한 형제 나라에 비친 서광"이라고 환영했다.  

다만 미국 <폭스뉴스>는 "중남미의 정치적 균형이 왼쪽으로 기울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새로운 골칫거리(headache)가 생겼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콜롬비아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해 민주주의의 힘을 재확인한 것을 축하한다"라며 "(국민이) 페트로 당선인과 강한 파트너십을 통해 더 민주적이고 공정한 서반구를 만들어가길 바란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