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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드래곤 알로카시아 모체 신엽과 달리 모체는 두껍고 단단한 알로카시아 잎을 지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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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카시아라는 식물이 있다. 작은 구근에서 깨어나 잎을 내는 열대 식물인데 구근에서 영양을 얻는 만큼 뿌리는 튼실하지 않다. 뿌리가 영양을 공급해 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구근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근이 깨어나기까지가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 정도인가. 정확한 날짜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심고 난 후, 구근이 물러버릴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환경에 적응하여 피어날 수도 있다.
처음 알로카시아 구근을 심었을 때, 1주 정도의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어 죽은 줄 알고 화분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 성공해보겠노라 다짐하고 구근을 깨워봤지만 허사였다. 한참을 방치해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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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카시아 구근 조약돌 같던 구근에서 알로카시아 신엽이 나오려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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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카시아 신엽 제법 키가 큰 알로카시아 실버드래곤 신엽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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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문득 시선이 가 보니 알로카시아 위 쪽이 조금 벌어진 것을 발견했다. 죽어버렸나 싶었던 구근이 실은 피어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잎을 한 장 내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린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살아있다는 것을 안 이상 조금의 힘을 보탠다. 습도 조절을 위해 분무를 해주고, 반찬통 온실에 넣어둔다. 이제 기다림만이 식물집사의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구근은 위 쪽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결국 잎을 틔운다. 심었던 작은 알로카시아 자구들에서 뽀옥하고 잎이 나오고 있다.
새 생명의 탄생으로 기뻐하는 한편, 이로 인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겉으로 보았을 때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던 구근들이 그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작은 하트 모양의 잎을 내기 위해 돌멩이처럼 생긴 그것 속에서 생명이라는 우주는 작동하고 있었다.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인간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려 열심히 해보려 하지만 원하는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꽤 흐르고 생각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보통 사람인 우리의 필연적 결과다. 스스로 정해놓은 마감기한 내에서만 노력을 하기 때문인 것일까.
우리가 하는 일에는 우리가 정한 시간보다 실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바뀌는 것 하나 없어 보일지라도 무언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는 한, 그 무언가는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중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이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알로카시아의 작은 잎 한 장이 한참의 시간 후에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내용은 본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