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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이 9일 오전 참여연대 건물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사회보장과 조세재정 정책'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이 9일 오전 참여연대 건물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사회보장과 조세재정 정책"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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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효율' 하면서 복지 강화? 말장난이자 모순... 결국 복지제도 구조조정 귀결이다." 

지난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사회보장·조세재정 분야 평가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 발언이다. 새 정부가 보수적인 재정 운용을 공언하고서 사회보장제의 강화도 과제로 내건 데 대해 '사실상 복지제도가 위축될 것이나 레토릭으로 이를 은폐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윤석열 정부 사회보장·조세재정 국정과제 진단과 평가' 긴급 좌담회를 열고 전문가 8명의 평가를 들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와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해 새 정부 국정과제를 평가했다. 이주하 동국대 행정학 교수, 김형용 동국대 사회복지학 교수,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새 정부 재정 정책 기조는 '재정 효율화'로 요약된다. 윤석열 정부는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우선 고려하도록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제도화거나, 성과가 낮고 관행적으로 지출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각 부처의 사업재정 성과 관리 체계를 신설해 재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결국 복지 사업 구조조정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업 효과가 간접적이고 장기적으로 드러나는 복지 정책 특성상 '저성과 사업'이나 '관성적 의무 지출 사업'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각 지방정부 양육수당 등의 정책도 중앙정부가 만 7세 미만 아이에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구조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나아가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추경호 의원은 2020년 6월 코로나 위기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은 편성하던 시기,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OECD 국가들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100%를 넘는 상황이었다"며 "재정 총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국정과제가) 혁신성장 지원에 방점이 찍힌 걸 보면, 돈은 목소리가 작은 복지정책 대상자보다 기업 지원에 더 분배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한 예로 상병수당을 들었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 등으로 근로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로 오는 7월부터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정 위원장은 "첫 공약집에선 '최대한 빨리, 적정 소득 지원을 한다'고 해놓고 국정과제에선 '시업사업을 통한 다양한 모델 평가, 분석,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도입한다'고 바뀌었는데, 사실상 논의만 지속하게 될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 끝나는 게 아니냐. 문재인 정부 시범사업도 고작 하루 4만 원인,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대부분 민간에 맡겨진 사회 돌봄 서비스 종사자 처우 개선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성식 정책실장은 "보건복지부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보육교사 임금을 10만 원 가량 올려주면서 보육기관에 지원되는 보육료도 엄청 올랐는데, 돈이 진짜 교사 처우에 쓰이는지를 감독하려고 급여 내역을 제출하라고 했으나 엄청난 반발에 결국 못했다"며 "정부가 처우개선에 재정을 투입해도 민간 사업자 호주머니로 들어갈 게 뻔하다. 서비스 질 개선은 어렵고 돈을 돈대로 새어 나가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에도 한국만 균형 재정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문제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부양의무자 폐지와 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문제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부양의무자 폐지와 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 김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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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 운영과 관련해 이상민 연구위원은 "최근 코로나 위기 때도 OECD 국가 GDP대비 재정수지 적자비율은 평균 2019년 –3.03%에서 2020년 –10.41%로 증가한 반면, 한국은 0.96%에서 –2.29%로 늘었다"며 "4월 IMF 발표를 봐도 2020년, 2021년 선진국 평균 재정수지 비율은 GDP 대비 각각 –10.5%, -7.3%인데, 한국은 –2.2%, -0.6%다. 사실상 균형재정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보유세 완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등 새 정부 조세 정책을 종합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고, (국정과제를 보면) 기업지원을 확대한다면서도 부채를 줄이고 감세를 한다는 것인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금액은 수조 원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지출 확대는 증세나 국가부채 확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재정의 트릴레마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 적절한 재정 정책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보장과 관련된 13개 국정과제를 분석한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는 "큰 틀에서 시민의 사회권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인식과 통합적 접근이 부재하다"며 "중위소득 50% 수준을 모든 주민에게 보장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전국민 고용보험, 상병수당,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모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소득보장제 수립'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필요한 국민에게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부분에선 전형적인 선별적 접근이 보인다"며 "긍정적인 정책 내용도 확인되지만 실행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아 이후 집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참여연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평가, #복지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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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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