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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등 4당이 6.1 지방선거에 진보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왼쪽부터 진보당 박범수 예비후보, 정의당 김병철 위원장, 노동당 주형우 예비후보, 진보당 정세경 예비후보.
 안산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등 4당이 6.1 지방선거에 진보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왼쪽부터 진보당 박범수 예비후보, 정의당 김병철 위원장, 노동당 주형우 예비후보, 진보당 정세경 예비후보.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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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난다. 지역에 억울한 일이나 불합리한 일이 있는 곳에는 정세경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아픔을 나눌 때도 그랬고, 재난지원금을 시의회가 부결시켰을 때는 단식 농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50대 여성노동자 정세경은 이런 자신의 인생을 잘 모르겠다고 넋두리한다. 그저 옳다고 생각한 일을 주저 없이 갔을 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것도 내 마음 같은 사람들의 대표로서 출마한다는 생각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편에 서는 것은 과도한 오지랖이 아닌 그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모른 체하고 외면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박범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모범생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12년간 반장과 학생회장을 놓치지 않을 만큼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반장 엄마라고 대우받던 시절을 생각하면 구름에 뜬 기분과도 같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이후 달라졌다. 힘든 사람 억울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운동을 하다 감옥에 갔고, 편입을 위해 다시 시험을 봐야 했다. 30대에 늦게 군대에 가야 했다. 청년들의 등록금 문제가 불거지자 앞에 나서면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과감하게 지방선거 출마를 선택했다.

1995년생 20대 청년 주형우는 아침 6시 반부터 인근 지하철역 앞에서 명함을 돌린다. 대학을 다니다가 노동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불평등한 세상을 고민하다 내린 선택이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자본주의 체제에서 절망과 걱정의 삶을 살고 있는 20대 청년노동자'라고 소개했다. 초보 목수 노동자로 현장에서는 '새끼 목수'로 불린다고 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청년노동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죽어간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평택항에서 화물작업 도중 사망한 스물셋 고 이선호, 한전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죽어간 노동자 고 김다운 등등. 주형우는 또래 청년들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서 선거에 뛰어들었다. 청년노동자의 갈 곳 없는 분노를 올바른 곳에 표출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시의회에 진보정당 의원 한 사람만 있어도
 
안산시의원에 도전하는 진보당 박범수 후보
 안산시의원에 도전하는 진보당 박범수 후보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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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도시이자 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한 안산에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정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올린 후보들은 그 각오가 남다르다. 거대 양당정치에 균열을 내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안산에서는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4당이 연대해 3명의 후보를 내세웠다. 진보당 박범수 예비후보(가선거구)와 정세경 예비후보(바선거구), 노동당 주형우 예비후보(나선거구) 등이다.

출마자가 많지 않은 진보정당의 특성상 일찍 공천이 확정됐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선거운동을 얼굴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고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 꾸준히 지역 활동을 펴 왔기에 평소 하던 대로 약자들과 연대하고 주민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것이 전부다. 진보정당들이 선거연대를 통해 진보 단일후보 자격을 부여하고 지원하는 것 정도가 특별하다.

진보정당들은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이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4개 정당 관계자들과 후보자들이 함께 참여해 진보 단일후보의 연대를 나타내고 있다. 비록 당은 달라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다함께 손을 잡은 것이다.

지난 4월 23일 열린 진보당 박범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정의당 안산시위원회 김병철 위원장은 "안산 정치를 바꿀 사람, 성실하고 친화력 있는 안산시민들이 뽑지 않으면 안 되는 후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보당 안산시위원회 홍연아 위원장은 "선거기간 중 지역에서 진보정당 연대를 위한 일찍부터 논의를 진행한 것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정록 전 민주노총 안산지구협의회 의장은 "진보정당 의원 한 사람이 시의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시의회에서 진보정당 후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안산에서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진보정당 의원이 시의회 진출해 의회가 달라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민주노동당 시의원이었던 홍연아 현 진보당 안산시위원장은 안산에서 전국 최초로 실현한 영유아 무상예방접종 조례를 제정해 주목받았다.

보건소에서만 가능했던 무료 접종을 12세까지 아동 모두가 민간 병·의원에서도 무상으로 접종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이 기세를 바탕으로 도의원에 진출해서는 공공산후조리원 조례 제정을 통해 공공의료 확대에 기여했다.

양당 구조의 폐해, 다양성 사라진 풀뿌리 정치
 
거리에서 주민과 만나고 있는 안산 진보당 정세경 예비후보. 안산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거리에서 주민과 만나고 있는 안산 진보당 정세경 예비후보. 안산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 정세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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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보정치의 위력은 삶 속에 깊이 체감하고 있다. 무상교육이나 무상급식 등은 20년 전만 해도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정당조차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복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년 전 진보정당의 공약이 뒤늦게 피부에 와 닿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 후보들은 일하는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정세경 진보당 예비후보는 "기득권 양당 정치의 폐해가 주민들에게 간다"며 "지역 국회의원에 줄 서서 계파와 향우회를 앞세우는 정치가 반복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양당 구조의 공고화가 시의회 직무유기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과 2020년 안산시 결산을 확인해보니 세입 대비 세출이 4천억~6천억 정도 적었다"며 "복지예산이 그만큼 삭감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대회를 열어 남긴 예산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시장이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시의회가 부결시켰다"면서 "주민의 절박한 요구를 시의회가 무시한 것이었다"고 성토했다. 양당 독식 시의회의 폐해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지방선거에 뛰어든 안산의 진보 단일후보들은 공통공약을 내걸고 정책연대를 강화하는 중이다. 공약의 핵심은 무상의료와 무상돌봄 실현, 질 좋은 일자리와 주거권 보장 등이다. 그동안 보여왔던 실천력은 진보 단일후보들이 내세우는 자신감이다. 시의회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주거권 보장은 청년들의 현안이기도 하다. 박범수 진보당 예비후보는 무주택 청년의 주거비 지원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면서 "시의회에 진출하면 무주택 청년 반값주거비 지원 조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년 문제를 구조적인 사안으로 진단한 주형우 노동당 예비후보는 안산을 새로 짓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청년들이 고학력 고스펙을 쌓지 않으면 계속해서 박탈감 속에 살아야 하는 삶이 됐고, 사회적인 불평등이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포장되어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불안감을 온전히 감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며 "그런 불안한 삶에 대한 분노가 자본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젠더 갈등과 세대갈등, 노동자 간의 갈등으로 표출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실에서 청년 목수 노동자는 '실업청년 지원수당 신설과 청년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및 생활임금 보장', '기후·의료·생명안전·돌봄·청년노동·인권지킴 영역에서 지자체 책임 청년 정규직 일자리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하철역 앞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노동당 주형우 예비후보. 안산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지하철역 앞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노동당 주형우 예비후보. 안산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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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공천 금지, 3인 이상 선거구 확대

공약과 별개로 정치제도 개혁에 대해 세 후보는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복수 공천 금지와 3인 이상 선출 선거구 확대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풀뿌리 정치가 중앙 정치에 종속된 현실에서 진보정치를 꽃 피우기 위해 거대정당과 맞서는 이들의 도전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대정당을 향해 던지는 진보정당의 물맷돌이 매섭게 느껴지는 것은 안일함이 아닌 치열함이 진보 단일후보들의 삶에 배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말한다. "새로운 정치를 바란다면, 희망의 진보 정치를 선택해 달라"고.

태그:#지방선거, #안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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