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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투표일 전날인 3월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투표일 전날인 3월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마지막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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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정치개혁'을 내세웠다.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정치개혁안을 발표했고, 사흘 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중 가장 먼저 실행돼야 하는 것은 기초지방의회 선거구 개혁이었다. '살당공락(살인자도 거대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님도 공천 못 받으면 낙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2인 선거구를 없애고, 3인 이상 선거구제로 하는 것이 첫 번째로 실행돼야 할 개혁과제였던 것이다. 대선에 이어서 지방선거가 치러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조례 개정 결의를 했다면... 대선은?


이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필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대로 공직선거법을 못 바꾼다'는 핑계를 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이 안 되면, 민주당이 다수당인 13개 시·도의회의 결의로 2인선거구를 폐지하고, 3인 이상 선거구로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시·도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고, 기초지방의원 선거구는 최종적으로 시·도의회가 조례로 확정하게 됐으므로 민주당이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대선 이전에 민주당이 그런 결의를 해서 정치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면, 박빙의 대선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선 이전에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시늉만 했을 뿐, 실질적인 결의를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공직선거법 개정은 예상대로 무산됐다.

시범적으로 11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3~5인 선거구제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2018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전국에 1035개 기초지방의원 선거구가 있었는데, 그중 11개에서 시범실시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아예 새로운 방식, 즉 온전한 비례대표제같은 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시범실시를 한다는 말인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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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선거구획정위가 만든 4인선거구도 쪼개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며칠 사이에 민주당이 다수당인 일부 시·도의회에서 2인선거구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만든 4인 선거구조차도 쪼개서 2인 선거구로 만드는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부산시의회는 획정위가 만든 4인 선거구 9곳을 2인 선거구 18곳으로 '쪼개기' 했다. 뿐만 아니다. 선거구획정위가 27곳으로 제안한 3인 선거구는 25곳으로 줄였고, 2인 선거구는 18곳에서 39곳으로 늘렸다. 부산시의회는 현직 의원 39명 중 32명이 민주당 소속이다(지역구 29명, 비례대표 3명).

사실 3~5인 중대선거구제가 선거제도 개혁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그보다는 국회부터 기초지방의회까지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3~5인 선거구제라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기초지방의회 선거에서 2인 선거구는 거대양당이 나눠 가지거나 지역에 따라서는 특정 정당이 2석 모두 차지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심지어 무투표당선도 가능했다. 거대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니, 기초지방의원은 선출직이 아니라 공천권자의 임명직화되는 경향조차 낳았다. 그래서 당장 큰 틀의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면, 2인 선거구라도 폐지하자는 것이었다.

둘째,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약속했던 정치개혁 방안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대선 막판에 나왔던 국회의원 선거 비례성 강화,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등을 민주당이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보여주는 첫 단계가 바로 기초지방의원 3인 이상 선거구제 도입이었다.
  
기득권 수호 의지가 대의를 엎어 버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의 정치개혁은 진정성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득권 수호 의지가 정치개혁이라는 대의를 뒤엎어 버리고 있다.

기초지방의원 3인 이상 선거구제조차 자기 당이 다수당인 시·도의회에서 관철시키지 못하는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과 헌법 개정에 대한 진정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걸까.

민주당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당 대선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관련 기사]
"정치개혁" 말을 믿으라고? 최소한 이거 하면 믿겠다 http://omn.kr/1xjp1
민주당의 정치개혁? 진정성의 3가지 조건 http://omn.kr/1xi2f

태그:#기초지방의회, #4인선거구, #2인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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