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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406호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개회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406호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개회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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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와 65%.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와 '4월 내 임시국회 처리'에 반대하는 이들의 비율이다. 찬성 비율은 각각 39%와 27%였다.

여론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냉담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로 ① 법안의 내용 ② 민주당의 언행 ③ 처리시기, 총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① 법안의 내용: 누가 경찰을 통제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 검찰의 수사권을 제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 검찰의 수사권을 제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 국회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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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민주당 법안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민주당이 15일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를 제외한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제외했다. 해당 수사권은 모두 경찰로 이관됐다. 보완수사도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수사권을 지닌 경찰을 통제할 장치도 기관도 없는 셈이다.

검찰개혁을 찬성하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이러한 법안의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12일 민변은 "검찰개혁은 계속되어야 하나, 국민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검수완박', 즉 수사권과 기소권을 (조직적으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변은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의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여 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역시 20일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참여연대는 수사권 조정 이후 꾸준히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를 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해왔다"면서도 "검찰로부터 수사권한을 제거하면서도 사법경찰관에 집중된 권한을 통제할 장치들을 마련하지 않고, 이미 있는 적법성/적정성 통제 장치마저 약화시켜 이대로 처리될 경우 비대해진 경찰권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② 민주당의 언행: 모순과 꼼수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러한 문제들을 모른 채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자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모르기는커녕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황 의원은 편지에서 "기존 검찰 수사 영역인 6대 범죄는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고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축소돼야 한다"며 "지금도 일에 치이고 있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담당할 수도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가수사총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은 이어 "검찰에서 수사기능을 분리해내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어디로 가느냐?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며 "국가수사총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거듭 국가수사총량이 줄어드는 것을 강조했다.

황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 시 6대 중요범죄는 수사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황 의원은 6대 중요범죄가 "불요불급한 수사"라고 칭했다. 그런데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가 바로 6대 중요범죄다.

부패와 경제, 공직자와 선거, 방위사업과 대형참사에 관련된 범죄들에 대한 수사가 불요불급한 수사고 증발되어야 할 수사인가. 국가의 수사총량이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 국회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인가. 애초에 국가의 수사총량이 줄어드는 게 국민을 위한 일인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발언은 더욱 심각하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1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에 출연해 "사법고시 합격해서 변호사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 비해서 경찰은 훨씬 권력을 잘 따르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민주당은 검찰보다도 권력에 순종하는 경찰에게 모든 수사권을 쥐여주는 법안을 강행하는 셈이다. 모순의 극치다. 

또 송 전 대표는 같은 방송에서 "각종 압수수색 영장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경찰이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없다"며 "검찰이 신청하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서 나오게 되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은 여전히 검찰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 217조에 따르면 압수수색영장 청구의 주체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명시되었던 현행 조항에서 검사를 삭제해 경찰이 검찰을 통하지 않고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발언뿐만이 아니다. 행동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20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경우를 대비해 탈당했다. 이에 원내지도부는 민 의원의 탈당을 수용했다. 전형적인 '꼼수'다. 지난 2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비례위성정당'에 사과한 지 불과 두 달이 지나서다.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고민이 있었겠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병욱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그동안 우리 당이 비판받아 온 내로남불정치, 기득권정치, 꼼수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런 식으론 결코 검찰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우리 당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③ 처리 시기: 왜 하필 지금인지 국민 설득 필요해


여론조사에서도 보이듯 시기도 문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할 시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취임 전인 5월 3일에 있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윤 당선자가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해 국회는 재의에 붙여야 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그대로 법률로서 확정된다. 즉,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법안은 폐지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토록 무리를 하면서까지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강행처리 이유에 대해 국민을 향한 설득이 필요함에도 민주당은 무작정 법안 강행만을 고수하고 있다. 정말로 민주당이 법안의 처리를 원한다면 지금 당 내부를 포함한 각계에서 쏟아지는 우려와 비판을 수렴해 법안을 다듬고 국민에게 법안의 필요성을 얘기해도 늦지 않다.

한편,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최종 중재안을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에 전달했고, 양당은 중재안 수용 입장을 밝혔다. 

태그:#민주당,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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