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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호 전 광산구청장에 대한 고발장
 김삼호 전 광산구청장에 대한 고발장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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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이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삼호씨를 위해 퇴임식을 연 사실을 취재했다. 퇴임식 당시 김삼호씨는 이미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민간인이었다. (관련 기사 : [단독] 당선무효 김삼호 광산구청장, 퇴임식 열었다 http://omn.kr/1ycx4)

나는 퇴임식 관련 보도를 끝으로 더 이상 김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김씨가 페이스북에 퇴임 소감을 남겼다. "여한 없이 일했고, 여러분에게 듬뿍 받은 신뢰와 사랑으로 아쉬움을 털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었고 김씨가 명예로운 퇴직이라도 한 듯 응원하는 댓글 370여 개가 달렸다.

화가 났다. 그동안 김씨는 불법 당원을 모집해준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직원들에게 300만 원 상당의 향응과 30만 원 상당의 골프비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한 점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1심과 항소심에서 일관된 법리에 따라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김씨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김씨는 광산구청장으로 취임한 사실 자체가 없는 민간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날 오후 2시 광산구청은 상황실에서 "민선7기 김삼호 구청장 퇴임식"을 열었다.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민간인이 현직 공무원들을 모아서 진행한 퇴임식은 과연 합법적일까? 형법 제123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광산구청이 진행한 퇴임식은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퇴임은 전직 공무원이 그 직위를 퇴직 혹은 의원면직 등으로 상실했을 때에만 사용될 수 있다. 즉 당선 자체가 무효 처리된 김씨는 법률적으로 전직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퇴임식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명백히 형법 제123조에 위배된다. 

김삼호씨의 퇴임식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부터 준비되었다. 광산구청의 한 공무원은 "식순 정도만 미리 준비했다. 예산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대법원 판결로 직위를 상실한 상황에서도 공무원들은 이를 준비하고 실제로 집행한 것이다.

잘못 지적하지 않고 침묵하는 경직된 공직사회
 
14일 당선무효를 선고받은 김삼호씨는 퇴임식 직후 광산구청 공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14일 당선무효를 선고받은 김삼호씨는 퇴임식 직후 광산구청 공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김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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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무효 처리된 김삼호씨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이 오르면 화려한 조명과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던 때와 달리, 마지막에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가며, 숨소리까지 살피면서 퇴장하는 게 선출직 공직자의 숙명입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 글과 함께 광산구청 직원들과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촬영 시점은 퇴임식 직후로 현직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에 업무를 중단하고 집결한 것이다. 자발성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의 퇴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더라도 폐쇄적인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19일 광주광산경찰서에 김삼호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부패 신고를 했고 감사원에는 감사 제보를 넣었다. 누구 하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침묵하는 경직된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

나는 고발장에 "김삼호씨의 직권남용 혐의를 면밀히 조사한 후 엄벌하여 주기 바랍니다"라고 쓰고 "이번 퇴임식 진행과 관계된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엄중히 수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명정대한 결과를 기대한다.
 

태그:#김삼호, #광산구청, #광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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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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