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20일 청와대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기존의 청와대는 시민공원으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많은 우려와 반대 속에서도 '결단'을 내려 청와대를 옮기기로 했다고 한 윤석열 당선자의 결정에 대해 아직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단 윤석열 당선자는 왜 기존의 청와대에서 나오려고 하는가?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에 따르면 기존의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다. 청와대 구조 때문에 불통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고, 일각에선 풍수지리적으로 터가 안 좋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동안 적지 않은 정권들이 소통 등을 이유로 청와대 이전을 고려해왔다.

그렇기에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공약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이번에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경우 그것을 실제로 실현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청와대라는 장소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윤석열 당선자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까지 천명하며 청와대를 반드시 이전하겠다고 했으니 청와대라는 공간을 더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어떤 공간인가? 단순히 정의하자면,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청와대란 곧 권력이었고, 권력이 곧 청와대였다.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앉아 막강한 힘을 휘둘렀는데, 이러한 상황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를 거쳐 걷어낼 수 없는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 '청와대의 지시다'라고 하면 어떠한 명령이든 정당화 되었고 수행해야 했던 시대는, 청와대를 대통령의 집이 아니라 권위주의 그 자체가 되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는 청와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권위를 먼저 생각하지 우리와 같은 민주 시민인 대통령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면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며 급진적으로 청와대 이전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단숨에 해결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구중궁궐에서 나온다'는 일각의 기대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의 말처럼 청와대의 경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는' 상황이 아니라 '의식이 공간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지도자가 어디 있든 그곳은 따르는 사람들에게 신성한 장소가 된다. 극적인 예로 북한을 보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지나간 곳에는 '지도자가 다녀갔다'고 현판을 달며 철저하게 보존한다. 이런 국가에서 단순히 지도자의 집무실을 옮긴다고 뭔가 더 나아질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용산으로 청와대가 옮긴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권위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곳은 이전의 청와대와 별 다를 것 없는 공간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청와대를 급하게 이전할 정도의 결의가 있었다면, 이에 부응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탈권위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실천이 필요하다. 그제야 졸속이라는 평가를 받는 청와대 이전 사업이 '진정한 결단'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윤석열 당선자의 어깨는 더 무거워져야 한다. 앞으로 5년간 단순히 청와대를 '그저 옮기기만' 했을 지도자로 남을지, 탈권위 대통령의 업적을 쌓을지, 순전히 윤석열 당선자의 몫이다.

태그:#청와대, #윤석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