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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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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련 기사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가장 많은 기사는 정부의 정책을 비꼬는 기사죠.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사라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판단합니다. 어떻게든 오늘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모여 있으니까요. 특히 '오락가락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은 의미 있습니다. 지난 11일 자 <한국경제> 기사 "철회하고 강행하고... 내 멋대로 부동산 대책"이 눈에 보입니다. 자극적인 제목이기는 하지만, 없는 얘기는 아니니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임대 사업자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줄이기로 한 정책,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모두 백지화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말을 바꾼 까닭은 시장의 반응이 처음 정부에서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전·월세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인데요, 전적으로 '시장의 반발'에 의한 정책 회귀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반발이 먹혔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동산값 폭등'을 부추기는 기사도 생산합니다. 이율배반이죠. 대표적인 뉴스를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11일 자 <매일경제> 기사입니다. "당첨되면 15억 번다... 서울 무주택자 모두 몰릴 판"이라는 제목입니다. 이 기사를 본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없던 마음도 들썩이게 만듭니다. 15억이라고 하니까요. 15억이면 평생 벌어도 못 버는 돈입니다. 그 돈을 한 번에 벌 수 있다고 하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MBC가 이번 도쿄올림픽을 유튜브처럼 편집했다가 전 국민의 원성을 들었죠. 공영방송이 할 짓이냐고. 신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제목, 심지어 기사와 상관없는 제목으로 낚시질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찹니다. 로또처럼 15억을 버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 이런 로또 청약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것인데요,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더 재미있다고 불구경하며 부화뇌동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재미있는 기사가 있었다면, 이번 부동산값 폭등에서 가장 이익을 본 주체가 '정부'라는 것인데요, 저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국,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데요 이렇게라도 충당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입니다. 다만,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세수가 꾸준히 늘어남은 다수의 국민이 시쳇말로 '투기꾼화' 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우리 서민들 다수의 삶은 그만큼 더 팍팍해진다는 얘기이니까요.

아파트를 공공재로 바라보는 분석 기사는 없나?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부동산 기사는 '아파트를 거주를 위한 공공재로 제시'하는 분석 기사입니다. 특히 10일 자 <오마이뉴스> 기사 "자산 증식 욕망이 된 아파트 맨해튼에 답 있다"라는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맨해튼과 싱가포르의 '토지 임대정책'에 대한 분석 기사로 우리나라에도 현실적으로 대입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환매 조건부 분양'과 같은 정책도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없겠지만, 공공으로 개발하는 아파트라도 이 같은 방법으로 분양을 한다면, 전체적인 아파트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아파트의 위치가 좋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익을 추구하지도 못하는 데 위치까지도 좋지 않으면, 아무도 분양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의 주거비를 줄여주고자 행복기숙사를 여러 곳에 건축했었는데요, 대학과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따라서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분양한다면, 충분히 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부동산, 아파트 관련 기사를 검색합니다. 한숨만 나옵니다. 아파트 가격 폭등에 기대어 은근슬쩍 분양가를 올리는 건설사부터, 입주민들의 담합으로 시세를 올리는 행위까지. 욕망을 부추기는 기사가 다수입니다.

언론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뉴스를 읽으면, 살기 좋은 나라, 젊은 세대가 희망과 꿈을 꿀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화염병과 투쟁이 난무하는 노사분규와 정치인들의 드잡이가 일상인 대한민국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입장에서야 기삿거리는 많아서 좋겠지만, 기삿거리 많은 나라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까.

태그:#아파트 , #부동산, #언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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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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