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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조처가 모두 풀린 19일(현지시간) 새벽 영국 런던 패링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있다.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이날 수천 명의 젊은이가 코로나19 규제 해제를 기념해 '자유의 날' 밤샘 파티를 즐겼다. 영국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규제 조처를 해제했다.
▲ 나이트클럽서 노마스크로 춤추는 런던 젊은이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조처가 모두 풀린 19일(현지시간) 새벽 영국 런던 패링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있다.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이날 수천 명의 젊은이가 코로나19 규제 해제를 기념해 "자유의 날" 밤샘 파티를 즐겼다. 영국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규제 조처를 해제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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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코로나19 위기가 심상치 않다. 19일 예정대로 '자유의 날(Freedom Day)'을 선언하며 모든 방역 규제를 전부 풀었지만, 확진자가 18일 하루에만 5만4천여명에 육박하는 등 사실상의 대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자가격리된 상태에서 19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지금 아니면 언제 할 수 있겠느냐, 추위가 오면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라는 말을 내놓았다.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모험'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영국 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조치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영국의사협회 차드 나그폴 회장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원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는 공중 보건상 모든 제약을 없애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에 자문하는 '비상사태 자문그룹'(SAGE)의 존 듀리 교수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자유의 날'은 바이러스 그 자체를 넘어 진짜 위험을 가져온다"라며 사회적 연대와 바이러스로부터의 시민의 보호를 강조하는 SAGE의 성명을 공유했다. 

과학자 1200명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없애는 '영국의 비윤리적인 실험(unethical experiment)'이 "백신에 내성이 있는 변이를 만들어 전세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국제과학저널 '랜싯'에 보내기도 했다. 

영국 퀸 메리 대학의 임상역학자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세계는 현재 영국에서 피할 수 있는 위기가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가 많은 사람들에게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최대한 노출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 주만에 수백만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영국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 휘티 교수 또한 지난 16일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영국은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라며 "3주마다 입원자 수가 두 배 증가하고 있고 향후 무서운 수치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놀랍도록 빨리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치명률 감소하고 있지만 중환자 증가 상황... 영국 전역에선 파티 분위기

영국의 1차 접종률은 68.2%, 2차 접종률은 52.99%이다. 전체 인구 중 무려 546만 명(8%)이 감염되면서 항체가 생겼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집단면역 상태에 거의 이르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델타 바이러스 등의 변이가 유행하면서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유행이 멈추지 않고 있는 추세다.

패트릭 밸런스 영국 최고과학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로 인한 입원 중 60%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40%는 1차 접종자거나 돌파감염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초 그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로 인한 입원 중 60%가 접종 완료자"라고 말했다가 통계를 정정했다. 

현재 영국의 치명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백신 접종 초기인 지난해 12월 3.54였던 치명률은 2.35까지 줄었다. 문제는 치명률만 감소할뿐, 중환자와 사망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5월 말 100명대였던 중환자(위중증 환자) 수는 17일 기준으로 545명까지 증가했다. 

5월에는 사망자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지만, 지난 14일에는 하루에 6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을 잡지 못하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자유의 날'은 선언됐고, 영국 전역의 나이트클럽에서 '자유의 날 파티'가 벌어졌다.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마스크 없이 파티를 즐겼다.

한국의 미래는 영국이 아니다

한국의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영국의 거리두기 전면 해제 조치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실험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한국은 백신 접종률을 높인 뒤에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영국은 후회하게 될 것이고 결국 다시 방역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며 "독감과 코로나19는 전혀 다르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감은 코로나19보다 치명률도 낮고, 백신도 여유있게 공급할 수 있고, 치료제도 다 나와 있다. 반면 코로나19는 항체치료제가 있다고 해도 증상이 심해지면 소용이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성인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에 당시 상황을 봐야한다. 영국과는 다르게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해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의 거리두기 해제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싱가포르처럼 질서 있는 형태로 출구전략을 짜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영국의 전면 제한 해제는 의료체계에도 큰 부담을 주는 방식이다. 너무나 파격적인 형태라 한국이 지양해야 될 방식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태그:#영국,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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