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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을 이주민들에게도 차별없이 평등하게 지급해달라는 기자회견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전국이주인권단체 공동으로 열렸다.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을 이주민들에게도 차별없이 평등하게 지급해달라는 기자회견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전국이주인권단체 공동으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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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의 말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실감하게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지 정부에서도 경제, 문화,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민하고 있다. 그중 이주민 분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분야이다. 코로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코로나를 통해 이주민 정책이야말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독거노인,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유독 가혹하게 영향을 미쳤다. 이주민들에게도 코로나19는 가혹하기만 하다. 이주민들이 가지는 직업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그보다 못한 일용직 비율이 높아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이다. 이주민들에게는 재난지원금도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가로부터의 지원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이주민의 체류에 생계유지를 위한 소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코로나의 직격탄을 받은 이주민들이 많은 현시점에서 어떻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주민 정책을 설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체류자격을 가졌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주민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떤 비자를 가졌는지' 또 '어떤 비자를 획득할 수 있는지'인데, 귀화허가 신청이나 각종 체류자격 신청을 할 때는 공통으로 신청자의 소득요건(생계유지능력 요건)을 소명하도록 하고 있다.

비자 유형별로 차이는 있지만, 영주비자(F-5)의 경우, 영주자격 신청 시 연간 소득이 한국은행 고시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액(GNI) 이상이어야 한다. 2019년 GNI는 3735만6천 원이므로 신청자의 연간소득이 3735만6천 원이 되어야 영주비자 신청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다만, 법령에서 정한 몇 가지 예외가 있기는 하다). 혼인비자(F-6)의 경우는 2020년 2인 가구 기준으로 F-6 비자를 신청하는 신청자의 배우자(초청인) 또는 동거가족의 합산소득이 1795만1880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주민들의 소득이 내국인 평균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이주민들은 비자 신청 또는 비자 변경에 있어 소득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비자 신청이나 변경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처럼 소득요건에 대해 출입국 당국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이 매우 엄격할뿐더러, 그 기준을 적용함에도 형식적으로 하고 있어 다음의 문제가 있다.

이주민에게만 가혹한 비자 신청?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전경.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전경.
ⓒ 대한민국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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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소득요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이다. 출입국관리법령이나 국적법에서 생계유지능력을 비자 발급이나 귀화 허가의 요건으로 정한 것은 신청자가 한국에서 체류하고 생활하는데,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또 위와 같은 소득요건은 이주민의 경제적 자립 여부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기준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 엄격한 법의 적용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신청자가 한국에서 자립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한다고 하더라도 신청자나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동거가족들의 경제적 수준 및 일정한 직업의 보유 여부, 개인의 전문성 등을 통한 장래의 소득 증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음에도 법에 규정된 소득 요건에 따라 체류 자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실제 2018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A씨가 제기한 귀화불허가처분취소청구 소송에서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하였는데, 당시 재판부 판결 이유의 요지는 "① 국적법에서 귀하 허가 시 소득요건을 확인하도록 한 것은 귀화허가신청자가 대한민국에서 체류하면서 국가의 도움 없이도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고, ② 국적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생계유지능력 판단자료는 귀화 허가 신청인에게 생계유지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정한 것이며, ③ 신청자가 귀화 후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자료를 근거로 하여야 하겠지만, 그 밖에 신청인에게 이와 관련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④ 또한 귀화 허가에는 상당한 재량이 있지만, 귀화 허가를 불허하는 결정이 구체적인 사정을 간과하여 개별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데 기인하였다면 그러한 결정은 위법하다(서울행정법원 2017구합3816사건)"는 것이었다.

즉, 법에서 정한 자료들 외에도 신청인이 증명할 수 있는 생계유지능력에 대한 부분이 있다면 이것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생계유지능력을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고 생계유지능력을 판단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였다면 이러한 판단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둘째, 생계유지능력을 입증하는 서류가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소득을 입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실무 관행상의 문제이다. 소득액을 입증하기 위해 출입국에서 요청하는 서류는 국세청 발급 소득 관련 증명서나 기타 공공기관에서 발급되는 증명서 등이다. 그런데, 이주민들이 종사하는 직종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그보다 처우가 열악한 일용직인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런 경우 실제 지급한 금액으로 소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일당제로 채용되다 보니 현금으로 일당을 지급받고 소득신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출입국에서 요청하는 소득 관련 증명서만으로는 이주민들이 얻게 되는 실제 소득수준 증명이 어렵다.

필자가 진행한 실제 사건 역시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다. 필자의 의뢰인 링링(가명)씨는 중국 국적의 여성이었는데, 중국음식점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던 분이다. 지금의 남편인 민수(가명)씨는 같은 중국음식점에서 인연을 맺었으며 주방보조와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링링씨는 2008년경 한국인 A씨와 혼인을 한 후 2018년 이혼하였고 2018년 가을 민수씨와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후 링링은 후혼관계에 기초하여 종전 F-6 비자 연장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출입국사무소에서는 민수씨의 소득요건과 링링씨의 소득요건이 소득인정 기준고시액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처분을 내렸다. 당시 링링씨와 민수씨는 둘 다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혼인 직후부터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임신이 쉽지 않았고, 이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으며 아이를 갖기 위해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출입국사무소에서는 링링씨가 다시 중국으로 출국한 후 민수씨가 소득요건을 갖춰서 링링씨를 초청할 것을 이야기하였지만 이는 이 부부에게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본국으로 돌아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짧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그 기간 안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최저임금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일정한 급여 소득을 가지고 있었고, 작지만 함께 신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전셋집도 가지고 있었다. 또 둘의 통장에는 3천~4천만 원 정도의 잔고도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케이스에서 생계유지능력 부족이라는 사유를 들어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하는 상식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나는 링링씨와 민수씨에게 어렵겠지만 사건을 맡아서 수행해보겠다고 하였다. 두 부부에게 작년 입출금통장을 모두 제출받아 그들의 정기적인 소득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들이 있는지 샅샅이 찾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부부는 매일의 일당을 현금으로 받았을 때도 일정한 금액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금액을 하루나 이틀의 간격을 두고 꼬박꼬박 입금해두었다.

또한 이전직장의 근로관계와 소득을 입증하기 위해 해당 중국음식점에 사실조회를 하여 매월 일정한 급여를 받으며 일했던 사실도 입증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하나씩 탑을 쌓듯이 두 사람의 소득을 입증하는 과정을 통해 꽤 오랜 기간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출입국사무소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항소를 하지 않아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판결 확정 후 다시 F-6 비자의 체류자격연장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함께 출입국사무소에 동행하게 되었는데, 순서를 기다리며 부부에게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부부는 작은 중국집을 차려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는 부부가 개업하게 되면 작은 개업난이라도 보낼 테니 연락을 달라고 했고, 그들은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웃는 얼굴로 출입국사무소 근처에서 헤어졌다. 그러고서 한 달 정도 후 정말 들뜬 목소리로 전화해온 민수씨로부터 드디어 F-6 비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개업하면 꼭 한번 찾아가겠노라며 기쁜 마음을 나누며 다음을 기약하였다.
 
이주민은 심사 통해 걸러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 사건을 마치면서 참 아쉽게 느껴졌던 점은 링링씨가 '소송'을 통해서야 원하는 비자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소득액을 인정할 수 있는 서류나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한 정책 또는 친절한 안내를 해주면 어떠했을까. 부부는 출입국사무소 심사 단계에서도 입출금 내역을 제출하여 소득수준을 입증하려고 시도하였지만 그런 서류로는 소득액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거부당했다. 요즘 전국의 지자체나 관공서에서는 '따뜻한 행정'을 모토로 민원인들이 관공서를 쉽게 찾고 이용하기 쉽도록 그 문화를 바꾸고 있으며 실제 관공서에 방문하면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이주민을 상대하는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따뜻한 행정'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심사를 통해 걸러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출입국 행정당국에서 소득인정기준을 심사할 때에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그 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개별 신청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배제보다는 그들의 사정에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따뜻한 행정이 출입국 행정에서도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이주민이 어떤 처지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또 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인정하는 데 있어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법무법인 덕수의 황준협 변호사입니다.


태그:#이주민센터친구, #소득요건, #체류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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