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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우리네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투기를 일삼는 이들에게 집이란 곧 투기의 대상일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는 포기의 대상이라 말한다. 점점 치솟는 집값으로 내집마련은 턱도 없다며 아예 집은 포기하고 대신 다른 것들을 소비하며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는 게 요즘의 추세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누군가는 자신의 유일한 재산이라 말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그래왔다. 그동안, 다른 것 다 제쳐놓고, 오로지 내집마련을 위해 살아왔고, 그렇게 이룩한 유일한 재산이 집이다. 오랜 세월 인내하면서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것들 다 포기하면서 이룩한 삶의 결과물이다.

또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살아가며 이루고자 하는 꿈의 대상!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집이란? 우리 가족에게 집이란? 과연 무어라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내게 집이란 남편의 선물이며, 우리 가족을 위한 꿈의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4년 전 일이다. 집 한번 지어본 적 없는, 그저 평범한 남자인 남편은 가족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겠다며, 직접 집을 짓는 일에 도전했다. 물론 그 도전은 성공했고 어느덧 이 집과 우리 가족이 함께 한 시간도 4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땅을 구입하고, 직접 집을 짓겠다 선언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그 후의 이야기. 설계 과정의 이야기다. 남편이 내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여보.... 당신은 어떤 집을 원해? 어떤 집을 지어줄까?"

그리고 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나는 카페같은 집."

4차까지 카페를 다녔을 정도로 카페를 참 좋아했던 나. 여자인 내게 있어 집에 대한 로망이 카페같은 집이었다면, 남편이 꿈꾸는 집에 대한 로망은, 직접 집을 짓는 거였다!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손수 짓겠다는 막연한 듯한 꿈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고 한다. 어쩜 그런 로망이 있었기에 셀프 집짓기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집을 지을지 설계도를 바라보며 집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설계도를 바라보며 어떤집을 지을지 설계도를 바라보며 집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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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같은 집에 대한 내 대답에 대해 남편은, 어차피 우린 이 터에서 집과 함께 돈가스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니 내 취향을 담아 돈가스 카페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구입한 땅은 살림집, 가게를 따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관리가 필요해서, 가게와 생활하는 살림집을 함께 붙여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우리집 한 채 안에 크게 가게란 공간과 주택이란 공간, 둘로 분리해 나눠다. 그 두 공간 사이에는 벽이 아닌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문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지금도 종종 손님이 갑자기 내가 문을 드르륵 하고 열면 벽이 아닌 문이었다며 신기해하곤 한다.

그렇게 하나 하나 계획을 세우고... 집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 속에 나 또한 남편이 원하는 집이 궁금해졌다.

"당신은? 당신은 어떤 집을 원하는데?" 
"난 우리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쌓아나갈 수 있는 집."

가족이 생기면서 변화된 남편의 집에 대한 꿈이라고 하겠다. 남편은 말했다. 이제는 혼자만의 꿈이 아닌, 가족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그래서 자신은 그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많이 쌓아나갈 수 있는 집을 원한다 말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설계에 대한 계획들을 풀어놓는데... 우선 복층으로 집을 짓겠노라며, 자신의 꿈을 풀어놓았다. 오르락 내리락 오가며 아이들과 술래잡기도 하고, 보물찾기도 하고, 집안 구석구석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는 거다. 또한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은, 넓은 마당 한켠에 텐트를 치고 아들과 함께 캠핑도 하며, 힐링할 수 있는 캠핑 공간으로서의 욕심도 풀어놓았다.

카페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과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이 더해진 집 그리고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쌓아나갈 수 있는 추억의 집. 크게 우리 부부가 꿈꾸고 있었던 집의 기본 방향이었다고 하겠다.

우리만의 꿈의 공간을 그리고 상상하며 땅 구입 이후부터는 그렇게 제주시내에서 한림까지를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며 늦더라도 하루에 한 번은 꼭꼭 방문했던 것 같다. 왔다 갔다 오가는 시간에도, 꿈의 터전에 도착한 시간에도, 잠을 이루는 시간에도, 집이란 공간에 대해 늘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 <서연의집> 방문...전시된 집 모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남편과 아들. 우리가 꿈꾸는 집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아빠와아들 카페 <서연의집> 방문...전시된 집 모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남편과 아들. 우리가 꿈꾸는 집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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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집을 완성한 이후에도 서로가 꿈꿔왔던 방향을 집 안에 담고, 우리 가족이 꿈꾸는 집의 모습을 담기 위해 계속해서 가꾸고 만들어 나가는 일은 이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우리집은?

지금의 우리집은 우리 부부의 꿈을, 우리 가족의 꿈을 얼마만큼이나 담아내고 있을까? 누가 뭐래도 난 자신할 수 있다. 남편의 도전이 담긴, 우리 가족의 꿈과 추억이 담긴, 아주 특별한 힐링공간이라고.

남편이 하나하나 직접 벽돌을 올리고 사랑과 정성으로 짓고 완성한,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가꿔나가고 있는 꿈의 공간. 그래서 더 특별하고 의미가 담긴 집이라는 거다. 세상에서 유일한 남편표 핸드메이드 우리 가족의 행복드림하우스! 이런 멋진 선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우리 부부의 바람을 안고 우리 가족은 이 안에서 계속해서 추억쌓기를 진행중에 있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추억들은 한겹 한겹 또다른 이름으로 쌓이고 완성되고 그렇게 여러 이름의 추억들이 모이고 함께 해 우리 가족의 따뜻한 추억의 공간으로 더욱 성장해가겠지. 그리고 그런 과정 안에 아이들의 꿈이 더해지고, 가족 그렇게 가족 모두가 행복한 또다른 우리만의 꿈의 집이 완성되어가는 게 아닐까?


태그:#셀프집짓기, #드림하우스, #제주토박이부부, #꿈짓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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