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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광역단체장에 누가 당선되는가다. 지난해 11월 권선택 대전시장의 당선 무효 판결로 '무주공산'이 된 대전시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두고 지역 정치권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현재까지도 여러 정치인들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에 출마한 남충희 바른미래당 예비후보와 지난 8일 그의 선거 사무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을 정리한 것.

"시민-행정간 갈등... '비밀행정' 해왔기 때문"

바른미래당 남충희 대전시장 예비후보가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남충희 후보 인터뷰 바른미래당 남충희 대전시장 예비후보가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남충희 대전시장 후보 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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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대전 선화동에서 태어났다. 그때 아버지가 대전 사범 선생님이셨는데 그후 제가 7살 때 아버지가 서울로 전근 가셔서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했고 스탠포드대학에서 유학하면서 혁신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다. 운이 좋아 스탠포드대학교 교수를 하다가 교수 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귀국해 기업에 들어갔다. 쌍용에서 한동안 근무를 했었고 마지막에는 쌍용경제연구원 이사를 역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부산시장실에서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맡아달라는 전화가 왔다. 1998년에 정무부시장을 맡아서 부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그때 센텀시티를 만들었다.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그만둔 이후에는 심대평 당시 충남도지사와의 인연으로 국민중심당을 창당하게 됐고, 2006년 지방선거에 대전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낙선한 이후 SK그룹에서 연락이 와서 SK텔레콤 사장으로 일했는데 일반 사람들이 아는 SK텔레콤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고, SK그룹 회장 직속기관인 도시개발 사업단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직함만 SK텔레콤 사장이었다.

SK텔레콤 사장으로 일한 지 3년 뒤에 그만뒀는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재임 중이던 시절에 경기도 경제부지사를 맡게 됐다. 그때 내가 주로 했던 일은 판교에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경기도에서 그런 일을 하다가 대전으로 돌아와 이번에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창업 환경 만들어 대전에 산업을 육성한다"

- 대전 지역에서 해결이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전은 다른 도시에 비해 시민과 행정 간의 갈등이 심하다. 예를 들면 월평공원 민간특례 사업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매우 깊다. 또한, 유성구 용산동 공공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유성복합터미널도 문제가 많다.

도안호수공원 문제는 목적이 뒤바뀌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예전에 상수도 민간위탁 사업한다고 반발이 심했는데, 지금은 철회한 상태다.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갈등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대전은 유독 '갈등'이 많다. 시청이 공개행정을 하는 게 아니라 비밀행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전시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개행정이 필요하다."

- 대전시장에 당선하면 어떤 정책들을 추진할 것인가?
"'창업 지원 정책'과 '대전 원도심 사업', 크게 보면 이렇게 두 가지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금의 대전부터 진단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전을 두고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한다. 서울에 비해 공기도 좋고, 물가도 천안보다 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께 '자녀는 어디에 있나'라고 여쭤보면 대부분 '대전 밖으로 보냈다'고 말한다. 정리하면, 지금의 대전은 살긴 좋으나 없는 것들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현재 대전에 '변화'와 '꿈' '비전' '미래' '일자리' '경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전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공무원 출신들이 시장이 돼 행정 관리만 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도로 보수 잘하고, 나무 잘 심고, 청소 잘하고, 축제 잘 열고... 역대 대전시장을 보면, 대전의 경제를 생각하지 않았다. 대전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면 뭘 해야 하는지 고민이 부족했다.

나는 대전이 기업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본다. 울산이 도시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산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엔 산업이 없다. 대전 경제 백서를 읽어보니 대전 총생산량의 18%가 제조업에서 나오고, 77%가 서비스업이더라. 그런데 두 산업 분야 모두 영세사업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놀라운 점은 10년 동안 발전이 없었다는 데 있다. 대전시가 지금까지 행정 관리만 해왔기 때문이다.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월평공원, 유성구 용산동, 복합터미널, 도안 호수공원, 도시철도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고만 한다. 사업 현안만 들여다 보고 이야기하는 거다. 난 이런 일은 구청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라면 도시의 미래를 여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대전의 도시경쟁력을 높이려면 산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나는 '대전 광풍'(狂風)사업을 추진하고 싶다. 대전에 미친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대전에 있는 '과학 기술자'를 이용해야 한다. 대전에는 3만 명의 과학 기술자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도시는 없다.

가까이 대덕연구단지만 가도 연구소는 많지만, 대전시가 관리하는 건 없다. 전부 중앙정부, 기업의 영향력 아래 있다. 대전이 스스로 '과학기술도시'라고 자처하려면 시가 나서서 과학기술자들과 대학생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대학생 인력과 과학기술 인력이 합쳐졌을 때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가야 한다.

앞서 대전시장이 돼 하고 싶은 게 두 가지라고 했다. 첫 번째는 대전에 창업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도록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중국 북경의 중관촌에 가보면 1년에 1만5000개의 기술 창업이 일어난다. 그걸 보고 있으면 등에 진땀이 난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가다가는 중국에게 밀리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나는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곳이 바로 대전이라 믿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수 있는 도시가 대전이기 때문이다.

나는 젊은 사람들이 대전에 많아져서 각자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대전시가 되기를 꿈꾼다. 그래서 나는 대전시장에 당선된다면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두 번째 꿈은 대전 원도심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곳에 창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 부산에서 센텀시티 사업을 성공시켰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에서도 그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면서 이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치는 대로 대전 원도심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대전 원도심 사업을 추진할 사업체를 선정하고, 계획을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보고하는 데 1년이 걸릴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투자 유치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것이다. 이렇게 사업을 시작하고 2년 반이 지나면 사업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난 19년 동안 대전시는 원도심 사업에 엄청난 세금을 투입했다. 그런데 시는 세금으로 그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호객 행위만 도와줬다. '차 없는 거리 행사'나 연예인 공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진통제 처방만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원도심을 대전 속에 새로운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 안에 산업이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직 대전역이 있기 때문에 1000명 이하의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중소형 전시 컨벤션 산업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관광산업과 유통산업을 만들고, 그곳에 창업 공간을 만들어서 창조가 일어나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창조와 변화가 일어나는 것뿐이다.

종합하자면, 내가 대전시장이 되어서 하고 싶은 것은 대전시에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과 대전 원도심 사업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곳에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전광역시를 기술 창업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학자, 행정가, 기업인 경험 살리겠다"

- 현재 대전 서부권(유성구, 서구)과 동부권(중구, 동구, 대덕구)의 불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권에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교육이다. 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 사실 이것은 교육청 문제인데 새로 당선한 교육감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 시민들은 서구의 중·고등학교를 선호한다. 제대로 된 공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 능력 있는 교사들을 우선 낙후된 지역에 배치한다던지 하는 방법으로 교육 격차를 없애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낙후 지역의 교육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른 대전시장 후보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남충희 후보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경험과 융합적인 역량이다. 내가 학자도 해보고 행정가로서 일해보기도 했지만 원래 대기업에서 쭉 일하던 사람이다. 30년 동안 실물 경제의 현장에서 살던 사람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다. 다양한 직군의 융합적인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동안의 경험들을 통해 경영 마인드를 갖게 됐다. 이런 경영 마인드는 행정 관료 출신들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경제 현장에서 일하면서 고객 지향 정신, 목표 지향주의, 도전정신, 경쟁의식, 투자 마인드, 창의성 등이 체화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이 직면한 여러 가지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 마지막으로 대전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간에 우리 주변에서는 치열한 도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세종시는 우리와 함께 발전해야 할 이웃 도시다. 그러나 이제는 세종시도 경쟁도시라고 생각해야 한다. 세종시가 생기고 나서 우리 대전시에서 인구 3만 명이 빠져나갔다. 오송도 마찬가지로 경쟁 대상이다. 이제 대전의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그것은 대전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대전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분명히 야당에서는 정권 심판을 주장할 것이고 여당에서는 정권 수호를 주장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대전의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는 대전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내가 예전에 부산에 갔더니 부산 사람들이 김영삼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더니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냐고 그러더라. 그리고 전라도에 가보니까 김대중 후보를 대통령 만들어 줬더니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고 그러더라. 그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대통령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해보지 않았지만 이제 대전 시민들이 똘똘 뭉쳐서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도전을 해야 할 때다. 손을 뻗어서 어떤 목표를 향해 우리가 주체가 돼 나가야 할 때다. 정권이나 대통령이 뭔가를 해줄 것이라 믿고 의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다. 이 시기를 놓치면 대전은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이게 대전의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전시민들에게 달콤한 약속보다는 '허리띠 졸라 매고 돌산을 기어 올라가자'고 말할 것이다. 올라가면서 우리가 피를 흘릴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함께 도전하자고 말하고 싶다. 난 나의 꿈을 대전 시민들에게 제시할 것이고 그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나는 대전 시민들에게 그렇게 호소하고 싶다."


태그:#남충희, #대전시장, #바른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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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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