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로에 60년대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떴다.
경북고, 경북여고, 대구고, 대구공고, 대구농고, 대구상원고, 대구여고, 사대부고 학생들이다. 이들은 2.28 민주화운동을 재현하는 행사에 참여 중이다.
"봉사 활동시간 준다고 해서 신청했는데요. 참가해보니 가슴이 뭉클해져요. 그때 선배님들이 대단했던 거 같아요." 대구농업마이스터교 지시은 군의 말이다.
"2.28의거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좀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경북여고 윤혜영 양의 참가 소감이다.
처음엔 쭈뼛거리던 학생들이 행진이 진행될수록 상기된 표정으로 힘차게 구호를 외친다. 평일 낮의 중앙로 거리는 이들이 내지른 함성으로 가득했다. 잔뜩 흐린 겨울 날씨에도 횃불과 태극기와 그들의 젊은 열기로 거리는 환해졌다.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에 반대하여 일어난 2.28 학생 의거. 3.15 마산의거와 4.19 혁명의 불씨가 된 첫 번째 민주주의 항쟁. 이번에 58번째를 맞아 비로소 국가기념일로 승격되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한 성대한 기념식을 치렀다.
학생들이 들고 있는 대형 태극기가 펄럭인다. 태극기는 이렇게 드는 것이다. 독재자나 침략자를 위해서가 아닌, 그들로부터 인권과 주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 말이다.
2월 28일의 대구. 웬지 대구에 한줄기 서광이 비치는 느낌이다.